대외 변수 속 빠른 의사결정의 중요성LG·SK도 내부 검토와 계획 수립 박차AI와 미래산업 인재 중심의 리더십 변화
한화그룹이 예년보다 한 달 이상 앞당겨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하면서 재계의 연말 인사 시계도 빨라질지 주목된다. 통상 11~12월에 집중됐던 대기업 인사가 올해는 한화발 '10월 인사'를 계기로 앞당겨질 가능성이 제기된다. 고금리와 관세, 지정학적 리스크 등 경영 불확실성이 커지는 가운데 연말까지 인사를 미루기보다 조직을 조기에 확정하고 내년도 사업전략과 투자계획을 선제적으로 가동하려는 흐름이 확산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6일 재계에 따르면 한화그룹 주요 계열사는 지난 1일 2027년도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했다. 지난해 11월 초 인사를 실시했던 것과 비교하면 한 달 이상 앞당겨진 일정이다. 한화는 2022년 10월, 2023년 10월, 2024년 9월 등 비교적 이른 시기에 정기 임원 인사를 단행해왔지만 지난해에는 11월로 시기가 늦어졌다. 올해 다시 10월 초로 인사 시계를 앞당긴 셈이다.
이번 인사는 앞서 단행된 그룹 최고경영진 재편과도 맞물려 있다. 한화는 지난 8월 김승연 회장의 세 아들인 김동관 수석부회장, 김동원 부회장, 김동선 사장의 승진과 주요 계열사 대표이사 교체를 단행했다. 그룹의 큰 경영 구도를 먼저 정비한 데 이어 두 달 만에 실무를 이끌 임원진까지 확정하면서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 단계부터 새 경영진 체제로 빠르게 전환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했다.
이번 인사에서는 방산·조선 등 주력 사업의 글로벌 사업 확대를 뒷받침할 현장 전문가와 젊은 인재들이 전진 배치됐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와 한화오션에서는 연구·설계·생산 분야를 중심으로 신규 임원을 발탁했다. 한화솔루션과 한화첨단소재에서는 신규 임원 10명 가운데 6명을 1980년대생으로 채우며 젊은 리더십에도 힘을 실었다.
한화가 일찌감치 인사를 마무리하면서 관심은 삼성·SK·현대차·LG 등 주요 그룹으로 옮겨가고 있다. 주요 그룹들도 하반기 경영성과 평가와 내년도 사업계획 검토에 들어간 만큼 한화의 조기 인사가 다른 기업들의 인사 일정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삼성은 이달 임원 평가를 진행하고 있다. 올해는 인공지능(AI)을 실제 업무와 사업에 얼마나 접목해 성과를 냈는지가 주요 평가 기준으로 부상한 것으로 알려졌다. 평가가 마무리되면 연말 사장단과 임원 인사, 조직개편 논의도 속도를 낼 전망이다.
LG도 이달 중순부터 계열사와 사업본부의 업적보고를 시작할 예정이다. 올해 사업 성과와 내년도 전략을 점검한 뒤 구광모 ㈜LG 대표가 인사안을 검토하는 절차가 이어진다. LG는 계열사별 이사회 일정에 맞춰 사장단과 임원 인사를 순차적으로 발표하는 만큼 11월부터 인사 결과가 본격적으로 나올 가능성이 있다.
SK는 다음 달 12~14일 예정된 CEO 세미나를 앞두고 인사 시점에 관심이 쏠린다. 지난해에는 10월 말 사장단 인사를 단행한 뒤 새 경영진이 CEO 세미나에서 내년도 전략을 논의했다. 올해도 새 경영진이 세미나에서 사업 방향을 논의할 수 있도록 비슷한 일정이 재현될 가능성이 거론된다. 다만 구체적인 인사 일정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현대자동차그룹은 주요 그룹 가운데 상대적으로 인사 시기가 늦은 편이다. 지난해에는 12월 중순 정기 임원 인사를 실시했다. 다만 연중 필요에 따라 대표이사와 주요 경영진을 교체하는 수시 인사 체계를 운영하고 있어 올해 역시 정기 인사와 별개로 조직 변화가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
재계에서 조기 인사 가능성이 거론되는 배경에는 경영환경 변화의 속도가 빨라졌다는 점이 있다. 미국의 관세 정책과 공급망 재편, 고금리, 지정학적 갈등 등 대외 변수가 커지면서 내년도 사업계획을 예년보다 일찍 확정해야 할 필요성이 높아졌다. AI와 로봇, 반도체 등 미래산업 투자 역시 경쟁사보다 빠른 의사결정이 중요해지면서 인사와 사업전략의 시차를 줄여야 한다는 요구도 커지고 있다.
과거에는 연말에 한 해의 성과를 평가한 뒤 인사를 확정하고 새해부터 조직을 가동하는 방식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경영환경 변화가 빨라지면서 경영진을 먼저 확정하고 새 경영진이 내년도 사업계획과 투자전략 수립부터 직접 주도하도록 하는 방식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인사 시점을 앞당기는 것이 단순한 일정 변화가 아니라 변화하는 사업환경에 대응하기 위한 경영전략의 일부가 될 수 있다는 의미다.
인사 기준도 실적과 연차 중심에서 미래 사업 대응력과 전문성 중심으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AI 전환(AX), 글로벌 사업 확대, 연구개발(R&D), 공급망 및 통상 대응 등 새로운 경영 과제를 이끌 수 있는 인재를 얼마나 빠르게 조직 전면에 배치하느냐가 향후 인사의 주요 기준으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높다.
특히 한화는 방산·조선 등 주력 사업의 글로벌 경쟁이 본격화되는 상황에서 최고경영진에 이어 실무 임원진까지 조기에 확정했다. 내년도 사업계획을 짜는 단계부터 새 경영진이 조직을 가동할 수 있도록 인사와 사업전략 사이의 시차를 줄인 것으로 풀이된다.
재계 관계자는 "경영환경 변화가 빨라지면서 연말에 인사를 확정한 뒤 새해부터 사업을 준비하는 방식만으로는 대응하기 어려워졌다"며 "한화처럼 인사를 먼저 확정하고 새 경영진이 내년도 사업계획 수립부터 참여하도록 하는 기업이 늘어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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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신지훈 기자
gamja@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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