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이션·회사채 발행·재정 부담에 상승10년물도 장중 5.3% 터치···2007년 이후 최고
미국 30년 만기 국채금리가 29일(현지시간) 24년 만에 최고치를 기록했다. 인플레이션 압력과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불안, 미국의 재정 부담 등이 겹치면서 국채시장에 매도세가 이어지고 있다.
미국 CNBC와 여러 외신에 따르면 미 30년물 금리는 이날 장중 5.613%까지 치솟았다. 이는 2002년 6월(5.644%) 이후 최고치다. 10년물 국채금리도 5.3%까지 상승하며 2007년 이후 가장 높은 수준을 나타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이어졌던 저금리 환경에서 벗어나 장기 금리가 다시 높은 수준으로 올라서면서 채권시장에 대한 부담도 커지고 있다.
최근 국채금리 상승의 배경에는 높은 에너지 가격과 지정학적 불안이 자리하고 있다. 중동 지역의 전쟁과 이에 따른 고유가가 글로벌 인플레이션 압력을 높이면서 주요 중앙은행의 통화정책 완화가 지연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미국의 재정 상황에 대한 우려도 국채시장에 부담으로 작용하고 있다. 정부의 대규모 국채 발행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기업들의 회사채 발행까지 늘어나면서 투자자들의 자금을 둘러싼 경쟁이 한층 치열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미국 국채시장의 매도세는 수개월째 이어지고 있다. 약 32조달러 규모의 미국 국채시장에서 최근 금리 상승세가 이어지면서 올해 들어 국채 투자 성과도 악화됐다.
블룸버그 지수에 따르면 미국 국채는 지난해 6.3% 상승했지만 올해 들어서는 2.6% 하락했다. 만기별로도 손실이 확산되는 모습이다. 2년 만기 국채금리는 4.93% 안팎으로 5%에 근접했고, 10년물은 5.28%까지 올랐다.
대규모 회사채 발행도 장기금리 상승 요인으로 거론된다. 파라마운트 스카이댄스는 투자등급 회사채 발행에 나섰다. 이번 발행은 워너 브라더스 디스커버리 인수를 위해 마련한 520억달러 규모의 신디케이트 자금 조달 패키지 가운데 가장 큰 부분을 차지한다. 회사는 이번 채권 발행을 통해 약 320억달러를 조달할 계획이다.
몬티 간디 SMBC 금리 전략가는 "이번 거래는 역대 다섯 번째로 큰 투자등급 채권 발행 규모"라며 "최근 장기금리 상승의 일부는 이와 관련이 있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미 국채시장에서는 투자자들의 매수세가 약해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씨티그룹 전략가들은 현재 국채시장이 '약간의 매수자 파업'을 겪고 있다고 진단했다. 야데니 리서치는 투자자들이 일본 엔화로 자금을 조달해 상대적으로 수익률이 높은 자산에 투자하는 캐리 트레이드의 청산 역시 최근 국채 매도세에 영향을 미친 요인으로 분석했다.
미국 경제의 견조한 흐름 역시 국채금리를 끌어올리는 요인으로 작용하고 있다. 소비자 신뢰가 약화되고 구인 공고가 감소하는 등 일부 경기지표가 둔화했지만, 시장에서는 미국 경제 성장세가 크게 꺾이지 않았다는 전망이 유지되고 있다.
다만 최근 국채 매도세가 지나치다는 의견도 나오고 있다. 짐 비앙코 월가 베테랑 투자자는 6년 만에 처음으로 미국 국채에 대해 낙관적인 전망을 내놨다. 오랜 채권 투자자인 크리스 이고 역시 지난 4년간 이어진 채권시장의 부진을 지나 반등 가능성이 커지고 있다고 보고 있다. 마크 다우딩 RBC 블루베이 자산운용 최고투자책임자(CIO)도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최근 글로벌 채권시장의 매도세가 과도했다고 평가했다.
계절적 요인도 변수다. 블룸버그 데이터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미국 국채는 9월 평균 0.9%, 10월 평균 0.7% 하락했다. 국채 발행이 늘어나고 여름 휴가철을 마친 투자자들이 시장에 복귀하는 10월에는 수급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프라샨트 뉴나하 TD증권 전략가는 "9월 금리는 완전히 엉망이었고, 이러한 하락세가 계속될 수 있다"며 "중동 문제가 해결되지 않는 한 채권시장에 위험회피 심리가 지속될 가능성이 있으며, 이는 주식시장으로까지 확산될 수 있다"고 내다봤다.
마사히코 루 스테이트스트리트인베스트먼트매니지먼트 선임 채권 전략가는 10월을 국채시장의 '계절적 시험대'로 평가했다. 마사히코 루는 "추수감사절을 앞두고 국채 공급이 재개되고 대규모 신용 발행이 이어지는 가운데 인공지능(AI) 관련 자본지출 수요까지 지속되면서 자본을 둘러싼 경쟁이 여전히 치열하다"며 "이로 인해 국채시장 변동성이 더욱 커질 위험이 있다"고 진단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 중동 지역의 지정학적 상황과 에너지 가격, 미국의 재정정책 및 국채 공급 규모, 연방준비제도의 통화정책 방향이 장기금리의 주요 변수가 될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30년물과 10년물 등 장기 국채금리가 높은 수준을 이어갈 경우 기업과 가계의 차입 비용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어 금융시장 전반의 관심이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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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이윤구 기자
hsguy919@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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