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추석 연휴 마지막 날인 지난 27일, 서울 시내 이마트·롯데마트·홈플러스가 모두 문을 닫았다. 동네 이마트 에브리데이와 홈플러스 익스프레스도 동시에 쉬었다. 전통시장에서도 휴무인 상인이 적지 않았다. 일상을 준비해야 할 소비자들이 연휴 끝에 맞는 또 한 번의 불편이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선 "새로운 한 주를 앞두고 장 볼 생각이었는데, 난감하다"는 글들이 쏟아졌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에 돌입하는 주말, 매월 두 차례 반복되는 풍경이다. 미리 장을 보면 된다지만 바쁜 일상에서 휴무일을 놓치기 일쑤다. 전통시장도 누구에게나 손쉬운 대안은 아니다. 시장이 가깝지 않을 수 있고 좁은 진입로와 주차난을 생각하면 망설여진다. 이런 날이면 편의점을 찾거나 배달 음식으로 끼니를 해결한다는 이들이 많다.
개인의 불편만으로 정책의 성패를 판단할 수는 없다. 그러나 불편이 반복되고, 보호하려던 상권에 돌아가는 효과마저 불분명하다면 점검은 불가피하다. 정책을 유지하는 데도 근거가 필요하다.
대형마트 의무휴업제는 이명박 정부 말기인 2012년 도입됐다. 당시 대형마트의 급속한 확장에 맞서 중소상인을 보호하고 유통업 종사자의 건강권을 지키겠다는 취지였다. 14년이 흐른 지금, 유통시장의 경쟁 구도는 완전히 달라졌다. 대형마트 역시 온라인몰에 고객을 빼앗길까 걱정하는 처지다. 도입 당시의 논리만으로 현재의 규제를 설명하기 어려워졌다.
소비자들은 변화를 요구한다. 한국유통학회 의뢰로 윈지코리아컨설팅이 성인 2000명을 조사한 결과, 의무휴업 폐지·완화 의견은 59.5%로 현행 유지 30.4%를 웃돌았다. 이코노미스트가 나우앤서베이에 의뢰한 성인 347명 조사에서도 폐지 50.7%, 평일 전환 16.7%로 제도 변경 요구가 우세했다. 표본과 문항은 다르지만 규제를 손봐야 한다는 방향은 겹친다.
더 눈여겨볼 것은 소비의 행선지다. 해당 조사에서 응답자의 36.6%는 마트 휴업일에 쿠팡 등 온라인 쇼핑을 이용했고, 32%는 휴업일 전후로 대형마트에서 장을 봤다. 대다수 소비자는 전통시장 대신 구매 경로와 시점을 바꿨다. 마트에서 쓰지 않은 돈이 시장으로 향한 게 아니었다.
한국개발연구원(KDI) 분석을 보면, 의무휴업을 평일로 전환한 지역의 대형마트 매출은 2.8~7.9% 늘었다. 반면 주변 소상공인의 매출 감소를 뒷받침하는 일관된 결과는 확인되지 않았다. 모든 상권에 피해가 없다는 뜻은 아니다. 다만 '일요일 마트 영업은 골목상권의 손실'이라는 전제를 당연시할 수 없게 됐다.
제도 개선의 칼자루는 정부와 국회가 쥐고 있다. 여야 모두 시장 상인의 표심을 잃을까 걱정하는 만큼 소비자의 불편에도 무게를 두고 있는지 돌아봐야 한다. 상인들의 목소리를 경청해야겠지만 근거가 부족한 반발을 이유로 결정을 미루는 건 책임 회피에 불과하다.
선거철 시장에서 상인의 손을 잡는 일만큼, 주말에 장 볼 곳을 찾는 국민의 일상을 살피는 일도 중요하다.
다만 개선 방향은 구체적이어야 한다. 전통시장에는 주차·접근성 개선과 공동 배송처럼 실제 구매로 이어질 지원이 필요하다. 일부 지역에서 시행 중인 평일 휴업의 성과와 부작용을 비교해 지역별 조정도 고민해야 한다.
마트 노동자의 휴식권도 소중하다. 일요일 근무를 평일 대체 휴무로 일괄 대체할 수는 없다. 휴업일을 조정한다면 주말 교대 휴식과 적정 인력 확보 방안을 노사가 함께 마련해야 한다. 업계도 규제 완화를 요구하는 만큼 근로 여건 개선에 책임 있는 답을 내놓아야 한다.
상인 보호 효과가 부족하다면 지원 방식을 바꾸고, 소비자 불편이 크다면 규제를 고쳐야 한다. 14년간 유지됐다는 사실이 앞으로도 유지해야 할 이유가 될 수 없다. 여야가 먼저 계산할 건 시장에서 잃을 표가 아니라 국민이 일상에서 치르는 비용이다. 표심보다 민심이 먼저다.
뉴스웨이 권한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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