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룰 적용 감사위원 표결서 고려아연 측 백인규 81.8% 찬성외국인 98.3%·개인 79.1% 지지···영풍·MBK 측 박유경 27.9%
영풍과 MBK파트너스(MBK)가 고려아연과 경영권 분쟁을 벌인 지 2년이 지난 가운데 장형진 영풍 고문이 분쟁 초기 강조했던 '주주' 발언이 다시 주목받고 있다.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된 최근 고려아연 감사위원 선임 표결에서 고려아연 현 경영진 측 후보가 큰 표 차이로 선임되면서다.
20일 재계에 따르면 장 고문은 지난 2024년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주주의 판단을 강조했다. 그는 당시 "주주들이 어떻게 생각할까, 그걸 봐야 회사가 오래 간다"고 말했다. 가족들에게도 회사가 성장한 것은 많은 주주 덕분이라며 "주주를 위한 길을 가야 한다"고 설명했다고 밝혔다.
2년 뒤 열린 주주총회에서는 양측 후보 간 표 차이가 크게 벌어졌다. 지난 9일 고려아연 임시주주총회에서 고려아연 이사회가 추천한 백인규 후보는 출석 의결권 수 기준 81.8%의 찬성을 얻어 감사위원이 되는 독립이사로 선임됐다. 반면 영풍·MBK 측이 추천한 박유경 후보 선임안은 찬성률 27.9%에 그쳤다.
이번 표결에는 지난 7월 시행된 개정 상법에 따른 '3% 룰'이 적용됐다. 최대주주와 특수관계인의 의결권을 합산해 3%로 제한하는 제도로, 대주주 지분 경쟁보다 다른 주주들의 선택이 결과에 미치는 영향이 상대적으로 커지는 구조다.
주주 유형별 표결에서도 차이가 나타났다. 투표에 참여한 외국인과 외국기관의 98.3%가 백 후보를 선택했고 국내 개인주주의 찬성률은 79.1%였다. 국민연금을 제외한 국내 기관에서도 86.9%가 백 후보에게 찬성표를 던졌다. 국민연금은 백 후보와 박 후보 모두에게 찬성표를 행사했다.
지난 3월 정기주주총회에서도 양측은 이사회 구성을 놓고 표 대결을 벌였다. 당시 고려아연 측이 제안한 '이사 5인 선임안'은 출석 의결권 수 기준 62.98%의 찬성을 얻었고, 영풍·MBK 측의 '6인 선임안'은 52.21%의 찬성을 받았다. 집중투표로 선출된 이사 5명 가운데 3명은 고려아연 측 후보였다.
영풍·MBK는 경영권 분쟁 초기부터 현 경영진의 지배구조와 주주가치 문제를 제기하며 경영권 교체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반면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돼 일반주주의 영향력이 커진 표결에서는 현 경영진 측에 표가 몰렸다. 이를 두고 영풍·MBK가 내세워온 경영권 교체와 주주가치 제고 명분이 실제 주주들의 지지를 충분히 얻고 있는지 의문이 제기된다.
재계 관계자는 "장 고문이 경영권 분쟁을 시작할 당시 가장 강조했던 명분 가운데 하나가 주주였던 만큼 결국 그 주주들이 실제 표결에서 어떤 판단을 내렸는지가 중요하다"며 "대주주 의결권이 제한된 감사위원 선거에서 나타난 표 차이는 MBK·영풍 측이 주장해온 경영권 교체와 주주가치 제고 논리가 주주들에게 어느 정도 설득력을 얻고 있는지를 보여주는 결과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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