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 코인 부자들의 굴욕···떼돈 벌었지만 금융권에선 '찬밥 신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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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부자들의 굴욕···떼돈 벌었지만 금융권에선 '찬밥 신세'

등록 2026.09.10 16:10

수정 2026.09.10 16:40

김선민

  기자

사진=유토이미지사진=유토이미지


가상자산 투자로 막대한 부를 쌓은 '코인 부자'들이 전통 금융권에서 예상 밖의 냉대를 받고 있다. 자금 출처를 추적하기 어렵고 자금세탁 위험도 크다는 이유로 신탁회사들이 이들을 고위험 고객으로 보기 때문이다.

10일 영국 파이낸셜타임스(FT)는 가상자산으로 큰돈을 번 기업가와 투자자들이 자산 승계와 절세를 위해 역외 신탁을 찾고 있지만 상당수 신탁회사가 이들을 고객으로 받는 데 난색을 보이고 있다고 보도했다.

신탁은 재산을 전문기관에 맡겨 관리하고 일정 조건에 따라 가족 등에게 넘기는 자산관리 방식이다. 고액자산가들이 상속과 절세, 재산 보호를 위해 널리 활용하지만 가상자산 보유자에게는 문턱이 훨씬 높다는 게 FT의 설명이다.

FT가 영국 세무당국 자료를 인용한 결과 영국 납세자들은 2025년 4월까지 1년간 138억파운드(약 25조원)의 가상자산을 매각했다. 이 가운데 약 250명은 가상자산 처분으로 각각 100만파운드(약 18억2000만원)가 넘는 자본이득을 거뒀다.

신탁회사들이 가장 민감하게 보는 부분은 재산 규모보다 '돈의 이력'이다. 가상자산은 여러 거래소와 개인 지갑을 오갈 수 있어 최초 투자금이 어디서 나왔고 어떤 거래를 거쳤는지 확인하는 과정이 주식이나 부동산보다 복잡하다.

영국 로펌 위더스의 찰리 티 파트너는 FT에 많은 수탁자가 가상자산 보유를 불편하게 여기며 이를 흔쾌히 받아들이는 업체는 소수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코인을 이미 팔아 현금으로 바꿔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는다. 신탁회사는 해당 현금이 어떤 가상자산 거래에서 만들어졌는지까지 확인해야 한다.

검증이 부족하면 자금세탁이나 범죄수익과 연관된 돈을 받아들일 위험이 생긴다. 이 경우 신탁회사도 규제와 평판 리스크를 떠안을 수 있다. 가격 변동성이 크고 거래소 파산이나 개인키 분실 등 전통 금융자산과 다른 위험이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FT는 신탁회사가 현재 고객뿐 아니라 향후 재산을 물려받을 자녀와 손주 등 미래 수익자의 이익까지 고려해야 한다고 짚었다. 지금의 자산가가 위험을 감수하겠다고 해도 향후 손실이 발생하면 후손이 수탁자의 책임을 문제 삼을 수 있다는 것이다.

반대로 전통 신탁회사의 빈자리를 사업 기회로 보는 업체도 등장했다. FT가 소개한 아랍에미리트(UAE) 기반 캐번웰그룹은 가상자산 거래 이력과 자금 출처를 전문적으로 검증해 디지털자산을 신탁 구조에 편입하고 있다.

결국 가상자산 시장의 성장 속도와 이를 관리하는 금융 인프라 사이에는 여전히 간극이 남아 있다. 코인은 ETF와 기관투자 확대를 통해 투자자산으로는 빠르게 제도권에 들어왔지만, 거액의 부를 장기간 보관하고 다음 세대로 넘기는 자산관리 영역에서는 아직 높은 문턱을 넘지 못하고 있다.

코인 부자가 늘어날수록 '얼마나 벌었느냐'보다 '그 돈의 이력을 얼마나 명확히 증명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질 가능성이 크다. 전통 금융권이 이 문제를 풀지 못한다면 가상자산 전문 신탁·자산관리업체가 새로운 시장을 선점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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