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동산 서울시, 미리내집 1.7만가구 목표···정부 '대출·용적률 규제' 협조가 관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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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시, 미리내집 1.7만가구 목표···정부 '대출·용적률 규제' 협조가 관건

등록 2026.09.01 15:45

박상훈

  기자

오세훈 시장, 잠실르엘 미리내집 찾아 입주민 간담회미리내집 배정비율 70%·정비사업 용적률 확대 요구잠실 등 고가 단지 금융 부담···정책대출 확대도 추진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송파구 잠실르엘 티하우스에서 미리내집 입주 신혼부부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박상훈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송파구 잠실르엘 티하우스에서 미리내집 입주 신혼부부들과 간담회를 하고 있다. 사진=박상훈 기자

서울시가 신혼부부용 장기전세주택 '미리내집'을 2030년까지 1만7500가구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공급 확대를 위해 미리내집 배정 비율과 정비사업 용적률 인센티브를 높이고, 입주자의 대출 대상과 한도를 확대하는 방안을 정부에 건의했다. 서울시의 공급 목표 달성을 위해서는 국토교통부와의 제도 조율이 주요 과제로 떠올랐다.

오세훈 서울시장은 1일 서울 송파구 잠실르엘 미리내집을 찾아 주거시설을 둘러보고 입주 신혼부부들과 간담회를 열었다. 이날 간담회에서는 미리내집 입주 이후 출산·육아 과정에서 겪는 주거 문제와 향후 내 집 마련에 대한 입주민들의 의견이 제기됐다.

현재 미리내집의 가장 큰 장점으로 꼽히는 것은 출산 이후 장기간 거주할 수 있다는 점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자녀가 늘어난 이후 기존 주택이 좁아지면 오히려 주거 불안이 다시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왔다. 더 넓은 주택으로 옮기려면 일정 기간을 기다려야 하고, 이주 대상 주택이 기존 생활권과 멀어질 가능성도 있기 때문이다.

한 입주민은 첫째에 이어 둘째 출산을 계획하고 있다며 "아이들이 학교에 다니는 시기에 이사를 해야 할 수 있다"며 "자녀를 더 낳은 가구에는 거주기간을 추가로 연장하거나 지분적립형 방식으로 주택을 매입할 수 있도록 해달라"고 제안했다.

현재 미리내집은 자녀 수에 따라 향후 분양 전환 가격을 차등 할인한다. 두 자녀는 90%, 세 자녀는 80%, 네 자녀는 60%, 다섯 자녀 이상은 50% 수준이다.

현장에서는 자녀 수만을 기준으로 할인율을 적용하는 방식이 현실과 맞지 않는다는 지적도 나왔다. 공급 주택의 면적을 감안하면 다섯 자녀를 양육하는 가구가 많지 않은 만큼, 실제 주거 면적과 양육 여건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것이다.

오 시장은 "조금 더 융통성 있게 바꿀 수 있을지 검토해보겠다"며 자녀 수와 주택 규모를 고려해 제도를 보완할 가능성을 내비쳤다. 자녀 출산에 따라 더 넓은 주택으로 옮길 수 있도록 현행 이주 요건을 낮추는 방안도 검토하겠다고 밝혔다.

또 다른 입주민은 "신혼부부로 입주한 뒤 아이가 태어나면서 기존 주택이 좁아졌지만, 더 넓은 주택으로 이주하려면 10년 이상 거주해야 하는 조건이 부담스럽다"고 말했다. 이주할 수 있는 빈집이 언제 나올지도 불확실하고 기존 생활권과 동떨어진 곳으로 옮겨갈 가능성도 있다는 지적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송파구 잠실르엘 어린이집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상훈 기자오세훈 서울시장이 서울 송파구 잠실르엘 어린이집을 나서고 있다. 사진=박상훈 기자

오 시장은 결국 공급 물량을 늘리는 것이 해법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 가운데 일정 물량을 미리내집으로 활용하고 있지만, 전체 물량이 충분하지 않아 자녀 수에 따라 평형을 넓히거나 기존 생활권에서 이주할 수 있는 선택지가 제한적이라는 설명이다.

서울시는 2024년 7월 미리내집 첫 공급 이후 올해 8월까지 7108가구를 공급했다. 2030년까지 매년 약 4000가구를 추가로 공급해 총 1만7500가구를 추가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문제는 서울시가 자체적으로 공급 물량을 늘리는 데 한계가 있다는 점이다. 오 시장은 이날 장기전세주택 가운데 미리내집으로 배정할 수 있는 비율을 현행 최대 50%에서 70%까지 확대할 수 있도록 국토부에 시행규칙 개정을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재개발·재건축 사업의 용적률을 높이는 대신 증가한 물량의 일정 부분을 장기전세주택과 미리내집으로 확보하는 방안도 국토부와 협의 중이다. 오 시장은 재개발 사업의 용적률을 1.2배 높이는 방안 등이 국토부에서 긍정적으로 검토되고 있다고 설명했다.

공급 확대와 함께 입주 전 출산한 자녀까지 우선매수청구권의 자녀 수에 포함하는 방안도 검토된다. 현재는 입주자 모집공고일 이후 출산한 자녀를 기준으로 우선매수청구권을 부여하고 있다. 서울시는 올해 초부터 4자녀 이상 가구에 한해 입주 전 출산한 자녀까지 포함하기로 한 데 이어 적용 범위를 넓히는 방안을 검토하고 있다.

롯데건설이 서울 송파구에 공급한 하이엔드 아파트 '잠실르엘' 전경. 사진=박상훈 기자롯데건설이 서울 송파구에 공급한 하이엔드 아파트 '잠실르엘' 전경. 사진=박상훈 기자

초기 자금 부담 역시 미리내집 확대 과정에서 풀어야 할 과제다. 롯데건설이 시공한 하이엔드 아파트 잠실르엘은 서울시가 지난 4월 도입한 '보증금 분할납부제'가 처음 적용된 단지다. 미리내집 입주자는 보증금의 70%를 먼저 내고 나머지 30%를 일정 기간에 걸쳐 나눠 낼 수 있다. 잠실르엘 미리내집에 입주한 98가구 가운데 74가구가 이 제도를 이용했다. 이에 따라 입주 당시 납부해야 할 보증금 약 158억원을 분할해 납부할 수 있게 됐다.

하지만 분할납부만으로 자금 부담이 모두 해소되는 것은 아니다. 특히 집값이 높은 지역에서는 미리내집 보증금 자체가 높아 대출 규제가 입주 여부를 좌우할 수 있다.

오 시장은 정부의 대출 규제가 강화된 상황을 언급하며 관련 기준을 현실화해달라고 국토부와 금융당국에 건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서울시는 버팀목 대출의 대출 대상 주택가격을 현재 4억원에서 6억7500만원으로, 대출 한도를 2억5000만원에서 3억원으로 각각 확대해달라고 요구하고 있다. 미리내집이 공급돼도 금융 문턱을 넘지 못하면 실제 입주로 이어지기 어렵다는 판단에서다.

미리내집은 주변 시세보다 낮은 수준의 보증금으로 공급되지만 잠실처럼 집값이 높은 지역에서는 할인율을 적용해도 보증금이 수억원에 달한다. 실제로 지난해 청담르엘 전용 49㎡ 미리내집 보증금은 7억7298만원, 잠실래미안아이파크 전용 59㎡는 7억4958만원 수준이었다. 시세 대비 저렴하더라도 절대금액만 놓고 보면 청년·신혼부부가 감당하기 쉽지 않은 수준이다.

일각에서는 잠실르엘 같은 초고가 주택에 미리내집을 공급하는 것이 당초 '주거 취약계층 보호'라는 정책 취지에 부합하느냐는 지적도 나온다.

오 시장은 장기전세주택을 저소득층에만 한정할 필요는 없다는 입장이다. 그는 "장기전세주택 도입 당시부터 중산층도 이용할 수 있는 공공임대주택이 필요하다는 철학이 있었다"며 "청년들이 입주하기에 어려운 가격대이기 때문에 그런 단점을 어떻게 보완해야 할지는 끊임없이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리내집 확대의 핵심은 공급 물량과 금융 지원을 동시에 확보할 수 있느냐에 달려있다. 서울시는 장기전세주택 내 미리내집 배정 비율 확대와 정비사업 용적률 인센티브, 정책대출 기준 완화 등을 국토부에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시행규칙 개정과 정비사업 제도, 정책대출 기준 등은 서울시가 단독으로 결정할 수 없는 사안이다.

서울시가 2030년까지 1만7500가구를 공급하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국토부의 제도 변경과 금융 규제 개선이 뒤따르지 않으면 실제 공급과 입주 확대에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오 시장은 "미리내집은 합리적인 주거비에 우수한 입지와 고품질 주택을 제공해 신혼부부의 삶의 질을 높이고, 실제 출산 결심까지 뒷받침하는 공공주택의 혁신 사례"라며 "무주택 서민과 중산층이 선호하는 고품질 공공주택을 지속적으로 확대해 나가겠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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