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트닉, 트럼프 앞에서 고려아연 직접 언급2024년 국감서 논란···MBK "중국 자본 5%"
미국이 핵심광물을 경제안보와 국가안보의 영역으로 규정하고 공급망 재편에 속도를 내면서 고려아연의 전략적 가치가 다시 부각되고 있다. 미국이 핵심광물의 채굴부터 제련·정제까지 자국 중심의 공급망 구축에 나선 가운데, 하워드 러트닉 미국 상무장관이 고려아연을 직접 언급했기 때문이다.
동시에 고려아연 경영권 인수를 추진해온 MBK파트너스의 자금 조달 구조도 다시 주목받고 있다. MBK가 지난 2024년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활용한 바이아웃 6호 펀드에 중국 국부펀드인 중국투자공사(CIC)가 유한책임사원(LP)으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이다.
핵심광물 공급망의 중요성이 커지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 역시 단순 기업 지배구조 문제를 넘어 자본의 성격과 공급망 안보 문제로 논의가 확장되고 있다.
美 상무장관, 트럼프 앞에서 'Korea Zinc' 직접 언급
러트닉 장관은 지난 7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DC 국무부에서 트럼프 대통령과 광업계 관계자들이 참석한 가운데 핵심광물 공급망 강화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 러트닉 장관은 "핵심광물은 경제적 문제 그 이상으로 국가안보의 문제"로 규정하며 미국의 핵심 제조 산업에서 주도권을 가지려면 이 같은 산업의 기반이 되는 원료를 외국의 적대국에 의존해서는 안 된다는 취지의 발언을 내놨다.
특히 미국 내 제련시설 투자 사례를 설명하는 과정에서 고려아연을 직접 거론했다. 러트닉 장관은 "목표는 단순히 더 많은 광물을 확보하는 것이 아니라 미국 땅에 완전한 산업 공급망을 구축하는 것"이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동맹국과의 협력 필요성도 강조했다. 그는 "전 세계에서 동맹의 범위를 확대하고 함께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며 공급망 확보와 글로벌 파트너십 강화에 나서겠다는 뜻을 밝혔다.
미국이 중국 등 특정 국가에 대한 핵심광물 의존도를 낮추는 과정에서 한국 기업인 고려아연의 제련 역량을 공급망 협력 사례로 언급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고려아연은 아연을 비롯해 구리·은·인듐 등 다양한 금속을 제련할 수 있는 비철금속 제련업체다. 핵심광물 확보 경쟁이 심화함에 따라 광물 자체뿐 아니라 안정적인 제련·정제 역량을 확보하는 것 역시 공급망 안보의 핵심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속 MBK 6호 펀드 '中 자본' 재조명
이런 가운데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MBK의 자금 조달 구조도 다시 관심을 받고 있다.
MBK가 영풍과 함께 2024년 고려아연 공개매수에 활용한 바이아웃 6호 펀드에는 중국 국부펀드 CIC가 LP로 참여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김광일 MBK파트너스 부회장은 2024년 국회 국정감사에서 바이아웃 6호 펀드에서 중국 자본이 차지하는 비중을 묻는 질문에 '5% 남짓'이라는 취지로 답변한 바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는 CIC가 해당 펀드에 약 4000억~5000억원을 출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CIC는 중국의 외환보유액을 기반으로 해외 자산에 투자하기 위해 2007년 설립된 국부펀드다.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에 출자하는 주요 기관투자자 가운데 하나로 꼽힌다.
CIC에는 과거 자원기업 투자 이력도 있다. CIC는 2009년 100% 자회사인 풀블룸인베스트먼트를 통해 캐나다 자원기업 텍리소스(Teck Resources)에 15억달러를 투자했다. 텍리소스는 아연과 구리 등을 생산하는 글로벌 광산기업이다. 당시 해당 투자를 장기적인 재무적 투자 목적으로 설명했다.
미 의회 산하 미·중경제안보검토위원회(USCC)는 2013년 보고서에서 CIC가 수익성을 중시하는 금융투자자를 표방하면서도 자원 분야에서 중국 국유기업과 이해관계를 같이하는 투자 사례가 있다고 분석했다.
다만 CIC의 텍리소스 투자와 MBK의 고려아연 공개매수 사이에 직접적인 연관성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고 한다.
MBK "중국 자본 비중 5% 수준 LP···경영 관여 없어"
MBK 측은 중국 자본을 둘러싼 우려에 대해 CIC가 바이아웃 6호 펀드 전체 약정액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약 5%에 불과하며, 펀드의 개별 투자나 투자기업 경영에는 관여하지 않는다는 입장이다.
바이아웃 6호 펀드의 주요 출자자는 각국 연기금과 글로벌 기관투자자 등으로 구성돼 있으며 CIC 역시 글로벌 사모펀드 시장에서 여러 운용사에 출자해온 기관투자자라는 설명이다. LP인 CIC가 펀드의 개별 투자 결정이나 투자기업 경영에 관여하지 않는다는 점을 강조하고 있다.
중국 자본 논란은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 초기부터 정치권에서도 제기돼왔다. 2024년 국정감사에서는 MBK 펀드의 중국 자본 비중과 고려아연의 기술 및 핵심자산이 중국계 자본과 연계될 경우 기술 유출 가능성이 있다는 우려가 제기된 바 있다.
쟁점은 CIC가 MBK 펀드에 출자했다는 사실 자체보다는 핵심광물과 제련기술을 보유한 기업의 경영권 거래에서 재무적 투자자의 국적과 자금 성격을 어디까지 고려해야 하느냐다.
특히 미국이 핵심광물을 국가안보의 문제로 규정하고 공급망의 탈중국화를 본격화하는 상황에서 고려아연을 둘러싼 경영권 분쟁에도 공급망과 경제안보라는 변수가 부각되고 있다.
고려아연의 전략적 가치가 커지고 있는 만큼, 고려아연 경영권 문제 역시 단순한 기업 지배구조를 넘어 자본의 출처와 성격까지 함께 살펴봐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다만 CIC의 MBK 펀드 출자가 고려아연의 경영이나 핵심기술 이전 등과 직접 연결됐다는 사실은 현재까지 확인되지 않았다. 고려아연 경영권을 둘러싼 논란은 기업 지배구조를 넘어 핵심광물 공급망과 경제안보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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