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이드카가 발동돼도 일반 투자자 거래는 그대로프로그램매매 원리부터 현·선물시장 관계까지 한눈에
국내 증시가 급등하거나 급락할 때마다 "사이드카가 발동됐다"는 뉴스를 자주 접하게 된다. 처음 투자하는 사람이라면 주식 거래가 모두 중단된다는 뜻인지, 지금 주식을 팔아야 한다는 신호인지 헷갈릴 수 있다.
하지만 사이드카는 일반 투자자의 주식 거래를 멈추는 제도가 아니다. 컴퓨터가 한꺼번에 내는 프로그램매매 호가의 효력을 잠시 정지해 시장 충격이 커지는 것을 막는 안전장치다. 사이드카를 이해하려면 먼저 프로그램매매부터 알아둘 필요가 있다.
컴퓨터가 대신 주문하는 '프로그램매매'
프로그램매매는 컴퓨터가 미리 입력된 조건에 따라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사고파는 거래 방식이다. 사람이 종목별로 하나씩 주문을 내는 것과 달리 컴퓨터는 여러 종목에 동시에 주문을 낼 수 있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갑자기 크게 떨어졌다고 가정해보자. 컴퓨터는 미리 입력된 조건에 따라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KB금융 등 코스피 대표 종목에 매도 주문을 한꺼번에 낸다. 여러 종목에 동시에 매도 주문이 쏟아지는 만큼 코스피도 빠르게 하락할 수 있다. 이 같은 프로그램매매는 코스피200뿐 아니라 코스닥150 시장에서도 같은 방식으로 이뤄진다.
프로그램매매는 크게 차익거래와 비차익거래로 나뉜다. 차익거래는 선물과 현물의 가격 차이를 이용해 수익을 얻는 거래다. 쉽게 말해 같은 상품인데 가격 차이가 발생하면 싼 것을 사고 비싼 것을 파는 방식이다.
비차익거래는 펀드나 상장지수펀드(ETF)를 운용하는 과정에서 많이 발생한다. 예를 들어 코스피200을 추종하는 ETF에 투자금이 대거 들어오면 운용사는 지수 비중에 맞춰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여러 종목을 한꺼번에 매수한다. 이처럼 여러 종목을 동시에 사고파는 주문도 프로그램매매에 해당한다.
한국거래소는 지수차익거래와 동일인이 일정 수 이상의 종목을 한꺼번에 거래하는 비차익거래를 프로그램매매로 분류한다. 유가증권시장에서는 코스피 구성 종목 15개 이상을 동시에 거래하는 비차익거래가 이에 해당한다.
왜 프로그램매매만 잠시 멈출까?
선물시장은 현물시장보다 미래를 먼저 반영하는 경우가 많다. 그래서 선물가격이 크게 움직이면 컴퓨터가 이를 감지해 현물시장에서도 대량 주문을 낸다.
예를 들어 미국에서 예상치 못한 악재가 발생해 코스피200 선물가격이 급락했다고 가정해보자. 이를 감지한 컴퓨터는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현대차 등 코스피 대표 종목에 매도 주문을 한꺼번에 낸다. 그러면 해당 종목들이 함께 하락하고 코스피도 빠르게 밀릴 수 있다. 코스닥150 시장에서도 같은 원리로 프로그램매매가 이뤄지며 코스닥지수에 영향을 줄 수 있다.
문제는 여기서 끝나지 않는다. 현물시장이 급락하는 모습을 본 투자자들이 불안감에 주식을 팔기 시작하면 시장은 더 크게 흔들릴 수 있다. 그러면 선물가격도 다시 영향을 받아 추가 하락하고, 컴퓨터는 또다시 대량 매도 주문을 낸다. 선물시장과 현물시장이 서로 영향을 주고받으며 하락세가 커지는 악순환이 생기는 것이다.
사이드카는 바로 이 과정에서 프로그램매매 호가의 효력을 5분간 정지한다. 쉽게 말해 컴퓨터의 대량 주문에 잠시 브레이크를 걸어 시장 충격이 한꺼번에 커지는 것을 막는 것이다.
이때 일반 투자자의 주식 거래는 평소처럼 계속된다. 멈추는 것은 프로그램매매 호가뿐이며 5분이 지나면 다시 정상적으로 거래된다.
프로그램 순매매와 외국인의 선물 매매 동향을 함께 살펴보면 시장의 수급 흐름을 파악하는 데 도움이 된다. 다만 이는 당시 시장 분위기를 보여주는 참고 지표일 뿐 앞으로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를 알려주는 신호는 아니다.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는 무엇이 다를까?
사이드카와 자주 헷갈리는 제도가 서킷브레이커다. 둘 다 시장이 급격하게 흔들릴 때 작동하는 안전장치지만 멈추는 범위가 다르다.
예를 들어 코스피나 코스닥이 갑작스러운 악재로 크게 급락했다고 가정해보자. 사이드카가 발동하면 컴퓨터의 프로그램매매 호가만 5분 동안 효력이 정지된다. 일반 투자자는 평소처럼 주식을 사고팔 수 있다.
반면 시장 전체에 공포가 확산돼 서킷브레이커가 발동하면 프로그램매매뿐 아니라 개인과 외국인, 기관을 포함한 시장 전체의 매매거래가 일시적으로 중단된다.
쉽게 말해 사이드카는 컴퓨터의 대량 주문에만 브레이크를 거는 장치이고, 서킷브레이커는 시장 전체를 잠시 멈추는 더 강한 안전장치다.
또 개별 종목의 주가가 짧은 시간에 급등하거나 급락하면 변동성완화장치(VI)가 작동한다. 즉 개별 종목은 VI, 프로그램매매는 사이드카, 시장 전체는 서킷브레이커가 각각 담당하는 셈이다.
사이드카가 발동하면 주식을 팔아야 할까?
사이드카가 발동했다고 해서 무조건 주식을 팔아야 하는 것은 아니다. 사이드카는 프로그램매매 호가의 효력을 일시적으로 정지하는 제도일 뿐 앞으로 주가가 오를지 내릴지를 알려주는 신호는 아니다. 실제로 사이드카가 발동한 뒤 시장이 반등하는 경우도 있고, 하락세가 이어지는 경우도 있다.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올해 들어 코스피와 코스닥 시장에서는 매수·매도 사이드카가 총 72차례 발동됐다. 다만 발동 횟수가 많다고 해서 이를 시장 방향을 예측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서는 안 된다.
거래소 관계자는 "사이드카는 가격의 등락 방향을 예측하거나 제어하는 장치가 아니라 현·선물 간의 급격한 영향 전이를 일시적으로 완화하기 위한 장치"라며 "발동 사실 자체를 매수 또는 매도의 신호로 해석해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뉴스웨이 이자경 기자
ljkee93@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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