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현대자동차그룹이 그리는 미래에서 로봇의 존재감은 갈수록 커지고 있다. 이를 가장 상징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올해 CES였다. 현대차그룹이 전면에 내세운 것은 신차보다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였다.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도 최근 "그룹은 전통적인 자동차 제조의 경계를 넘어 자율주행과 로보틱스, AI 팩토리 등을 아우르는 피지컬 AI 솔루션 기업으로 전환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남는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정말 현대차그룹이 미래를 걸 만큼 확실한 카드일까.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술력을 의심하는 사람은 많지 않다. 세계 최고 수준의 휴머노이드 로봇 기술을 보유했다는 평가도 이견이 없다. 문제는 기술이 아니라 사업성이다. 아무리 뛰어난 기술도 시장에서 수익으로 이어지지 못하면 기업의 미래를 책임질 성장동력이 될 수 없다.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지난 10여년은 이를 보여준다. 구글은 2013년 회사를 인수했지만 4년 만에 소프트뱅크에 매각했다. 상업화까지 상당한 시간이 걸린다는 판단 등이 배경으로 꼽혔다. 소프트뱅크 역시 손정의 회장이 직접 기술력을 높이 평가하며 인수했지만 3년 만에 현대차그룹에 경영권을 넘겼다. 당시 외신들은 보스턴다이나믹스가 높은 기술력과 화제성에도 지속 가능한 사업 모델을 구축하는 데 어려움을 겪었다고 평가했다.
결국 현대차그룹은 세계적인 기술기업과 글로벌 투자회사도 끝내 풀지 못한 '사업화'라는 숙제를 넘겨받은 셈이다.
물론 현대차그룹에는 구글과 소프트뱅크에 없던 강점이 있다. 바로 제조 현장이다. 현대차와 기아 공장은 매년 수백만 대의 자동차를 생산하는 세계적인 생산기지다. 아틀라스를 실제 생산 공정에 투입해 성능을 검증하고 생산성을 높일 수 있는 거대한 테스트베드이자 첫 번째 고객이 될 수 있다. 로봇을 개발하는 기업이면서 동시에 가장 큰 수요처를 보유한 것이다.
하지만 그것만으로 사업성이 증명되는 것은 아니다. 현대차그룹 공장에서 성과를 내는 것과 글로벌 제조업체들이 돈을 내고 같은 로봇을 도입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다. 결국 보스턴다이나믹스는 현대차그룹 내부를 넘어 외부 시장에서도 경쟁력을 입증해야 한다.
더욱이 상업화를 앞둔 시점에 핵심 인력 이탈이 이어지고 있다는 점도 부담이다. 30년 넘게 회사를 이끌었던 로버트 플레이터 최고경영자(CEO)가 올해 물러났고 22년 동안 아틀라스와 스팟 개발을 주도한 애런 손더스 최고기술책임자(CTO)는 구글 딥마인드로 자리를 옮겼다. 외신들은 이를 두고 '최고경영진 엑소더스(C-suite exodus)'라고 표현했다.
공교롭게도 현대차그룹은 현재 바로 그 구글 딥마인드와 손잡고 아틀라스의 인공지능(AI)을 고도화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경쟁의 중심이 하드웨어에서 AI로 이동하는 상황에서 핵심 인재 유출은 가볍게 넘길 문제가 아니다.
경쟁 환경도 녹록지 않다. 중국 유니트리를 비롯한 업체들은 가격 경쟁력과 공급망, 양산 능력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넓히고 있다. 로봇 경쟁이 화려한 움직임을 구현하는 기술에서 AI와 양산, 가격 경쟁력까지 아우르는 종합전으로 바뀐다면 보스턴다이나믹스가 쌓아온 기술적 우위도 계속 유지된다고 장담하기 어렵다.
그럼에도 현대차그룹은 최근 소프트뱅크가 보유한 잔여 지분까지 인수하기로 하며 보스턴다이나믹스에 대한 베팅을 한층 키웠다. 계약에 따른 권리 행사인 만큼 이를 소프트뱅크의 부정적인 평가로 해석할 수는 없다. 다만 휴머노이드 시장에 대한 기대감이 커지는 시점에 소프트뱅크가 추가 가치 상승보다 투자금 회수를 선택했다는 점은 곱씹어볼 만하다.
구글도 소프트뱅크도 보스턴다이나믹스의 기술력을 의심하지는 않았다. 그들이 끝내 풀지 못한 것은 기술이 아니라 사업성이었다.
이제 같은 질문이 현대차그룹 앞에 놓였다. 아틀라스가 얼마나 잘 걷느냐보다 중요한 것은 얼마나 잘 팔리느냐다. 휴머노이드 시장의 승자는 가장 뛰어난 기술을 가진 기업이 아니라 가장 먼저 지속 가능한 수익 모델을 만든 기업이 될 가능성이 크다. 현대차그룹이 증명해야 할 것도 결국 기술이 아니라 사업 성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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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권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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