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 계열사 실적 동반 개선···성장 투자 체력 확보엔비디아 협력 확대 힘입어 '신사업' 체제 속도 높여계열사 역량 묶은 '원팀'···B2B 체질 전환 가속
LG그룹이 인공지능(AI)과 로봇을 미래 성장축으로 세우고 사업 전환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엔비디아와 협력을 지렛대로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부터 휴머노이드 로봇까지 그룹 역량을 결집하며 고부가 B2B 사업 확대에 나섰다.
28일 업계에 따르면 LG 주요 계열사들은 최근 AI 인프라와 피지컬 AI 분야에서 사업 확장 속도를 높이고 있다. LG전자의 냉각 솔루션, LG이노텍의 센싱 부품, LG디스플레이의 로봇용 디스플레이,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LG CNS의 AI·로봇 플랫폼 등 계열사별 기술을 하나로 묶어 새로운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전략이다.
그룹 차원의 변화는 실적 회복을 기반으로 한다. LG전자는 2분기 매출 23조8297억원, 영업이익 1조5788억원을 기록했다.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2분기 최대치다. 상반기 누적 기준으로도 역대 최대 실적을 달성하며 그룹의 실적 회복을 이끌었다.
LG이노텍은 전년 동기 대비 2057% 증가한 245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수익성을 대폭 끌어올렸고, LG디스플레이는 1077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지만 희망퇴직 등 일회성 비용 2400억원을 제외하면 본업에서는 1300억원대 흑자를 낸 것으로 추산된다. LG에너지솔루션도 1133억원의 영업이익을 거두며 두 분기 연속 이어진 적자에서 벗어났다.
아직 실적을 발표하지 않은 LG화학도 흑자 전환이 예상된다. 증권가는 LG화학이 2분기 3808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하며 전 분기 적자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고 있다.
주요 계열사의 실적이 동반 개선되면서 업계에서는 LG그룹이 그동안의 부진을 털고 다시 성장 투자를 확대할 수 있는 체력을 확보했다는 평가가 나온다. 가전 수요 둔화와 전기차 캐즘, 디스플레이 업황 부진 등 각 사업을 짓눌렀던 불확실성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사업 경쟁력과 비용 구조가 동시에 개선되면서 미래 사업에 투입할 여력이 커졌다는 분석이다.
재계 관계자는 "그동안 LG가 비주력 사업을 정리하고 고정비를 줄이는 데 집중했다면 이제는 확보한 수익성을 성장 사업에 재투자해야 할 시점"이라며 "이번 실적 회복은 단순한 숫자 개선을 넘어 사업 포트폴리오 전환을 본격화하는 신호로 볼 수 있다"고 말했다.
회복한 실적 체력을 바탕으로 LG그룹이 속도를 내고자 하는 분야는 AI 데이터센터와 피지컬 AI다.
LG는 기존에도 냉난방공조와 로봇, 전장 등 신사업을 육성해왔지만 최근에는 엔비디아와의 협력을 통해 기술 개발과 글로벌 시장 진입을 앞당기는 모습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이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를 직접 만난 데 이어 주요 계열사 경영진도 미국을 찾아 협력 방안을 논의하는 등 그룹 차원의 움직임도 빨라지고 있다.
우선 AI 데이터센터 분야에서는 LG전자의 600㎾급 냉각수분배장치(CDU)가 최근 엔비디아의 품질 인증을 획득하면서 글로벌 시장 진입을 위한 첫 단추를 끼웠다. 글로벌 데이터센터 사업자와 서버 기업들이 엔비디아의 기술 규격을 중심으로 인프라를 구축하는 만큼 LG전자가 엔비디아 생태계 안에서 실제 수주 경쟁에 참여할 수 있는 신뢰 기반을 마련했다는 의미가 크다.
또 다른 축은 로봇이다. 엔비디아가 로봇의 학습과 판단을 담당하는 AI 모델과 시뮬레이션 플랫폼을 제공하면 LG가 이를 로봇과 제조 현장에 구현하는 방식이다. LG전자는 로봇 완제품과 구동·제어 기술에 엔비디아의 아이작과 그루트, 코스모스를 접목해 개발 효율과 성능을 높이고 양사 공동 레퍼런스 로봇도 개발할 계획이다.
로봇 사업에서는 LG그룹이 강조하는 '원팀' 전략도 구체화되고 있다. LG이노텍은 엔비디아의 개발환경과 GPU 아키텍처에 최적화된 카메라·센싱 모듈을 개발해 로봇의 '눈'을 맡고, LG CNS는 엔비디아의 로보틱스 기술을 산업용 로봇 플랫폼 '피지컬웍스'에 적용해 제조·물류 현장 도입을 지원한다.
여기에 LG디스플레이의 로봇용 P-OLED와 LG에너지솔루션의 배터리, LG AI연구원의 AI 모델까지 더해지면 로봇의 두뇌부터 눈과 얼굴, 동력원, 완제품까지 그룹 내부에서 연결하는 '피지컬 AI 풀스택'을 구축할 수 있다. 이처럼 계열사별 역량을 하나로 묶으면 계열사 간 공동 수주를 통해 사업 규모를 키우는 동시에 단품 판매 중심의 구조보다 높은 부가가치와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확보할 수 있게 된다.
이 같은 사업 확장으로 LG그룹이 추진해온 B2B 중심의 사업 구조 전환 또한 힘을 실릴 전망이다. 전통적으로 소비자 대상 사업 비중이 컸던 LG는 전장과 HVAC, 배터리, IT 서비스 등으로 영역을 넓혀 현재 그룹 전체 매출의 약 67%를 B2B에서 올리고 있다. 장기 공급 계약과 유지보수 수요가 뒤따르는 AI 데이터센터와 산업용 로봇 사업이 확대되면 체질 전환에도 한층 속도가 붙을 것이라는 관측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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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고지혜 기자
kohjihye@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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