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략적 투자자·글로벌 기관투자자 동시 지분 확대FA-50·KF-21 앞세운 항공우주 플랫폼 경쟁력 주목수은 지분 향배 따라 지배구조 변화 가능성도 관심
세계 최대 자산운용사 블랙록과 한화그룹이 올해 들어 잇달아 한국항공우주산업(KAI) 지분을 확대하면서 KAI를 둘러싼 주주 지형이 빠르게 재편되는 양상이다. 지분 확대 목적은 다르지만 전략적 투자자(SI)와 글로벌 기관투자자(FI)가 동시에 KAI에 베팅했다는 점에서 시장은 이를 국내 대표 방산기업을 넘어 글로벌 항공우주 플랫폼으로서의 가치가 재조명되는 신호로 받아들이고 있다.
22일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에 따르면 블랙록은 최근 KAI 지분 5.02%를 보유했다고 공시했다. 기존 4.95%에서 5%를 넘어서며 자본시장법상 대량보유 공시 대상이 됐다. 블랙록은 보유 목적을 '단순 투자'라고 명시했다.
한화그룹도 KAI 지분 확대에 속도를 높이고 있다. 한화에어로스페이스는 지난 5월 보유 목적을 '경영 참여'로 변경했고 연말까지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 기준인 15% 안팎까지 지분을 확대할 방침이다.
시장이 주목하는 것은 누가 얼마나 샀느냐보다 서로 다른 투자자가 같은 결론을 내렸다는 점이다. 블랙록은 장기 수익을 노리는 재무적 투자자이고 한화는 사업 시너지를 겨냥한 전략적 투자자다. 접근 방식은 다르지만 두 투자자가 동시에 KAI 비중을 늘렸다는 것은 KAI의 기업가치와 성장 가능성에 대한 시장의 평가가 달라지고 있음을 시사한다는 분석이다.
그 배경에는 글로벌 방산 산업의 구조 변화가 자리하고 있다. 세계 방산 시장은 개별 무기체계 경쟁에서 항공기 개발과 생산, 유지·보수(MRO), 후속 군수지원까지 아우르는 플랫폼 경쟁으로 빠르게 옮겨가고 있다.
KAI는 FA-50 경공격기 수출 확대와 KF-21 양산을 앞둔 국내 유일의 완제기 체계종합업체다. 항공 플랫폼을 보유한 기업은 세계적으로도 많지 않다. 방산 수출이 늘어날수록 단순 기체 판매를 넘어 유지·보수와 성능개량, 후속 지원까지 장기간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구조여서 전략적 가치가 갈수록 부각되고 있다.
이 같은 변화는 한화의 투자 전략과도 궤를 같이한다. 한화는 항공엔진과 항전장비, 레이더, 위성, 발사체 등 핵심 기술을 확보하고 있지만 완제기 플랫폼은 KAI가 담당한다. 업계에서는 양사의 역량이 결합될 경우 항공·우주·방산을 아우르는 통합 경쟁력이 한층 배가될 것으로 보고 있다.
블랙록의 지분 확대 역시 단순한 재무 투자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는 해석이다. 글로벌 기관투자자들은 장기 성장성이 높은 산업에 선제적으로 투자하는 경향이 강하다. AI와 우주 산업 확대로 항공우주 산업의 전략적 중요성이 커지는 가운데 KAI 역시 장기 성장 자산으로 평가받고 있다는 분석이 힘을 얻고 있다.
시장에서는 앞으로의 변수로 한국수출입은행이 보유한 26.41%의 지분을 주목하고 있다. 현재 정부 차원의 민영화 논의는 없지만 수은 지분의 향배에 따라 향후 지배구조에도 변화가 생길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정부가 일정 지분을 유지한 채 한화의 영향력이 커지는 방안과 현재의 2대 주주 체제를 유지하면서 전략적 협력을 확대하는 방안 등이 유력한 시나리오로 거론된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지분 확대는 단순한 투자라기보다 KAI를 바라보는 시장의 시각이 달라지고 있다는 점을 보여준다"며 "국내 유일의 항공 플랫폼 기업이라는 희소성이 앞으로 기업가치를 결정하는 핵심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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