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환경비용 줄이고 조업손실 지운 영풍···'고의 회계' 판단에 204억 철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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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비용 줄이고 조업손실 지운 영풍···'고의 회계' 판단에 204억 철퇴

등록 2026.07.17 08:08

신지훈

  기자

회계 사건 사상 최대 과징금전 대표 해임 권고 상당 조치기업 신뢰·환경책임 투명성 부각

영풍 석포제련소. 사진=독자 제공영풍 석포제련소. 사진=독자 제공

영풍이 204억원이라는 역대 최대 회계 과징금의 불명예를 안았다. 금융당국이 문제 삼은 것은 단순한 숫자 몇 줄의 오류가 아니었다. 기업이 부담해야 할 환경 비용을 축소하고 생산 차질에 따른 손실까지 재무제표에서 덜어냈다는 판단이었다. 금융위원회는 영풍의 회계 처리를 단순한 추정 차이가 아닌 '고의'에 의한 회계처리 기준 위반으로 결론 내리고 전 대표이사에 대해서도 해임 권고 상당 조치를 결정했다.

금융위는 지난 15일 제13차 회의를 열고 영풍의 회계처리 기준 위반에 대한 제재안을 의결했다.

이번 사안의 핵심은 석포제련소의 환경 정화 의무와 조업정지에 따른 손실 영향을 재무제표에 어떻게 반영했는지다.

금융당국은 영풍이 법적 의무가 발생한 환경 정화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고 자산 손상 평가 과정에서도 불리한 경영 요인을 제외했다고 판단했다.

영풍은 석포제련소 주변 오염 토양과 지하수 정화 의무가 발생했음에도 관련 충당부채를 적정 수준으로 반영하지 않았다.

충당부채는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비용을 현재 재무제표에 반영하는 회계 항목이다. 이를 줄이면 비용과 부채가 감소해 기업의 재무 상태가 실제보다 양호하게 보이는 효과가 발생한다.

금융당국에 따르면 영풍은 2021~2022년 법적 정화 의무가 명확한 환경 비용을 충당부채로 인식하지 않았다. 2023~2024년에도 법규상 인정되지 않는 정화 방식을 적용해 충당부채 규모를 축소했다.

대상에는 석포제련소 주변 임야의 오염 토양과 제련소 1·2공장 건축물 하부 오염 토양, 지하수 정화 비용 등이 포함됐다.

앞서 영풍 석포제련소는 중금속인 카드뮴을 낙동강에 유출해 환경부로부터 281억원의 과징금을 부과받았다. 환경 정화 의무가 발생했지만 이에 따른 미래 비용을 재무제표에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다는 것이 당국의 판단이다.

특히 금융당국이 중대한 문제로 본 부분은 조업정지 효과를 반영한 자산 손상 평가 과정이다.

영풍은 2023년 자산손상 평가 과정에서 석포제련소 조업정지에 따른 손익 영향을 미래현금흐름 산정에서 제외했다.

금융당국은 생산 차질과 수익 감소라는 불리한 요인을 반영하지 않아 손상차손이 축소됐다고 판단했다.

기업의 자산 가치는 미래에 창출할 수 있는 현금 흐름을 기반으로 평가한다.

생산 중단이나 영업 차질은 기업 가치 하락 요인이지만 이를 제외하면 재무제표상 자산 가치가 실제보다 높게 평가될 수 있다.

이번 제재가 단순한 회계 추정 차이가 아닌 '고의' 회계 위반으로 판단된 배경이다.

앞서 영풍 측은 해당 회계 처리가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K-IFRS)의 적용과 해석 과정에서 발생할 수 있는 '추정의 영역'이라고 주장했다.

환경 정화 비용은 미래 발생 규모를 예측해야 하는 만큼 전문가 사이에서도 판단 차이가 있을 수 있다는 입장이었다.

하지만 금융당국은 법적 의무가 발생한 환경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았고 손상 평가 과정에서도 불리한 요소를 임의로 제외했다고 봤다.

회계처리 기준 위반 수준도 '중과실'이 아닌 '고의'로 결정됐다. 회계 위반 행위는 과실·중과실·고의로 구분되며 대표이사 해임 권고 상당 조치는 고의 위반에 해당할 때 내려지는 강한 제재다.

외부감사인인 대주회계법인도 책임을 피하지 못했다. 토양 정화 관련 충당부채 감사 과정에서 필요한 절차를 충분히 수행하지 않은 것으로 판단돼 제재 대상이 됐다.

이번 제재는 고려아연과 비교하면 영풍의 회계 위반 정도가 더 무겁게 평가됐다는 점에서도 주목된다.

금융위는 같은 날 회계처리 기준을 위반한 고려아연에도 84억2810만원의 과징금을 부과했다.

고려아연은 금융상품과 관계기업 투자 가치 하락에도 평가 손실을 제대로 반영하지 않았고 해외 종속회사 영업권 손상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다만 과징금 규모는 영풍의 약 3분의 1 수준이었다. 환경 비용과 미래 손실을 재무제표에 반영하지 않은 행위에 대해 당국이 더 엄중한 판단을 내렸다는 의미다.

이번 사건은 기업 회계에서 환경 리스크 관리가 핵심 경영 변수로 떠올랐다는 점도 보여준다.

과거에는 환경 관련 비용을 미래 부담으로 보는 시각이 강했지만 환경 규제 강화와 투자자들의 요구가 커지면서 환경 의무와 잠재 손실을 얼마나 투명하게 반영하는지가 기업 신뢰도를 좌우하는 요소가 됐다.

금융권 관계자는 "이번 제재의 본질은 회계 숫자의 문제가 아니라 기업이 부담해야 할 위험을 재무제표에 제대로 반영했는지 여부"라며 "환경 비용과 잠재 손실을 축소하는 회계 관행에 대한 경고 성격이 강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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