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녀 서민정, 장기 휴직·계열사 지분 정리차녀 서호정, 오설록 입사·제품 개발 본격화지분 증여·전환우선주 변화, 승계구도 재조명
아모레퍼시픽그룹 3세 경영 구도에 재계의 관심이 다시 쏠리고 있다. 오랫동안 후계 구도의 중심에 있었던 장녀가 장기 휴직을 이어가는 사이 차녀가 그룹 경영에 발을 들이면서 두 자매의 엇갈린 행보에 시선이 모이고 있다.
22일 재계에 따르면 서경배 아모레퍼시픽그룹 회장의 장녀인 서민정씨는 2023년 7월 휴직에 들어간 이후 현재까지 경영 일선에 복귀하지 않고 있다.
그동안 재계에서는 장녀를 사실상 유력한 후계자로 보는 시각이 우세했다. 그는 미국 코넬대 경제학과를 졸업한 뒤 글로벌 컨설팅사 베인앤드컴퍼니를 거쳐 2017년 아모레퍼시픽에 입사했고 중국 장강상학원 MBA 과정을 마친 뒤 2019년 재입사해 럭셔리 브랜드 조직에서 근무했다. 서경배 회장으로부터 일찌감치 지분을 증여받아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주요 주주에 오른 점도 후계자 관측에 힘을 실었다.
하지만 2020년대 들어 분위기가 달라지기 시작했다. 장녀는 2020년 보광창업투자 회장의 장남과 결혼했으나 약 8개월 만에 이혼했다. 이후 회사 업무를 이어갔지만 2023년 휴직에 들어간 뒤 현재까지 복귀하지 않고 있다.
지분 구조에도 변화가 있었다. 장녀가 보유했던 에뛰드와 에스쁘아 지분은 2022년 감자 과정에서 전량 소각됐고 2023년에는 이니스프리 지분 일부를 처분했다. 유력 후계자로 평가받던 인물이 경영 현장을 떠난 데 이어 주요 계열사 지분에도 변화가 나타나면서 시장에서는 기존의 장녀 중심 승계 구도를 다시 바라보기 시작했다.
반면 차녀의 행보는 본격화되고 있다. 1995년생인 서호정씨는 지난해 7월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자회사인 오설록에 신입사원으로 입사하며 처음으로 그룹 경영에 참여했다. 미국 코넬대 호텔경영학과를 졸업한 그는 현재 오설록 PD(Product Development)팀에서 제품 개발과 마케팅 업무를 맡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측은 "내부 신입사원 채용 절차를 거쳐 본인의 전공과 연관된 조직에 입사했으며 현재 직무상 변동 사항은 없다"고 설명했다.
재계에서는 차녀가 첫 경영 무대로 오설록을 선택한 점에도 주목하고 있다. 오설록은 그룹 내 유일한 식품 계열사이자 최근 성장세가 두드러진 비화장품 사업 가운데 하나다. 2019년 독립법인 출범 이후 매출은 2020년 477억원에서 지난해 1109억원으로 두 배 이상 증가했고 영업이익도 115억원을 기록했다.
지분 기반 역시 확대되고 있다. 서경배 회장은 2021년과 2023년에 이어 올해도 차녀에게 아모레퍼시픽 주식을 증여했다. 올해 증여한 보통주 19만주의 가치는 당시 시가 기준 약 300억원 수준이다. 이에 따라 그는 아모레퍼시픽홀딩스에 이어 그룹 핵심 사업회사인 아모레퍼시픽 지분도 보유하게 됐다.
특히 시장에서는 차녀가 보유한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전환우선주에 주목하고 있다. 해당 우선주는 2029년 보통주로 전환될 예정으로, 전환이 이뤄질 경우 의결권 있는 지분율이 확대될 수 있어 향후 지배구조 변화의 변수로 꼽힌다.
다만 회사 측은 승계 확대 해석에는 선을 긋고 있다. 아모레퍼시픽 관계자는 "2023년 증여받은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주식에 대한 증여세를 연부연납 중"이라며 "이번 증여 역시 관련 세금 납부 재원 마련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실제로 차녀는 이후 일부 주식을 장내 매각했다.
최근 결혼 역시 재계의 관심을 키웠다. 서호정 씨는 지난 21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결혼식을 올렸다. 배우자는 외국계 기업에서 투자·경영 컨설팅 업무를 담당하는 인물로 알려졌다.
다만 현재 단계에서 특정인을 후계자로 단정하기는 어렵다는 시각도 적지 않다. 장녀가 여전히 아모레퍼시픽홀딩스 주요 주주 지위를 유지하고 있고 향후 경영 복귀 가능성도 열려 있기 때문이다.
재계 관계자는 "장녀의 경영 공백이 길어지는 가운데 차녀가 경영 참여와 지분 확보를 동시에 진행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한 변화"라며 "향후 추가 지분 이전과 경영 활동 범위에 따라 아모레퍼시픽 3세 경영 구도의 윤곽이 보다 뚜렷해질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양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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