토양·지하수 정화충당부채 수년간 과소계상감사위원장 독립성 미흡, 감사위원 전문성 논란"감사위, 위반 경위·책임소재 조사해 공개해야"
증권선물위원회가 영풍의 회계처리기준 위반 사실을 공개하고 중징계를 의결하면서 감사위원회의 감독 기능이 제대로 작동했는지를 둘러싼 논란이 커지고 있다.
1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증권선물위원회(증선위)는 지난 10일 영풍 사업보고서 등에 대한 조사·감리 결과를 공개하고 과징금 부과, 3년간 감사인 지정, 전임 대표이사 해임권고 상당, 담당 임원 및 전직 담당 임원 해임(면직) 권고와 직무정지 6개월, 시정요구 등의 조치를 의결했다.
주요 지적 사항은 제련소 주변 임야 및 제련소 하부 토양정화충당부채 과소계상, 지하수정화충당부채 과소계상, 제련소 유형자산 손상차손 과소계상 등이다.
특히 전임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면직)권고 상당 조치가 포함된 점은 금융당국이 사안을 중대하게 판단했음을 보여준다는 평가가 나온다.
회계업계에 따르면 외부감사 및 회계 등에 관한 규정의 심사·감리 결과, 조치양정기준상 대표이사 해임(면직) 권고는 고의 1단계와 2단계에만 부과된다. 문제가 된 회계처리가 이뤄진 시기의 대표이사가 이미 퇴임한 상태여서 현직 대표이사에 대한 해임권고 대신 전임 대표이사 해임(면직) 권고 상당 조치가 내려졌다는 분석이다.
증선위 자료에 따르면 영풍은 제련소 주변지역 오염토양 정화명령과 관련해 법적 정화의무가 명확함에도 2021~2022년 충당부채를 인식하지 않았다. 2023~2024년에는 관련 법규상 허용되지 않는 정화방식을 적용해 충당부채를 산정했다. 제련소 하부 오염토양 역시 충당부채 인식 요건을 충족했음에도 관련 부채를 반영하지 않은 것으로 지적됐다.
회계업계는 영풍이 2021년부터 2024년까지 매년 1000~2000억원대 정화 관련 충당부채를 적절히 반영하지 않은 조치의 수위를 고려할 때 금융당국이 사안을 매우 중대하게 인식한 것으로 해석하고 있다.
금융위원회 보도자료에 따르면 영풍의 지하수정화충당부채 과소계상 금액은 2023년과 2024년 각각 1114억원에 달했다.
영풍은 2019년 지하수 오염방지명령에 따라 제련소 오염 지하수에 대한 법적 정화 의무를 부담하게 됐다. 그러나 향후 정화 과정에서 발생할 전체 비용을 합리적으로 추정해 충당부채로 인식해야 했지만 정화업체와 체결한 실제 계약금액만 반영해 충당부채를 과소계상했다는 것이 증선위의 판단이다.
이 같은 결과가 나오면서 감사위원회의 업무 수행이 적절했는지에 대한 의문도 커지고 있다.
영풍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감사위원회는 이사 등에 대한 영업보고 요구, 회사 업무 및 재산상태 조사, 재무제표의 이사회 승인 동의 등의 권한을 보유하고 있다. 감사위원회는 전체 주주를 대신해 경영진의 업무집행과 회계처리, 내부통제 전반을 감시하는 독립 감독기구다. 그러나 금융당국의 중징계로 이어질 때까지 이러한 기능이 실질적으로 작동했는지에 대한 의문이 제기되고 있다.
일각에서는 2021~2024년 감사위원회의 인적 구성 측면에서도 독립성과 전문성에 의문을 제기하고 있다. 2021년 감사위원이었던 A 사외이사는 2022년 4월부터 감사위원장을 맡았다.
좋은기업지배구조연구소(CGCG)는 2023년 영풍 정기주주총회 의안 분석 보고서에서 "1947년생인 A 후보는 지배주주 일가이자 영풍그룹 동일인인 장형진 명예회장과 같은 해인 1970년 OOO 상학과를 졸업한 것으로 알려졌다"며 "지배주주와 동일 시기 대학에 재학한 경우 사외이사로서 독립성에 문제가 있다고 판단해 반대를 권고한다"고 밝힌 바 있다.
또 다른 감사위원인 B 사외이사에 대해서는 회계·재무 분야 전문성과 경영감시 역량 측면에서 적정성을 둘러싼 의문도 제기된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B 사외이사는 방송연출가(PD) 출신으로 교향악단 사장 등을 역임했으며, 영풍은 기업지배구조보고서에서 그의 전문 분야를 '사회공헌'으로 기재했다.
업계에서는 감사위원회가 충당부채 과소계상 등 회계처리기준 위반과 관련해 해당 회계처리 과정에서 어떤 보고를 받았고 어떤 검토를 수행했는지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고 지적한다.
환경단체와 시민단체 등을 중심으로 책임자에 대한 법적·행정적 조치와 함께 내부통제 및 회계관리 시스템 개선 방안을 공개해야 한다는 요구도 제기되고 있다.
시장 일각에서는 감사위원회가 회계처리기준 위반의 경위와 책임소재를 조사해 주주들에게 투명하게 사실관계를 공개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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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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