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로나19 이후 STI·HPV 중심 검사 시장 확대국내외 정책 변화, 자가채취 검사 허용 가속자기 관리 수요 확대가 성 건강 진단 수요 자극
피부 관리와 체형 관리, 항노화 등 웰니스 산업의 폭발적인 성장이 진단업계의 새로운 성장축으로 이어지고 있다. 코로나19 엔데믹 이후 호흡기 질환 진단 의존도를 낮춰야 했던 체외진단 기업이 최근 성매개감염(STI)과 인유두종바이러스(HPV) 검사 시장으로 빠르게 눈을 돌리는 모습이다.
1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러한 흐름은 의료관광 등 소비 데이터에서도 엿보인다. 한국관광공사 통계를 보면 2026년 1분기 외국인 의료관광 소비는 전년 동기 대비 33.2% 증가했다. 소비 비중은 피부과(55.7%), 성형외과(21.1%), 약국(10.5%) 순으로 높았으며, 특히 약국 소비는 같은 기간 196.8% 급증했다. 이는 피부·미용 시술이 단순히 병원 안에서 끝나지 않고, 사후관리 제품과 K-뷰티 소비 등 일상적인 자기 관리 영역으로 크게 확장되고 있음을 시사한다.
제약·바이오 업계가 주목하는 지점은 이 같은 자기 관리 트렌드가 STI와 HPV 진단 시장의 문턱까지 낮추고 있다는 점이다. 다올투자증권은 최근 보고서를 통해 성생활에 대한 인식이 출산 중심에서 삶의 질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고 분석했다. 아울러 웰에이징 열풍, GLP-1 기반의 체형 관리, 미용 시술 확대 등 활발해진 사회적 활동성과 자기 관리 수요가 자연스럽게 성 건강 검진 수요를 자극하는 간접 변수로 작용하고 있다고 짚었다.
글로벌 감염 지표 역시 진단 수요 확대를 뒷받침하는 핵심 요인이다. 세계보건기구(WHO)에 따르면 15~49세 인구에서 치료 가능한 성매개감염이 매일 100만 건 이상 새롭게 발생하고 있으며, 2022년 기준 성인 매독 감염은 약 800만 건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된다. 유럽질병예방통제센터(ECDC) 역시 최근 보고서를 통해 임질 및 매독 감염 사례가 과거 대비 두 배 이상 급증하는 등 뚜렷한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고 경고했다.
정책 방향도 검사 접근성을 대폭 높이는 쪽으로 움직이고 있다. WHO는 2030년까지 '90-70-90(15세 이전 여아 HPV 백신 접종률 90%, 35·45세 여성 고성능 검사 참여율 70%, 침윤암 치료율 90%)' 자궁경부암 퇴치 전략을 적극 추진 중이다. 이에 발맞춰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2024년 로슈(Roche)와 BD(Becton Dickinson)의 HPV 검사에 대해 의료기관 내 자가채취 질 검체 사용을 승인하며 제도적 빗장을 풀었다.
국내에서도 제도적 변화가 본격화되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성병, 마약류, 독감 등 선별 검사 분야에 대해 자가검사용 체외진단의료기기 품목 신설을 추진하며 클라미디아, 임질, 매독 등을 검사 항목에 포함시키는 방안을 논의했다. 자가검사가 보조적 선별 수단으로 안착할 경우, 양성 확인 후 의료기관의 PCR 정밀검사로 이어지는 선순환 구조가 정착돼 전체 검사 물량이 크게 늘어날 전망이다.
국내 상장사 중에서는 다중진단 기술에 강점을 지닌 씨젠이 대표적인 수혜 기업으로 거론된다. 씨젠은 멀티플렉스 PCR 기술을 바탕으로 클라미디아, 임질, 마이코플라즈마 등 STI 다중검사 제품군을 구축했다. 씨젠의 2026년 1분기 비호흡기 부문(GI·HPV·STI 등)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32.6% 증가했으며, 소화기(GI), 인유두종바이러스(HPV), 성매개감염증(STI) 제품군이 각각 30% 이상의 성장률을 보였다. 해당 기간 영업이익률은 18.2%를 기록했다.
자궁경부암 진단 분야에서는 바이오다인이 글로벌 진단기업 로슈의 검진 체계에 독자적인 액상세포검사(LBC) 전처리 기술을 공급하고 있다. 바이오다인의 2025년 매출액은 약 70억 원으로 전년 대비 33.3% 증가했으며, 영업이익은 6억5225만 원을 기록하며 전년도 영업손실에서 흑자 전환에 성공했다. 증권가에서는 HPV 1차 선별검사와 자가채취가 보편화될수록 분자진단뿐만 아니라 관련 세포진단 검사량도 동반 상승할 것으로 내다본다.
관건은 제도화 속도와 사후 진료 연계성이다. 자가검사 키트가 병원 방문의 심리적 장벽을 낮추는 데는 효과적이지만, 검체 채취 과정의 오류나 위양성·위음성 문제 등 과제가 남아있다.
업계 관계자는 "STI·HPV 진단 시장이 과거의 일회성 감염 확인에서 벗어나 일상적인 반복 예방검진 시장으로 전환된다면, 코로나19 이후 성장 공백을 겪었던 국내 진단기업이 재평가받는 요인이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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