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상승장에 취한 개미들···신용융자 38조원의 경고

오피니언 기자수첩

상승장에 취한 개미들···신용융자 38조원의 경고

등록 2026.06.10 14:19

이자경

  기자

주가 고공행진에 투자자 신용거래 급증시장 변동에 반대매매 우려 현실화

reporter

"설명할 시간이 없어, 빨리 타." 올해 증시 상승장에서 온라인 커뮤니티를 달군 대표적인 문구다. 코스피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자 시장에는 지금이라도 올라타야 한다는 분위기가 퍼졌다. 그 결과 신용거래융자 잔고는 최근 38조원 수준까지 불어났다. 투자자들이 빚을 내 주식에 투자하는 이른바 '빚투'가 역대 최고 수준까지 늘어난 것이다.

물론 투자자들만 탓할 수는 없다. 월급만으로 자산을 불리기 어려운 현실에서 투자 자체는 자연스러운 선택이다. 집값과 생활비 부담은 커졌고 자산 격차는 더 벌어졌다. 남들은 벌고 있는데 나만 뒤처질 수 없다는 포모(FOMO) 심리도 빚투를 부추겼다.

문제는 신용이 쌓이는 속도다. 상승장에서는 빚이 잘 보이지 않는다. 주가가 오르면 수익도 커지기 때문이다. 투자자 입장에서는 이자 부담보다 수익이 더 크게 느껴진다. 시장이 오를수록 신용은 위험이 아니라 기회처럼 보인다.

실제로 최근 증시에서는 인공지능(AI) 수혜주와 단일종목 레버리지 ETF로 자금이 몰렸다. 상승장이 이어지자 위험보다 수익이 먼저 보였고 신용을 활용한 투자도 빠르게 늘어났다.

코스피는 지난 8일 장중 8% 넘게 급락하며 매도 사이드카와 서킷브레이커가 잇달아 발동됐다. 시장 변동성이 커진 지난 5일과 8일에는 반대매매 청산 규모도 3000억원 수준까지 늘었다.

빚투가 무서운 이유도 여기에 있다. 주가가 하락하면 신용으로 산 주식은 가장 먼저 흔들린다. 담보 비율이 무너지면 투자자의 의사와 관계없이 주식이 강제로 처분된다. 개인의 손실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시장에 추가 매도 물량이 쏟아지면서 하락을 더 키우는 악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

코스피는 단기 급락 이후 8000선을 회복했다. 하지만 신용거래융자 규모는 여전히 높은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지수가 회복됐다고 해서 시장에 쌓인 위험까지 사라진 것은 아니다.

상승장에서는 누구나 수익률에 눈이 간다. 그러나 시장이 흔들리는 순간 가장 먼저 투자자를 압박하는 것도 신용이다. 지금 시장이 경계해야 할 것은 코스피 8000선의 향방보다 역대 최고 수준까지 불어난 빚투 규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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