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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지는 전세, 커지는 코리빙

등록 2026.06.02 16:09

박상훈

  기자

전세사기 여파 임대주택 트렌드 변화공유주거 기업 투자·프로젝트 확대 글로벌 기관투자자 국내 진출 활발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전세 중심이던 국내 임대차 시장이 빠르게 월세 구조로 재편되면서 코리빙(Co-Living·공유주거)이 새로운 주거 대안으로 부상하고 있다. 전세사기 사태 이후 청년층을 중심으로 '탈전세' 현상이 확산된 데다 1인 가구 증가와 유연 거주 수요 확대가 맞물리면서 기업형 임대주택인 코리빙 시장도 빠르게 성장하는 모습이다.

2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코리빙 시장 확대의 배경에는 단순한 주거 트렌드 변화가 아닌 임대차 시장 구조 변화가 자리 잡고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과거 주거 사다리 역할을 했던 전세가 위축되고 월세 비중이 확대되면서 새로운 형태의 임대주택 수요가 늘고 있다는 것이다.

전세시장은 오랫동안 국내 주거시장의 핵심 축이었다. 하지만 최근 몇 년간 전세사기 사태가 잇따르면서 비아파트 전세에 대한 불신이 커졌고 전세대출 규제 강화와 금리 부담도 전세 수요 감소에 영향을 미쳤다. 이에 따라 청년층을 중심으로 전세보다 월세를 선호하는 현상이 확산되고 있다.

특히 1인 가구 증가도 주거시장 변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서울의 경우 1인 가구 비중이 전체 가구의 약 40%에 육박한다. 직주근접성과 생활 편의성을 중시하는 청년층은 단순히 거주 공간을 확보하는 것보다 교통과 업무, 커뮤니티 기능을 함께 누릴 수 있는 주거 환경을 선호하는 경향이 강해지고 있다.

이 같은 변화의 수혜를 받고 있는 분야가 코리빙이다.

코리빙은 개인 공간과 함께 공유 주방, 라운지, 코워킹스페이스, 피트니스센터 등 다양한 공용시설을 제공하는 주거 형태다. 일반 원룸이나 오피스텔과 달리 주거와 업무, 커뮤니티 기능을 결합한 것이 특징이다. 최근에는 단기 체류 수요까지 흡수하며 임대주택과 호텔의 중간 영역을 형성하고 있다.

시장 성장세도 뚜렷하다. 알스퀘어리서치센터에 따르면 서울 코리빙 공급 규모는 올해 1분기 기준 7377실로 집계됐다. 지난해에만 1120실이 신규 공급됐으며 올해 1분기에도 신규 프로젝트 공급이 이어지고 있다. 투자 규모 역시 2024년 1970억원에서 2025년 3850억원으로 늘며 1년 만에 두 배 가까이 증가했다.

업계에서는 코리빙 시장 확대가 단순한 유행이 아니라 월세 중심으로 재편되는 주거시장의 구조적 변화를 반영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전세가 자산 형성 수단으로 기능했다면 코리빙은 서비스형 주거를 소비하는 개념에 가깝다는 설명이다.

기업들의 사업 확장도 활발하다. 국내 코리빙 시장에서는 MGRV, 신영, KT에스테이트, 홈즈컴퍼니, DDPS 등 기업형 임대사업자들이 공급 확대에 나서고 있다.

대표 사업자인 MGRV는 '맹그로브' 브랜드를 통해 서울 내 4개 지점, 676실 규모의 자산을 운영 중이다. 주거·숙박·업무 기능을 결합한 운영 모델을 기반으로 시장 성장을 이끌고 있으며 서울 주요 업무지구와 대학가를 넘어 전통 주거지역까지 공급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실적 성장세도 가파르다. MGRV의 연간 운영 매출은 2022년 37억원에서 2023년 97억원, 2024년 137억원으로 증가한 데 이어 지난해에는 177억원을 기록하며 3년 만에 약 4.7배 성장했다.

시장 확대와 함께 국내외 기관투자자의 참여도 늘고 있다. MGRV는 지난해 캐나다연금투자위원회(CPPIB)와 약 5000억원 규모의 개발형 임대주택 합작투자(JV)를 체결하고 서울 지역 신규 프로젝트 확보에 나섰다. 이외 모건스탠리와 KKR 등 글로벌 투자자들도 국내 코리빙 기업에 자금을 투자하고 있다.

업계에서는 전세의 월세화가 구조적 흐름으로 자리 잡은 만큼 코리빙이 청년층뿐 아니라 중장년 1인 가구의 새로운 주거 대안이자 기관투자자의 대체투자 자산으로 성장할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이재연 자본시장연구원 연구위원은 "월세시장 안정화와 양질의 임대주택 공급 확대를 위해 기관투자자의 지속적인 시장 참여를 유도할 필요가 있다"며 "10년 이상 장기 임대와 연간 5% 이하 임대료 인상 제한 조건을 수용하는 투자자에 대해서는 세제 지원을 선별적으로 복원하는 방안을 검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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