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스타벅스, 역사 감수성 실패의 본보기 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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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벅스, 역사 감수성 실패의 본보기 되다

등록 2026.05.26 15:49

선다혜

  기자

reporter

기업의 브랜드 철학과 조직 문화는 때로 단 한 번의 마케팅에서도 드러난다. 최근 논란이 된 스타벅스코리아의 '탱크데이' 프로모션은 이를 단적으로 보여준 사례다. 단순한 문구 실수를 넘어, 국내 대표 소비 브랜드의 역사 감수성이 얼마나 무뎌졌는지를 드러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문제가 된 프로모션은 지난 5월 18일 진행됐다. 5·18 민주화운동 기념일에 스타벅스는 텀블러 할인 행사를 홍보하며 '탱크데이'라는 표현을 사용했고, 여기에 "책상에 탁!"이라는 문구까지 더했다.

대다수 국민에게 '탱크'는 5·18 당시 광주에 투입된 계엄군 장갑차와 군 병력을 떠올리게 하는 단어다. 여기에 "책상을 탁 치니 억 하고 죽었다"는 박종철 열사 고문치사 사건 당시 수사기관의 악명 높은 해명까지 연상되면서 여론은 순식간에 들끓었다.

문제는 이런 표현이 어떻게 아무런 제동 없이 대기업 공식 마케팅으로 등장할 수 있었느냐다. 신세계그룹 감사 결과에 따르면 해당 프로모션은 실무자부터 팀장, 본부장, 대표이사까지 최소 4단계 이상의 결재를 거쳤다. 일부 결재권자는 첨부된 디자인 시안조차 열람하지 않은 채 제목만 보고 승인한 것으로 조사됐다.

결국 이번 사태는 특정 직원의 단순 실수로 설명하기 어렵다. 내부 검수 시스템이 사실상 작동하지 않았고 조직 전체의 감수성 역시 무뎌져 있었다는 의미이기 때문이다. 논란 가능성을 사전에 걸러낼 장치가 사라진 조직은 작은 실수 하나로도 치명적인 위기를 맞을 수 있다는 사실을 스타벅스가 스스로 입증한 셈이다.

단순히 커피 브랜드 하나의 위기가 아니다. 소비자들이 이제 기업의 제품과 가격만 보는 시대가 아니라는 의미다. 브랜드가 사회적 아픔과 역사적 기억을 어떤 태도로 대하는지까지 기업 평가의 기준이 되고 있다. 특히 대중과 밀접하게 호흡하는 소비재 기업일수록 역사 감수성은 선택이 아니라 기본적인 책임에 가깝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일이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정용진 회장 역시 과거 SNS 발언 등으로 여러 차례 사회적 논란에 휘말린 바 있다. 이번 논란 역시 특정 마케팅 담당자의 일탈이라기보다 조직 전반에 자리 잡은 안일한 문화와 검수 체계 부실이 복합적으로 드러난 결과라는 지적이 나온다.

기업의 위기는 실수 자체보다 실수를 대하는 조직의 태도에서 커진다. 이번 사태를 단순한 인사 조치와 사과문으로 봉합하려 한다면 소비자 신뢰 회복은 쉽지 않을 것이다.

스타벅스와 신세계그룹이 이번 논란을 진정한 변화의 계기로 삼으려면, 마케팅 문구 하나까지 사회적 맥락을 고민하는 조직 문화를 다시 세워야 한다. 역사 감수성은 더 이상 '있으면 좋은 가치'가 아니다. 기업이 반드시 갖춰야 할 최소한의 책임이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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