치료재료 공급 위한 유통구조·보상 제도 동시 추진AI·디지털 기술 융합, 산업전환 가속화 주목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가 최근 의료소모품 수급 불안과 관련해 큰 차질은 없다는 입장을 밝히면서도, 치료재료 공급 안정을 위해선 유통 점검과 함께 가격·보상체계 개선이 병행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영민 한국의료기기산업협회장은 15일 서울 강남구 협회 대회의실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오늘 아침에도 일부에서 굉장히 심각하게 보도했는데 사실과는 좀 다른, 너무 앞서가는 이야기도 있는 것 같다"며 의료소모품 수급 불안설에 선을 그었다. 이어 현장 질의응답에서는 "제조에는 문제는 없는 걸로 파악하고 있고, 그건 확실하다"며 "원재료가 떨어져서 제조를 못 한다든지 그런 상황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단기간 내에 의료소모품 공급 문제가 발생하진 않을 것이란 설명이다.
다만 협회는 이번 사안을 단순한 해프닝으로 보지 않았다. 김 회장은 "지정학적 리스크를 비롯해 원자재 가격 상승, 물류비 증가, 환율 변동성 확대 등 매우 다양하고 복잡한 요인으로 의료기기 공급 불안정성이 지속되고 있다"며 "이러한 상황이 이어진다면 언제든 지금과 같은 위기 상황이 나올 수 있다"고 분석했다. 그러면서 "협회는 복지부 치료재료 제도 개선 협의체를 통해 환율 변동, 가격 조정 체계 개선 등 현실적인 보상체계 개선을 계속 건의해 나갈 것"이라고 덧붙였다.
협회는 규제혁신과 디지털의료기기 제도개선, 치료재료 공급 안정 및 보상체계 개선, 새로운 의료기기의 신속 시장진입 지원, 유통구조 개선, 인재양성, 글로벌 수출 지원 및 해외 전시 확대 등 올해 주요 과제를 제시했다. 배포 자료에는 7대 아젠다와 32개 실행과제가 담겼다.
김 회장은 산업 전반에 대해 "올해 의료기기 산업은 단순한 경기 변동이 아닌 산업의 패러다임이 바뀌는 전환점에 서 있다"고 진단했다. 그는 "공급 측면에서는 지정학적 갈등과 장기화된 고환율이 원자재 조달과 부품 수급에 부담을 주고 있다"며 "산업 구조 측면에서는 AI, 로봇, 디지털 기술의 융합이 변화를 가속화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의료기기 산업은 이제 단순히 기기를 만드는 제조업이 아니라 데이터 기반의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는 산업으로 진화하고 있다"고 짚었다.
규제 혁신 과제로는 의료기기 변경허가 네거티브 전환, 실사용증거(RWE) 인정 범위 확대, AI 기반 의료기기 특화 허가·심사 기준 마련을 최우선으로 꼽았다.
김 회장은 "지난해 식약처가 발표한 올해 주요 추진 과제 중 의료기기 변경허가 네거티브 전환, 실사용증거의 임상자료 인정 범위 확대, AI 활용 의료기기 특화 허가 심사 기준 마련이 가장 중요한 과제라고 생각한다"며 "산업계와의 소통을 기반으로 발굴·선정된 과제인 만큼 실제 법령에 반영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의견을 개진할 것"이라고 약속했다.
디지털의료기기 분야와 관련해선 "정부도 보건의료 분야 AI 도입을 가속화하기 위한 AI 전환 정책을 추진하고 있고, AI 기반 디지털 의료기기 상용화를 위해 시장 진입 단계의 기업과 병원 컨소시엄을 지원하는 체계를 마련했다"고 평가했다. 또 "협회는 새로운 의료기기의 신속한 시장 진출 환경 마련을 최우선으로 하며 현장의 목소리를 반영한 선제적 제도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글로벌 경쟁력 확보 방안으로는 규제 조화, 해외 전시·마케팅 지원, 현지화 지원 체계 구축을 제시했다. 김 회장은 "해외에서 검증된 임상 허가 자료가 국내에서도 인정되고 반대로 국내 허가가 해외에서도 인정받는 양방향 조화가 필요하다"며 "글로벌 무대에서의 직접적인 노출이 결국 실질적인 수출 성과로 이어진다"고 말했다. 이어 "협회는 올해 중국, 튀르키예, 남아공, 미국 등 주요 해외 전시회에 한국관을 운영하고, 6월에는 베트남 호치민에서 K Med Expo를 주최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소기업 지원의 필요성도 언급했다. 김 회장은 "개별 기업, 특히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현지 마케팅 비용과 바이어 네트워크 구축은 정부 차원의 지속적인 예산 지원과 코트라 등 유관기관과의 연계가 뒷받침돼야 실효성이 생긴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우수한 기술을 보유하고도 현지 임상기관 연계, 인허가 절차, 현지 보험 등재까지 각 단계에서 막히는 경우가 있다"며 "신뢰성 있는 현지 임상·인허가·보험 관련 기관 네트워크를 구축하고 기업과 연결이 이뤄진다면 K-의료기기의 현지 안착 속도가 크게 높아질 것"이라고 했다.
유통구조 개선과 관련해서는 제도 시행 전 현장 안착 기반 마련을 강조했다. 김 회장은 "작년 의료기기법 개정으로 계약서 작성 의무화와 거래대금 지급기한 명확화가 이뤄졌다"며 "법이 시행되는 2027년까지 현장에 준비될 수 있도록 협회는 표준거래계약서 마련과 하위법령 정비 과정에 산업계 의견을 적극 반영할 것"이라고 말했다.
인재양성과 영업 전문자격 제도도 올해 주요 사업으로 제시됐다. 김 회장은 "의료기기 영업 직무는 제품 판매뿐 아니라 인허가, 보험 등재, 시장진입 전략, 윤리 역량까지 요구되는 전문 영역으로 확대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체계적인 교육 및 자격 제도의 부재로 기업별 역량 편차가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에 대해 협회 관계자는 현장에서 "민간자격 등록을 신청한 상태"라며 "6월 내지 7월부터 교육을 시작할 예정"이라고 귀띔했다.
성과 평가는 단순 행사 수보다 정책 반영 여부와 기업 체감 성과에 방점을 찍겠다는 입장이다.
김 회장은 "과제의 성격에 따라 세 가지 기준으로 나눠 평가하고자 한다"며 "제도 개선 과제는 법령·고시 반영 여부와 시행 시기, 산업 지원 과제는 기업이 직접 체감할 수 있는 정량 지표, 정책 소통 과제는 협의 횟수가 아니라 실제 정책에 반영된 횟수를 기준으로 볼 것"이라고 역설했다. 또 "소통의 양이 아닌 결과로 평가를 받겠다"고도 했다.
간담회 말미에는 의료기기 산업 위상 변화도 언급했다.
김 회장은 "이제는 의료의 중심에 의료기기가 번듯하게 자리 잡고 있다"며 "의료기기가 원활하게 도입되고 잘 발전되는 사회가 될 수 있도록, 협회도 나라의 버팀목이 되도록 열심히 일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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