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코인 거래소도 일반 사업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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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거래소도 일반 사업자다

등록 2026.04.10 09:25

수정 2026.04.10 09:38

한종욱

  기자

법적 공백이 키운 과도한 영향력정부와 거래소 모두에게 과제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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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우보이는 본래 소를 모는 사람이다. 다만 우리가 알고 있는 카우보이는 소나 들판 냄새와는 거리가 멀다. 챙이 넓은 모자를 쓰고 허리엔 스미스앤웨슨 권총을 찬 모습에는 화약 냄새가 짙게 배어 있다.

시대는 언제나 원래 단어의 본질을 바꾼다. 국내 코인 거래소도 비슷하다. 본래 거래소는 매매의 장을 제공하는 기술적 인프라다. 다만 지금은 그 영향력이 산업 전체를 좌지우지할 만큼 커졌다.

상장 여부 하나만으로 프로젝트나 회사의 가치가 뒤집히는 탓이다. 오늘날 한국 코인 시장에서 거래소는 이제 투자자와 프로젝트 사이의 게이트웨이를 넘어서 사실상 시장의 질서를 설계하는 위치까지 올라섰다.

그렇다 보니 "거래소의 권력이 너무 막강하다"는 비판이 끊이지 않는다. 상장·폐지 과정의 불투명성이나 내부 정책의 일방적 통보 등 논란의 근거도 산적해 있다. 하지만 이들을 '절대악'으로 규정하는 것은 또 다른 오해를 낳는다.

거래소가 이렇게 비대해진 구조 자체를 만든 것은 결국 제도의 부재 때문이다. 법적 사각지대가 지속된 채 시장이 성장한 탓에 스스로 책임지는 구조를 만들어야 했던 것이다.

당국의 국내 코인 발행(ICO) 금지 행정명령과 2018년 당시 박상기 법무부 장관의 거래소 폐쇄 발언을 시작으로 그림자 규제가 시작됐다.

거래소가 자율 규제를 채택한 이유도 규제가 비어 있던 시기를 메우기 위한 생존 방식이었다. 이로 인해 거래소는 소송의 늪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고 있다. 최근 당국이 거래소와의 소송에서 연일 패하면서 '행정력 남발'이라는 목소리가 나온다.

따라서 거래소의 권력 문제는 단순히 기업의 탐욕이나 시스템의 결함으로만 볼 수 없다. 그 책임은 당국에도 있다.

당국이 제도적 매듭을 풀지 않으면 이 굴레는 끊기 어렵다. 당국발 디지털자산기본법이 중요한 이유도 이와 같다. 정부가 명확한 기준을 제시하고, 공정한 경쟁 환경을 설계해야 거래소는 본래의 역할인 '거래를 안정적으로 지원하는 기술 플랫폼'으로 돌아갈 수 있다.

물론 외부의 구조 변화만으론 충분치 않다. 거래소 스스로의 내적 개선도 병행돼야 한다. 해킹 기술은 나날이 발전하고 최근에는 심스와핑과 같은 정교한 공격이 새로 등장하고 있다. 보안 강화와 자금세탁방지(AML) 시스템을 기존 금융권 수준으로 갖춰야만 한다. 동시에 거래소의 핵심에 집중해 사용자 신뢰를 회복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영화 속 카우보이는 결국 자신을 둘러싼 시대에 의해 영웅이 되기도, 악당이 되기도 했다. 거래소 역시 마찬가지다. 시장을 지배하는 카우보이의 노래가 무섭게 들리지 않으려면 규제와 책임의 균형이 맞춰져야 한다. 지금 필요한 것은 새로운 총이 아니라 잃어버린 신뢰를 되찾는 나침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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