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실적 착시' 정유사, 1분기 흑자에도 속 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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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적 착시' 정유사, 1분기 흑자에도 속 탄다

등록 2026.04.03 17:14

김제영

  기자

유가 급등에 재고평가이익·정제마진 상승 '괴리'정부 가격 통제·수출 제한···수익 압박·보전 불확실원유 수급 차질 장기화 시 공장 가동률 저하 우려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국내 정유업계가 올해 1분기 '깜짝 실적' 전망을 앞두고 표정이 어둡다. 국제유가 급등에 따라 회계상 실적은 개선될 전망이지만 실제 수익성과의 괴리는 확대되는 모습이다. 여기에 정부 통제가 겹치면서 수익성 하락 압박이 더욱 커지고 있다.

3일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올해 1분기 에쓰오일의 영업이익 컨센서스는 5619억원, SK이노베이션은 6585억원으로 집계됐다. 양 사 모두 지난해 1분기 대비 각각 흑자 전환할 것으로 전망되며, 직전 분기보다도 높을 것으로 예상된다. 같은 기간 비상장사인 GS칼텍스와 HD현대오일뱅크도 유사한 실적 흐름을 이어갈 것으로 추정된다.

다만 이 같은 실적 개선은 유가 급등에 따라 재고평가이익이 증가해 나타난 '착시 효과'라는 분석이다. 재고평가이익은 정유사가 원유를 사온 가격보다 현재 시장의 원유 가격이 올랐을 때 발생하는 장부상의 이익이다. 통상 정유사는 원유를 도입해 정제·판매하기까지 한두 달의 시차가 발생하는데, 이 때문에 시간차에 따른 숫자 착시가 나타난다.

실제 중동 전쟁 이후 최근 국제유가가 배럴당 100달러를 넘어서면서 재고평가이익이 상승했다. 세계 3대 원유인 두바이유와 브렌트유, 서부텍사스유(WTI)는 모두 전쟁 직전(2월 27일) 배럴당 약 70달러 수준에서 지난달 말 100달러를 넘어선 뒤로도 상승세다.

여기에 정제마진 효과가 더해지면서 실적 개선 효과는 더욱 커진다. 정제마진은 휘발유·경유 등 석유제품 가격에서 원유 가격 등 원가를 뺀 값으로, 정유사의 실제 수익성 지표다. 정제마진은 올해 1~2월 배럴당 약 9달러, 전쟁 이후 한때 30달러를 넘어서기도 했다. 업계에서 보는 손익분기점이 배럴당 4~5달러인 점을 감안하면 수익성 개선 신호다.

그럼에도 정유업계는 속이 타는 심정이다. 재고평가이익은 사실상 시간차 착시 효과에 가까운 데다 정제마진은 전쟁 이후인 3월부터 변동성이 커졌기 때문이다. 오히려 원유 수급 불안과 운임비 상승, 고환율에 따라 영업환경이 악화되면서 괴리가 커지고 있다.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정부의 개입에 대한 부담도 크다. 정부는 휘발유 가격 안정을 위해 최고가격제를 도입하고 정유제품의 수출 물량을 제한하고 있다. 국내 정유사는 매출 절반 혹은 그 이상을 수출에 의존하고 있으며, 주로 내수보다 수출로 더 많은 마진을 남기는 구조다. 그런데 환율 상승 국면에 수출 확대의 한계가 생기면서 수익성이 이중으로 압박받고 있는 셈이다.

오히려 1분기 실적 개선이 극적일 경우 횡재세 논의가 나올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횡재세는 특정 기업이 예상보다 과도한 이익을 냈을 때 추가로 세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실제 최근 정유사 등의 초과 이익에 추가로 법인세 20%를 부과하는 법안이 발의되기도 했다.

정부는 정유사의 손실보전을 위해 5조원 규모의 예비비를 편성했으나, 정유업계는 다소 회의적인 시선이다. 구체적인 산정 기준과 운용 방안이 미비한 데다, 1분기 실적이 호재로 나타난 상황에서 어느 수준까지 혜택을 줄 것인지에 대한 예측이 어렵기 때문이다.

문제는 2분기부터다. 고유가 국면에 도입된 원유가 본격적으로 투입되면서 원가 부담이 커지고, 가격 통제와 수요 둔화가 겹치면서 정제마진이 빠르게 축소될 수 있다. 여기에 원유 수급난이 장기화될 경우 공장 가동률을 낮추고 생산량을 줄여야 하는 처지에 놓였다.

업계에 따르면 국내 정유·석유화학 업체의 원재료 재고는 4월 중순 소진될 것으로 전망된다. 4월 중 수급 리스크가 일부 해소된다 하더라도 원유가 국내 도입되는 기간이 약 4주인 점을 고려하면, 4월 중순 이후부터 공장 가동률 조정이 불가피할 것으로 관측된다.

결과적으로 1분기 실적은 유가 상승에 따른 '시간차 이익' 성격이 강한 반면, 2분기부터는 원가 상승과 고환율, 정책 부담이 동시에 반영되면서 부담이 더욱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업계에서는 이 같은 상황에서 실적보다는 생존 변수 관리에 촉각을 세우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1분기 실적은 개선된 것처럼 보일 수 있다. 그러나 가격 통제와 수출 제한으로 실제 수익성은 악화되고 있다"며 "최고가격제에 대한 손실 보전 방식이나 규모가 아직 명확하지 않아 실적 불확실성이 더욱 커지고 있다. 4월 이후 원가 부담과 수급 불안이 동시에 반영되면 영업환경이 더욱 어려워질 것으로 우려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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