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권 건전성 관리 '시계제로'···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고물가·고유가·고환율 '3중고'···한계기업 쓰러지면 은행도 위험통제 불능 '중동 리스크'에 속수무책···시중은행, 비상경영체제 가동
- 편집자주
- 이란발 중동전쟁 여파가 한국 경제를 덮쳤다. 마지노선인 '환율 1500원·유가 100달러'가 현실이 되면서 한국 경제 체력에 가해지는 충격도 가시화하고 있다.
가장 먼저 산업 현장이 타격을 입었다. 호황을 기대했던 수출 산업은 눈앞에 '물류비 폭탄'을 걱정해야 할 처지다. 원가 급등에 식품과 건설업계는 사업 지속조차 불투명하다.
금융 시장의 공포도 확산 중이다. 외인 이탈로 증시 하단이 뚫렸고 금융권은 조달 비용 상승에 따른 금리 인상 압박에 직면했다.
<뉴스웨이>는 실물 경제 7개 핵심 분야를 긴급 진단했다. 전쟁이 부른 위기의 실체를 직시하고 기업들의 생존 사투를 들여다봤다. 한국 경제의 위기는 시작됐다. 이제 '버티는 것'이 곧 전략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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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달러 환율 1500원 돌파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최고치
금융권 비상경영체제 가동
환율 10원 상승 시 CET1 비율 0.01~0.03%p 하락
5대 은행 외화 LCR 142~265%로 규제 기준 상회
4대 은행 무수익여신 1년 새 21% 증가
전체 대출 연체율 0.46%로 두 달 새 0.10%p 상승
고유가·고환율 장기화로 은행 자산건전성 악화 우려
환율 1500원대 고착 시 자본 완충력 빠르게 소모 가능성
중소기업·개인사업자 연체율 빠르게 상승
차주 상환 부담 커져 부실 대출 증가 전망
중동 지정학적 리스크, 고유가가 환율 상승 주원인
금융당국,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주기 단축
은행권, LCR 등 유동성 지표로 선제적 대응 강화
고환율·고유가 장기화 시 금융시장 불확실성 확대
외화 조달 비용 상승, 실물경제 충격 우려
단기적 위기는 통제 가능하나 변동성 지속 시 추가 대응 필요
지난해까지만 해도 환율 1300원대는 시장의 변동성이 다소 확대된 수준으로 받아들여졌다. 올 초 1400원대를 기록했을 당시에도 금융당국의 구두 개입과 외화 통제가 어느 정도 힘을 발휘했으나, 최근에는 통제 불가능한 외부 지정학적 리스크가 핵심 원인으로 작용하면서 대응이 쉽지 않은 상황이다.
박상현 iM증권 연구원은 "이란발 사태, 즉 고유가 안정 없이 당분간 원·달러 환율의 하향 안정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인다"며 "이란 사태가 확전 양상을 치닫을 경우, 추가 상승이 불가피해 보인다"고 전망했다.
자산건전성 하락 압박··· "환율 10원에 CET1 0.03%p 증발"
고유가·고환율 충격이 장기화할 조짐을 보이면서 은행권 자산건전성에도 경고등이 켜지고 있다. 원·달러 환율 1500원대가 뉴노멀로 고착화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면서 은행권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실제로 한 은행권 관계자는 "환율 1350원대에서는 1500억원대 손실이 발생했다면, 1500원선 환율에선 3000억~4000억원까지 피해 규모가 차원이 다르다"고 우려를 감추지 못했다.
가장 즉각적인 타격은 은행의 '성적표'라 할 수 있는 보통주자본(CET1) 비율에서 나타난다. 환율이 상승하면 은행이 보유한 외화자산을 원화로 환산한 위험가중자산(RWA)이 커지게 되고, 이는 자연스럽게 자본 비율 하락으로 이어진다.
현재 5대(KB금융·신한·하나·우리·NH농협) 금융지주들은 주주환원 확대를 위해 보통주자본(CET1) 비율을 13% 이상으로 관리하는 것을 목표로 내세우고 있다.
원·달러 환율이 10원 상승할 때마다 은행권의 CET1 비율은 약 0.01~0.03%p(포인트) 하락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단순히 환율 요인만으로도 자본비율이 상당 수준 깎일 수 있다는 것이다.
한국은행이 최근 발표한 '금융안정보고서'에서 향후 2년간 중동지역 지정학적 리스크를 반영한 스트레스 테스트를 실시한 결과, 글로벌 금융위기에 준하는 충격을 가정한 경우 국내은행의 자본비율이 작년 3분기 17.1%에서 15.7%로 하락할 것으로 진단했다.
실제로 지난해 국내은행의 자산 건전성 지표인 국제결제은행(BIS) 기준 자본비율은 환율 상승 등의 영향으로 소폭 하락한 것으로 나타났다.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작년 말 국내 은행의 총자본비율은 15.83%로 전 분기 말 대비 0.09%p 하락했다. CET1 비율은 13.51%, 기본자본비율은 14.80%로 전 분기 말보다 각각 0.12%p, 0.08%p 하락했다.
아직은 모든 국내은행이 규제비율(8%)을 크게 상회하는 등 양호한 수준을 보이고 있지만, 환율이 1500원 선을 유지할 경우 자본 완충력이 급격히 소모될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금감원은 "환율 상승 등 영향으로 외화대출자산의 위험가중자산은 증가하면서 자본비율이 하락했다"며 "중동상황 등 지정학적 리스크 확대와 고유가·고환율 상황 등에 따른 신용 손실 확대 및 자본비율 하락 가능성에 대비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고환율→대출 부실' 악순환 고리···깡통대출 늘어나나
더 큰 문제는 '신용리스크'의 전이다. 원자재 수입 비중이 높은 기업들이 고환율·고물가·고유가 삼중고를 견디지 못하고 쓰러질 경우, 은행의 대출 부실로 이어지는 악순환이 발생할 수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말 기준 4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의 무수익여신은 3조8467억원으로 전년(3조1787억원) 대비 21% 증가한 것으로 나타났다.
무수익여신은 3개월 이상 연체됐거나 법정관리·화의 절차에 들어가 이자 수입이 전혀 발생하지 않는 대출로, 실제 손실 가능성을 반영한다는 점에서 은행의 자산 건전성을 나타내는 핵심 지표 중 하나다.
전체 여신 대비 무수익여신 비중은 2023년 말 0.19%에서 2024년 말 0.20%, 2025년 말에는 0.25%까지 빠르게 상승하는 추세다.
이는 기업 실적 둔화와 내수 부진이 이어지면서 이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차주들이 늘어난 영향으로 풀이된다. 중동 상황으로 원·달러 환율이 1500원을 넘나들면서 올해 부실 대출은 더 빠르게 불어날 것으로 우려된다.
환율 상승이 물가 상승으로 이어져 해외 주요국과 우리나라 통화정책이 금리 인상 등 긴축 쪽으로 선회할 경우, 결과적으로 차주들의 상환 능력을 더욱 떨어뜨리는 악순환을 초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로 은행권에서는 최근 10년 사이 최고 연체율을 기록하는 등 대출 건전성 부실 징후가 포착되고 있다.
5대 은행의 지난달 말 기준 전체 원화대출 연체율은 평균 0.46%로 집계됐다. 지난해 12월 말(0.36%)과 비교해 두 달 만에 0.10%포인트(p) 상승한 수준이다.
대출 주체별 연체율을 살펴보면 ▲가계 0.35% ▲대기업 0.11% ▲중소기업 0.67% ▲전체 기업 0.56%다. 지난해 말보다 가계 0.05%p, 대기업 0.08%p, 중소기업 0.17%p, 전체 기업 0.15%p 상승한 수치다. 특히 중소기업과 개인사업자를 중심으로 상환 여력이 빠르게 약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은행권 '비상체제' 가동···'심리적 저항선' 1500원 벽 붕괴
5대 금융지주(KB·신한·하나·우리·NH농협)는 중동전쟁 발발 이후 일 단위 점검 체계를 구축하고 비상경영체제를 유지하고 있다. 그만큼 환율 변동성을 민감하게 바라보고 있다는 의미다.
중동사태 초반만 해도 시장 지표를 단순 모니터링하는 수준이었으나, 롤러코스터급으로 환율 변동성이 크게 확대되면서 외화자금 유출 가능성 등에 대비해 유동성 관리와 리스크 점검을 강화하고 있다.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될 경우, 은행의 외화 조달 비용 상승은 피할 수 없는 수순이다. 달러 가치가 오를수록 해외에서 자금을 빌려오는 비용이 비싸지고, 이는 국내 외화 유동성 압박으로 이어진다.
시장에서는 현재의 비정상적인 환율 변동성이 단기간에 진정되기 어렵다고 보고 있다. 전쟁 장기화 여부와 국제 유가 수준에 따라 환율 변동성이 추가로 확대될 수 있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주요 은행들의 외화 유동성 커버리지 비율(LCR)은 규제 기준을 크게 웃도는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올해 2월 말(잠정) 기준 은행별 외화 LCR은 ▲KB국민은행 142.73% ▲신한은행 184.36% ▲하나은행 209.68% ▲우리은행 265.76% ▲NH농협은행 155.3%로 나타났다.
김연수 나이스신용평가 수석연구원은 "코로나19 이후 시중은행이 보수적으로 외화유동성을 관리하고 있어 현재 시중은행의 유동성 수준을 감안하면 달러 강세에도 적절한 대응 능력을 갖춘 것으로 판단한다"고 진단했다.
"통제 가능한 범위 내에 있다"고 일단 우려를 일축한 시중은행들은 LCR을 중심으로 외화 자금 사정을 점검하고 있다. 은행별로 외화 LCR 월평잔이 일정 수준(약 85~90%) 아래로 떨어지거나 월평잔 기준 하락폭이 일정 수준(약 15%)을 넘는 경우 대응 수위를 높인다는 방침이다.
외화 운용 여력이 양호함에도 은행권이 비상체제 가동에 나선 것은 환율 마지노선인 1500원 돌파로 시장의 불확실성이 극에 달했기 때문이다. 전례 없는 환율 널뛰기 장세 속에 심리적 저지선이 무너지면서 은행권은 기존 관리 체계를 넘어선 선제적 방어에 총력을 기울이는 모습이다.
불확실성이 확대되자 금융당국도 은행권의 외화유동성 스트레스테스트 주기를 매분기에서 매월로 단축 실시하기로 했다. 평균 지표는 안정적으로 보이지만 고환율 기조가 장기화 조짐을 보이면서 금융당국의 선제 대응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
이찬진 금감원장은 "은행권과 다른 업권에서 유동성 관련한 별다른 위험은 발견되지 않았다"면서도 "중동 상황이 장기화할 경우 에너지 공급망 교란 가능성으로 인해 실물경제와 금융시장에 미치는 영향이 커질 우려가 있어 어떤 상황에서도 중단 없이 외화를 공급할 체계를 점검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최근 환율 변동성이 확대된 상황이지만 은행권 모두 외화 유동성과 자본비율을 안정적으로 관리하고 있다"며 "각사별로 기업 고객의 환리스크 대응 지원도 병행하면서 전반적으로 단기적인 환율 수준보다는 변동성 관리와 건전성 유지에 중점을 두고 대응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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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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