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인사 강행' 경영진에 반기든 산업은행 노조···'지방이전' 사과 요구한 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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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사 강행' 경영진에 반기든 산업은행 노조···'지방이전' 사과 요구한 이유

등록 2026.03.27 11:27

김다정

  기자

이봉희 수석부행장 선임 강행···노조 단식 농성에도 정면돌파'부산 이전' 실무 주도 인물···2차공공기관 이전 '신호탄'될까노사 갈등 재점화···노조 "과거 행적 사과하고 반대 약속하라"

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박상진 한국산업은행 회장이 서울 여의도 한국산업은행 본점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한국산업은행에 노사갈등의 불씨가 되살아나고 있다. 재점화된 2차 공공기관 이전 이슈와 맞물린 신임 수석부행장 인사 강행으로 노동조합 반발이 거세지는 분위기다.

27일 금융권에 따르면 한국산업은행은 최근 신임 수석부행장에 이봉희 기업금융부문장을 임명했다.

이 수석부행장은 1993년 입행 후 약 30년간 전략·기획 및 조직관리, 기업금융, 구조조정, 국제금융, 딜링 등 은행 주요 업무를 담당한 금융전문가다. 지난 2024년 기업금융부문장에 선임된 후에는 반도체·첨단전략·초격차 산업에 대한 맞춤형 지원과 동시에 대한항공·아시아나항공 기업결합, HMM 기업가치 제고, 태영건설 선제적 워크아웃 등 각종 구조조정 현안을 지휘했다.

산업은행은 이번 인사에 대해 "향후 첨단전략산업 적극 지원을 통한 생산적 금융 선도 등 대표 정책금융기관 역할을 수행하는 데 일조할 적임자"라고 자평했다.

하지만 내부 분위기는 싸늘하다. 산업은행 노조는 이번 인사가 발표되자마자 "직원 의사를 짓밟은 인사 강행"이라며 강하게 비판하고 나섰다.

이미 노조는 지난해부터 이 수석부행장 임명을 꾸준히 반대해왔다. 앞서 김현준 노조위원장은 서울 여의도 산업은행 본점 로비에서 이봉희 수석부행장 임명과 관련해 무기한 단식 농성을 벌일 정도로 적극적인 행보에 나선 바 있다. 이로 인해 지난해 말 임원인사가 한차례 미뤄지기도 했다.

'첫 내부 출신 회장인 만큼 직원들의 목소리를 반영한 인사와 정책을 펼쳐야 한다'는 게 노조의 요구였으나, 산업은행이 재차 인사를 강행하면서 갈등은 재점화되는 양상이다.

노조가 이 수석부행장을 반대하는 이유는 분명하다. 그가 과거 윤석열 정부에서 강행했던 부산 이전을 주도했던 인물이라는 점이다. 산업은행이 최근 몇 년간 본점 이전 이슈를 둘러싼 공방으로 인력 이탈과 내부 불신이라는 갈등을 겪어온 만큼, 실무 담당자가 경영진에 합류할 경우 조직 내 갈등이 증폭될 것이라는 우려에서다.

특히 가뜩이나 지방선거를 앞두고 2차 공공기관 이전 이슈에 긴장하고 있는 상황과 맞물린 이 수석부행장 인사 강행은 자칫 지방 이전 재추진 '신호탄'으로 해석될 수도 있는 대목이다.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의 윤곽이 점차 뚜렷해지면서 산업은행과 기업은행 등 대형 국책 금융기관들이 가장 강력한 타깃으로 거론되고 있기 때문이다.

노조가 이봉희 수석부행장을 향해 "본점 이전 추진 과정에서 발생한 갈등과 책임에 대해 전직원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하는 이유도 재점화된 본사 이전 불안을 해소하기 위한 것으로 풀이된다.

그러면서 "본사 이전과 같은 사안이 추진될 경우, 분명한 반대 입장을 견지하고, 이를 막지 못하면 직에서 물러나겠다고 약속할 것"이라고 강력히 촉구하고 있다. 또 '지방이전 공동대응 TF'에 참여해 선제적으로 금융권 공동 방어선을 구축한 상태다.

이번 결정을 통해 산업은행은 수석부행장 공석이라는 급한 불은 껐으나, 경영진은 이 수석부행장에 대한 노조의 불신을 해소하고 조직 내 화학적 결합을 이끌어내야 하는 과제를 여전히 안고 있다.

지난해 박상진 산업은행 회장이 새로 부임할 당시만 하더라도 이재명 대통령의 최측근이자 내부 출신인 그가 최우선적으로 부산 이전 문제를 확실히 매듭짓고 노사 갈등을 해결할 것으로 기대를 모았으나, 현재는 "자격이 없다"는 차가운 평가만 남은 상황이다.

노조는 "이 수석부행장을 상징적 자리에 임명한 것은 통합이 아니라 분열을 택한 것"이라며 "전향적인 수용이 없다면 향후 모든 대화를 중단하겠다"며 강경 대응을 예고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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