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융 '안정' 택한 4대 금융지주···주총 후 닥칠 '지배구조 쇄신' 압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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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 택한 4대 금융지주···주총 후 닥칠 '지배구조 쇄신' 압박

등록 2026.03.23 08:43

김다정

  기자

타이밍 놓친 지배구조 개선안···주요 안건 '통과' 유력일단 안도하는 금융권···파격적인 인적 쇄신보다 '안정'자발적 개선 움직임 미미···주총 이후 '지배구조' 시험대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정기 주주총회 전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칼날을 피한 금융지주가 '안정'의 길을 택했다. 당장 강력한 인적 쇄신 압박에서 벗어난 금융지주들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는 분위기다. 하지만 자발적인 개선 효과가 미미했던 만큼, 향후 오히려 더 강력한 제재를 불러오는 것이 아니냐는 우려도 제기된다.

23일 금융권에 따르면 이달 말 열리는 4대(KB·신한·하나·우리) 금융지주 정기 주주총회에서는 회장 연임, 사외이사 선임 등 주요 안건이 무난하게 통과될 전망이다.

이달 12일 발표될 예정이었던 금융위원회의 지배구조 개선안 발표가 주총 이후로 미뤄진 데다가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도 잇따라 찬성 의견을 냈기 때문이다.

이번 금융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논의는 이재명 대통령이 금융지주를 향해 '부패한 이너써클'이라고 직격한 후 본격화됐다. 최고경영자(CEO) 승계 절차의 투명성과 이사회 독립성을 향한 금융당국의 전방위적인 압박이 최고조에 달하면서 지주사 내부에서도 그 어느 때보다 긴장감이 높았다.

금융지주 회장의 셀프 연임을 제한하고 이사회 경영진의 견제 기능을 강화하는 내용의 지배구조 선진화 방안을 발표할 것이라는 우려와 달리, 고강도 쇄신안이 당장 이달 주총부터 강제 도입되기 어려워지면서 각 지주사의 지배구조 쇄신은 미미한 수준에 머물렀다.

당초 금융권에서는 금융지주가 엄격한 시험대에 오르면서 선제적으로 사외이사 교체 폭이 클 것이라는 관측이 나왔다. 막상 뚜껑을 열어보니 4대 금융지주 통산 임기만료 사외이사 23명 중 6명을 교체한 미미한 수준에 그쳤다.

KB금융은 임기 만료를 앞둔 사외이사 5명 중 1명을 교체했고, 신한금융은 7명 중 2명이 새로 임명됐다. 하나금융은 올해 임기가 만료된 사외이사 8명 중 단 1명만 교체했고, 우리금융은 3명 중 2명을 교체했다.

4대 금융지주는 파격적인 인적 쇄신보다는 전문성과 업무 연속성을 명분으로 내세워 기존 이사회 진용을 유지하는 쪽을 선택했다. 대신 금융지주들은 당국의 지배구조 개선 요구를 의식해 소비자 보호와 내부통제, AI 등 현장 및 실무형 전문성을 갖춘 사외이사들을 대거 수용했다.

가장 관심이 집중됐던 신한금융과 우리금융의 회장 연임 안건도 구체적인 제재나 가이드라인이 제시되지 않으면서 무리 없는 통과가 예상된다. 우리금융을 제외하고 주총 때 회장 연임 특별결의 도입안건을 상정한 곳은 없다. 우리금융의 경우도 3연임에 한해 특별결의를 적용한다는 방침이다.

금융지주들은 일단 한숨을 돌렸지만 문제는 주총 이후다. 일단 이번 주총을 통해 경영권 안정이라는 실리를 챙겼지만, 금융당국이 금융지주들의 자발적 개선 움직임을 어떻게 평가하는지에 따라 지배구조 선진화 로드맵의 수위가 결정될 전망이다.

당국이 기대했던 자발적 쇄신이 미미했던 만큼, 주총 이후 발표될 개선안에는 고강도 대책이 담길 것이라는 얘기다.

특히 일각에서는 금융지주를 향해 쓴소리를 서슴지 않았던 청와대 내부에서 강도 높은 보완을 요구하는 것으로 전해지면서 기존 논의안보다 수위가 높아질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개선안 내용과 정책 수위를 둘러싼 막판 조율이 길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현재로서는 회장 연임 시 주주총회 특별결의를 요구하는 방안과 사외이사 3년 단임제 도입이 유력하다. 금융지주 지배구조 모범규준을 법제화하여 이사회 운영과 CEO 승계 절차에 법적 구속력을 부여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금융위 관계자는 "당초 주총 전 가이드라인을 제시해 금융사들의 자발적인 안건 반영을 유도하려 했으나, 발표 시점에 이미 주요 지주사들의 주총 안건이 확정돼 실질적인 변화를 이끌어내기 어렵다고 판단했다"며 "단순한 발표 수순을 밟기보다 더욱 실효성 있는 개선안을 내놓기 위해 시간을 갖고 검토 중"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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