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역 균형발전 논리에 반복되는 논쟁핵심 인재 이탈과 경쟁력 저하 현실화

정부가 국가균형발전 전략에 따라 '2차 공공기관 지방 이전'을 추진하자 타깃으로 지목되는 금융당국과 국책은행 내부에서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다.
요즘 금융권 사람들을 만나면 대화의 물꼬를 트는 건 해묵은 지방 이전 이슈다. 매 정권마다 단골 메뉴처럼 등장하는 이슈라며 표정 관리를 하지만, 마지막 결론에서는 '이번엔 다르지 않을까' 하는 불안감이 묻어난다.
금융권 지방 이전은 지역 균형 발전이라는 '명분'과 금융 경쟁력 저하라는 '실리'가 정면으로 충돌하는 민감한 주제다. "일단 가고 보자"는 식의 밀어붙이기와 "절대 안 된다"는 완강한 거부 사이에서 정교한 로드맵을 내놓지 못한 채 정답 없는 도돌이표만 반복되는 형국이다.
지방 이전이라는 대업이 추진력도, 철회 명분도 없이 공전하는 사이 당사자인 내부 직원들이 겪는 심리적·실무적 혼란만 가중되고 있다. 지역 균형발전과 금융 경쟁력이라는 대의 속에서 구성원 개개인들의 생활권은 뒷전으로 밀린 지 오래다.
현장의 냉소는 이미 극에 달했다. 가뜩이나 시중은행과 비교해 현저하게 낮은 연봉 수준으로 내부 불만이 고조되는 상황에서 정주 여건마저 좋지 않다면 남아 있을 이유가 없다는 불만이 터져 나온다.
'사명감'으로 버티기엔 젊은 세대에게 타의로 '가족과 떨어져 사는 삶'이나 '주변인과의 단절'이 너무나 가혹한 대가다. 결론이 나지 않는 불투명한 미래는 직원들에게 '이직'이라는 가장 확실한 자기방어를 강요하고 있다.
공방이 길어질수록 국책은행의 근간인 인적 자본은 모래알처럼 빠져나가고 있다. 실제로 지난 2022년 1월 대선 당시 점화한 KDB산업은행 이전 문제가 아직까지 매듭짓지 못하는 사이 인력 이탈은 계속해서 이어지고 있다.
결론 없는 논의가 길어질수록 산업은행의 건물은 부산에 가까워질지 몰라도, 그 안을 채울 핵심 인재들은 여의도를 넘어 아예 국책은행이라는 울타리 밖으로 멀어지고 있다. 유능한 인재들이 사명감 대신 사표를 만지작거리고, '어차피 결론도 안 날 텐데'라는 냉소가 조직을 지배하는 상황은 국가 금융 경쟁력 측면에서도 뼈아픈 손실이다.
이제는 해묵은 지방 이전 카드를 꺼내 들기 전에 정부와 정치권도 답을 해야 한다. 단순히 건물을 어디로 옮길 것인가에 앞서, 그 안을 채울 사람들의 삶과 전문성을 어떻게 지킬 것인가에 대한 책임 있는 대안이 필요하다. 조직을 또다시 뒤흔든 채 이번에도 아무런 결론 없이 막을 내린다면, 다음번엔 남을 이가 과연 얼마나 되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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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다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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