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그룹, 처음으로 폭스바겐그룹 영업이익 추월기존 판매량 중심 공식 뒤집고 고수익 제품으로 승부미국 현지 공장 생산 확대 등 관세 리스크 선제 대응
12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현대차·기아·제네시스)은 지난해 전 세계 시장에서 727만대를 판매했다. 판매량 기준으로는 토요타그룹(1132만대)과 폭스바겐그룹(898만대)에 이어 3위다.
하지만 수익성에서는 순위가 뒤바뀌었다. 현대차그룹의 지난해 매출은 300조3954억원, 영업이익은 20조5460억원을 기록했다. 같은 기간 폭스바겐그룹은 매출 3219억유로(약 551조9000억원), 영업이익 89억유로(약 15조3000억원)에 그쳤다. 현대차그룹이 연간 영업이익에서 폭스바겐을 앞선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덜 팔고 더 남겼다···핵심은 수익성 체질 변화
이 같은 역전의 배경에는 수익성 구조 변화가 있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그룹의 수익성 개선 요인으로 SUV 중심의 제품 전략과 프리미엄 브랜드 성장을 꼽는다. 과거 가격 경쟁력 중심의 브랜드 이미지에서 벗어나 디자인과 상품성을 앞세운 모델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특히 북미 시장에서 팰리세이드·텔루라이드·싼타페, 유럽 시장에서 투싼·스포티지 등 SUV 판매 비중이 빠르게 확대됐고, 제네시스 브랜드 역시 주요 시장에서 판매가 늘며 평균 판매가격(ASP)이 상승했다.
더불어 옵션과 트림을 세분화한 판매 전략도 수익성 개선에 힘을 보탰다는 평가다. 지난해 6월 기준 현대차·기아 판매량 가운데 고수익 트림이 차지하는 비중은 68.5%로 집계됐다. 이는 GM(65.1%), 토요타(63.0%), 폭스바겐(55.1%)을 모두 웃도는 수준이다.
여기에 전기차 전용 플랫폼(E-GMP)을 기반으로 한 아이오닉 5, EV6 등 전기차 모델도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인정받으며, 제품 포트폴리오 전반의 상품성이 강화됐다는 평가를 받는다.
업계 관계자는 "과거 현대차가 '가성비 브랜드'였다면 지금은 상품성과 가격 경쟁력이 동시에 올라온 상황"이라며 "적게 팔아도 더 많은 이익을 남기는 구조가 자리 잡고 있다"고 말했다.
관세 전쟁 속 전략 통했다···판매 네트워크 힘
현대차그룹은 북미와 유럽 등 주요 시장에서 생산 거점을 확대하며 현지 생산 기반을 강화해 왔다. '현대차그룹 메타플랜트 아메리카(HMGMA)'를 가동하며 '메이드 인 USA' 물량을 빠르게 확보한 결과다. HMGMA는 가동 첫해인 2024년부터 아이오닉 5와 아이오닉 9 등 신차를 쏟아내며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세액 공제 혜택은 물론 수입차에 부과되는 잠재적 관세 리스크를 현지 생산으로 선제적 차단했다. 판매 네트워크 역시 빠르게 확장하면서 주요 시장에서 안정적인 판매 기반을 확보했다는 평가다.
반면 폭스바겐그룹은 중국 시장 부진과 전기차 투자 확대에 따른 비용 부담이 겹치며 수익성 압박을 받고 있다. 실제로 지난해 폭스바겐그룹이 부담한 관세 비용은 약 7조1500억원으로 현대차그룹과 비슷했지만, 고수익 브랜드인 포르쉐의 영업이익이 약 1539억원으로 전년 대비 98% 급감하는 등 실적 방어에 어려움을 겪었다.
영업이익률로 보면 현대차그룹은 6.8%로 폭스바겐그룹(2.8%)의 두 배 이상이다. 토요타그룹이 8.6%로 여전히 가장 높지만, 현대차그룹 역시 글로벌 완성차 업체 중 상위권 수익성을 확보했다.
남은 과제는 2위 수성
다만 글로벌 1위인 토요타와의 격차는 여전히 존재한다.
토요타는 지난해 매출 50조4508억엔(약 471조2000억원), 영업이익 4조3128억엔(약 40조2000억원)을 기록하며 판매와 수익성 모두에서 선두를 지켰다. 하이브리드 중심의 전략과 글로벌 생산 네트워크가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토요타의 높은 수익성은 하이브리드 중심 전동화 전략과 맞물려 있다.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이 전기차 전환에 속도를 내는 사이 토요타는 하이브리드 판매를 꾸준히 확대하며 안정적인 수익 구조를 유지해 왔다. 최근 전기차 캐즘(Chasm, 일시적 수요 정체)으로 인해 하이브리드 수요가 다시 늘어난 점도 토요타에는 호재로 작용했다.
완성차 업계 관계자는 "현대차그룹의 수익성이 빠르게 개선되고 있는 것은 분명하지만 토요타는 여전히 글로벌 생산·판매 네트워크와 하이브리드 경쟁력을 동시에 갖춘 기업"이라며 "현대차가 토요타를 앞지르려면 전기차와 소프트웨어 등 미래차 분야에서 확실한 우위를 확보해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권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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