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현금은 넉넉···M&A 전략은 '흐릿'

산업 산업일반 불안한 확장, 태광

현금은 넉넉···M&A 전략은 '흐릿'

등록 2026.02.25 06:50

김제영

  기자

화장품·호텔·제약 사업 인수···사업 다각화 속도신사업, 통합 시너지 창출·통일된 청사진 '과제'캐시카우·통합 효과 관건···'검증의 시간' 직면

현금은 넉넉···M&A 전략은 '흐릿' 기사의 사진

태광그룹의 인수 포트폴리오가 하나의 전략으로 완성될 수 있을지 시장의 시선이 모인다. 탄탄한 재무 체력을 앞세워 화장품·호텔·제약으로 외연을 넓히고 있지만, 수익 구조와 사업 간 연결고리가 뚜렷하지 않으면 업황 부진을 피하기 위한 분산 투자에 머물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4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태광산업은 서로 결이 다른 자산 인수를 병행하고 있다. 주력인 섬유·석유화학 부문의 실적 부진과 적자 누적 속에서 대규모 M&A가 이어지고 있으나, 재무적 부담은 제한적이다. 그룹 전반의 재무 건전성은 여전히 안정권이다.

태광산업의 지난해 3분기 연결 기준 자산은 4조6702억원이다. 자본 4조103억원, 부채 6599억원으로 자기자본비율은 86%에 달한다. 현금성자산은 2조669억원, 부채비율 16%, 차입금비율 1%다. 재무 지표만 보면 공격적 확장에 나설 여력은 충분하다.

같은 기간 영업활동 현금흐름은 352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했다. 구조적 수익 창출력의 둔화를 보여주는 대목이다. 반면 투자활동 현금흐름은 1866억원 흑자를 기록하며 3분기 누적 현금이 1011억원 늘었다. 단기 유동성에는 문제가 없다.

문제는 방향성이다. 업황 부진이 이어지는 상황에서 M&A가 연속될 경우 전략적 청사진이 분명하지 않으면 부담은 시간이 갈수록 누적될 수 있다. 관건은 인수 자산을 관통하는 하나의 사업 논리를 제시할 수 있느냐다.

태광산업 측은 "기존 사업의 선택과 집중, 새로운 포트폴리오 구축은 동시에 추진할 과제"라며 "단기 실적보다 지속가능성을 위한 전략적 선택"이라고 밝혔다.

태광이 담은 화장품·호텔·제약의 공통분모는 소비재다. 비교적 안정적인 현금흐름을 기대할 수 있지만 투자 회수 기간은 길다. 단기간 고성장을 장담하기도 어렵다. 산업 특성, 유통 구조, 고객층이 서로 달라 통합 스토리는 아직 선명하지 않다. 현 단계에선 포트폴리오 분산 효과에 무게가 실린다는 평가가 많다.

사업 다각화의 성패는 몇 가지 전제에 달렸다. 현금 창출을 책임질 캐시카우의 명확화, 인수 이후 통합 시너지 전략, 신사업의 수익 기준선 설정이다.

우선 신사업의 궁극적 목표는 안정적 수익 기반 확보다. 캐시카우가 분명하지 않으면 인수에 따른 부담은 누적될 수밖에 없다.

규모 면에서 핵심은 애경산업이다. 태광산업은 애경산업 인수가 4475억원을 두고 협상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코트야드 메리어트 서울 남대문에 2500억원, 동성제약에 1600억원을 투자했다. 최근 화장품 전문법인 '실(SIL)'을 신설하고 해외 진출도 준비하고 있다. K-뷰티 확산 흐름을 감안하면 화장품은 캐시카우로 육성할 여지가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다만 자산 편입만으로 산업 간 시너지를 기대하기는 어렵다. 운영, 브랜드, 조직 차원의 연계 전략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실질적 효과는 제한적일 수 있다. 전략적 원칙과 수익 기준선이 마련되지 않으면 다각화는 분산에 그칠 가능성이 있다.

업계에서는 성과를 단기간에 단정하기 어렵다고 본다. 화장품·호텔·제약 모두 안착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향후 1~2년이 전략의 실효성을 가늠할 분기점이라는 전망이 나온다. 통합 시너지 구현 여부, 추가 투자 판단이 성패를 가를 변수다.

분명한 점은 태광의 인수 전략이 '검증의 시간'에 들어섰다는 사실이다. 사업 구조 전환의 돌파구가 될지, 재무 여력을 소진하는 실험에 그칠지는 전략 설계와 실행력에 달렸다.

시장 안팎에서는 이번 투자의 방향을 좌우할 인물로 이호진 전 태광그룹 회장을 지목한다. 인수 전략의 성과가 가시화될수록 책임의 무게도 분명해질 전망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재로 묶이긴 하지만 운영 논리는 제각각"이라며 "각 자산을 어떤 구조로 엮을지가 핵심"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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