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CT·바이오 위고비 경구제 출시 한 달 만에 '꼼수 복제약' 논란···특허 공방 격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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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고비 경구제 출시 한 달 만에 '꼼수 복제약' 논란···특허 공방 격화

등록 2026.02.21 07:13

이병현

  기자

위고비 복제약 판매 두고 소송전 불붙어FDA, 미승인 의약품 마케팅 강력 경고경쟁사 릴리, 오르포글리프론 출격 준비

그래픽=홍연택 기자그래픽=홍연택 기자

덴마크 제약사 노보노디스크(이하 노보)가 미국 원격의료(텔레헬스) 업체 힘스앤허스(Hims & Hers)를 상대로 특허 침해 소송을 제기했다. 힘스앤허스가 노보의 비만치료제 위고비(Wegovy)와 동일 성분(세마글루타이드)을 포함한 조제(compounded) 대체 알약과 주사제를 대량 판매해 특허를 침해했다는 주장이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노보는 최근 법원에 힘스앤허스의 복합조제 의약품이 자사 특허를 침해한다며 영구적인 판매 금지(금지명령)와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노보의 존 커클먼 글로벌 법무·지식재산·보안 부문 총괄은 해당 조제약을 "완전한 사기"라고 규정하며 "검증되지 않은 의약품이 환자를 위험에 빠뜨린다"고 주장했다. 복합조제 의약품은 FDA(미국 식품의약국)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아 안전성·유효성·품질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점도 강조했다.

이번 소송은 '위고비 알약'(경구제) 출시 직후 불거진 '저가 복제약' 논란이 법적 충돌로 번진 결과다. 힘스앤허스는 지난 5일 위고비 경구제와 같은 활성 성분을 사용한 조제 알약을 판매하겠다고 공개하며 가격을 첫 달 49달러, 5개월 플랜 기준 이후 99달러로 제시했다. 당시 노보가 판매하는 위고비 알약(약 149달러) 대비 약 100달러 저렴한 가격이었다.

노보는 즉각 "불법적인 대량 조제"라며 법적·규제적 대응을 예고했다. 노보는 특히 위고비 경구제가 'SNAC'(흡수 촉진 기술) 기반 제조 공정을 통해 경구 흡수를 구현한다는 점을 들어, 힘스앤허스의 조제 제형이 동일한 수준의 흡수와 효과를 낼 수 있는지 불투명하다고 문제를 제기했다.

노보 측 문제제기에도 힘스앤허스는 출시 강행 의지를 보였으나, 규제 당국인 FDA도 경고 수위를 높였다. FDA는 힘스앤허스 등이 승인받지 않은 복합조제 의약품을 'FDA 승인 의약품과 유사하다'고 대규모 마케팅하는 행위를 지적하며 법적 조치 방침을 밝혔다. 특히 힘스앤허스를 상대로 성분 접근 제한, 잠재적 위반 행위의 법무부 회부 등 조치를 언급한 것으로 전해졌다. 결국 힘스앤허스는 출시 발표 이틀 만인 지난 7일 논란이 된 조제 '위고비 알약' 판매를 중단하겠다고 밝혔다.

다만 판매 중단 선언에도 노보가 결국 소송을 강행하면서 GLP-1(글루카곤유사펩타이드-1) 계열 비만약 시장을 둘러싼 '조제 복제약' 공방이 장기화할 가능성이 커졌다. 힘스앤허스는 소송 제기 당일 성명에서 이번 소송을 "조제 의약품에 의존해 개인 맞춤형 치료에 접근하는 수백만 미국인을 겨냥한 공격"이라고 반발했다. 또 거대 제약사가 "소비자 선택권을 제한하기 위해 미국 사법 시스템을 무기화한다"고 주장했다.

핵심 쟁점은 '조제 의약품(compounding)'의 허용 범위다. 조제 의약품은 통상 환자 개별 처방에 맞춘 맞춤형 제조가 가능하다는 이유로, 특정 조건에서 특허약 대체품이 시장에 유통되는 통로로 활용되고 있다. 특히 FDA 승인 의약품의 공급이 부족할 때는 특허로 보호된 약물의 대체품 판매가 허용되는 규제의 '틈'이 있다는 지적이 꾸준히 제기돼 왔다.

실제로 '위고비 대란'이 벌어졌던 지난 2022년부터 지난해 2월까지 위고비 주성분인 세마글루타이드는 공식적으로 의약품 부족 목록에 등재된 상태로, 이 기간 미국 내 전문 약국에서 조제약이 정품보다 저렴하게 판매된 바 있다.

노보는 공급 부족이 해소된 뒤에도 힘스앤허스가 사실상 "단순 용량 변형 제품"을 '개인 맞춤형'으로 포장해 대량 생산·판매했다고 보고 있다. 커클먼 총괄은 "모든 의약품 조제는 정당한 근거에 기반해야 하며, 개인 맞춤형이라고 부르면서 사실상 단순 용량 변형 제품을 대량 생산하는 것과는 달라야 한다"고 강조했다. 노보는 세마글루타이드를 복합조제 업체에 판매하지 않는다고도 밝혔다.

시장 충격도 컸다. 힘스앤허스가 저가 복제 알약 판매를 발표한 직후 노보노디스크와 경쟁사 일라이 릴리 주가는 각각 약 7% 하락했다. 릴리는 아직 경구 GLP-1 치료제를 출시하지 않았지만, 올해 상반기 FDA 승인 여부에 따라 경쟁 경구제(오르포글리프론) 출시가 예상된다는 관측이 나온다. 경구제 경쟁이 본격화하는 시점에 조제 복제약 이슈까지 겹치면서 가격 압박과 규제 리스크가 동시에 부각됐다는 평가가 뒤따랐다.

이번 일은 힘스앤허스 측이 판매를 철회하며 단순 '해프닝'으로 끝나는 분위기지만 노보의 위기는 끝나지 않았다는 분석도 나온다. 노보는 생산능력 확대를 통해 미국 내 세마글루타이드 공급 부족이 해소됐고, 올해 1월 미국 시장에 출시한 위고비 알약도 공급이 충분한 상황이라고 강조했다. 경구용 위고비 출시 초기 반응도 빠르다. 다만 추후 미국 시장에서 가격 압박이 커지고, 경쟁 심화 속에 성장 기대가 흔들리며 실적 전망에도 부담이 커진 상태다. 노보는 최근 실적 발표에서 2026년 매출이 최대 13% 감소할 수 있다고 전망하며 가격 인하 압박을 거론했다.

시장에서 우려하던 역성장 전망이 현실화한 가운데 업계에서는 이번 소송이 단순히 한 업체를 겨냥한 조치에 그치지 않고, GLP-1 시장 전반의 '조제 복제약' 유통을 억제하려는 신호로 보고 있다. 노보는 지금까지 기만적 마케팅과 소비자 사기 등을 이유로 관련 소송을 약 130건 제기했다고 설명한 바 있다. 최대 경쟁사 릴리 역시 젭바운드·마운자로의 주성분인 티르제파타이드를 둘러싸고 유사한 법적 절차를 진행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향후 노보가 이번 소송에서 승기를 잡고 FDA의 강력한 규제 집행이 뒤따른다면, 편법적인 저가 복제약의 시장 진입은 사실상 차단된다. 이 경우 비만약 시장의 다음 격전지는 경구제 간 가격과 편의성 경쟁으로 압축된다. 업계 일각에서는 올해 상반기 FDA 승인을 기다리는 릴리의 '오르포글리프론'과 노보의 '위고비 알약'이 벌일 정면승부가 글로벌 비만약 시장 패권을 가를 것으로 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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