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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 韓에 '25% 관세 위협' 이어 '비관세장벽 양보' 압박

등록 2026.02.08 10:46

전소연

  기자

한미 FTA 공동위 난항···회의 일정 조율 밀려산업계 "대미 수출 막대한 타격" 우려 목소리

조현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조현 외교부 장관(왼쪽)이 지난 3일(현지시각) 미국 워싱턴DC 국무부 청사에서 마르코 루비오 미 국무장관과 만나 한미 외교장관 회담을 갖기에 앞서 악수하고 있는 모습. 사진=연합뉴스 제공

정부가 미국의 관세 인상 저지를 위해 총력전에 나선 가운데, 비관세 장벽 협상에서도 압박을 받고 있다.

8일 통상 당국 등에 따르면 한미 양국은 당초 지난해 12월 비관세 장벽 문제를 논의하기 위해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공동위원회'를 개최할 예정이었으나, 아직 회의 일정을 확정하지 못하고 있다.

한미는 지난해 관세 및 대미 투자 협상에서 미국이 한국에 대한 관세를 25%에서 15%로 낮추는 대신, 한국은 3500억달러 규모의 대미 투자를 진행하기로 했다. 또한, 비관세 장벽 이슈는 한미 FTA 공동위를 열어 정리하기로 했다. 이후 양국은 비관세 장벽 문제 논의를 위한 실무 협의를 시작했으나, 협의가 길어지면서 공동위 개최는 한 달 넘게 밀린 채 일정도 잡지 못하고 있는 상태다.

특히 최근 미국을 방문한 조현 외교부 장관은 기자들을 만나 제이미슨 그리어 미국 무역대표부(USTR) 대표가 "한국이 (대미) 전략 투자뿐 아니라 비관세 장벽 관련 사안에서도 진전된 입장을 조속히 보여주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고 밝혀 한국이 비관세 장벽 협상에서도 상당 부분 양보 압박을 받고 있음을 시사했다.

비관세 장벽 협상에서 한미는 ▲식품 및 농산물 교역 ▲온라인 플랫폼 규제 ▲지식재산권 등 현안을 놓고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양국이 지난해 발표한 조인트 팩트시트에는 "한국은 식품 및 농산물 교역에 영향을 미치는 비관세 장벽을 논의하기 위해 미국과 협력한다"는 문구가 담겨 있다.

이와 관련해 정부는 '검역 절차, 위해성 검사' 등 분야의 조정은 있을 수 있어도 "시장 개방은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하지만 외교가에서는 조인트 팩트시트를 근거로 미국이 한국에 식품·농산품 시장 개방을 압박하고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또한 한미는 관세 협상 관련 공동 설명자료에서 농·생명공학 제품의 규제 승인 절차 효율화, 미국 신청 건의 지연 해소, 미국산 원예작물 관련 요청을 전담하는 'U.S. 데스크' 설치, 미국산 육류 및 치즈에 대한 시장 접근 유지 등을 위해 협력하기로 한 바 있어 미측이 이와 관련해서도 한국의 진전된 조치를 압박하는 것으로 보인다.

아울러 망 사용료, 온라인 플랫폼 규제를 포함한 디지털 서비스 관련 법·정책에 있어 미국 기업들이 차별당하거나 불필요한 장벽에 직면하지 않도록 보장한다는 내용도 한미 관세 협상 팩트시트에 담겨 있는데, 한국의 온라인 플랫폼 공정화법(온플법) 입법 움직임에 대한 우려가 이미 미국 내에서 나온 바 있다.

양국은 이 밖에도 지식재산권, 노동, 환경 규제, 수산 보조금, 공급망 공조 강화 등의 분야 현안을 놓고도 협상하고 있다.

비관세 장벽 협상은 관세 및 대미 투자 등 굵직한 문제를 놓고 여러 가지 쟁점을 다뤄야 하고, 분야별로 세부적인 내용까지 기술적으로 합의해야 하는 만큼 통상 당국이 미측의 다중 압박 속에 이를 조율하는 데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달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의 '대(對)한국 관세 인상' 발언 이후 한국 정부는 외교·통상·안보 라인을 총동원해 미국의 관세 인상을 막기 위해 노력하고 있지만, 미국 측으로부터 '한국에 대한 관세 인상 방침 철회나 유예' 등과 같은 답변은 듣지 못한 상태다.

미국은 내부적으로 대(對)한국 관세를 15%에서 25%로 올리기 위한 관보 게재 등 행정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면서 산업계의 긴장감도 고조되고 있다.

대미 수출 주력인 자동차 업계에서는 현대차·기아가 미국의 25% 자동차 관세로 지난해 2·3분기에만 총 4조6000억원의 비용을 부담하는 등 피해가 발생한 것으로 나타났다. 여기에 다시 관세 인상이 현실화할 경우 일본·EU보다 높은 관세를 물게 돼 수출·이익 구조에 큰 타격을 받을 것으로 우려하고 있다.

경제 6단체는 지난 5일 공동 성명을 내고 "미국의 예고된 25% 관세가 현실화할 경우 자동차, 바이오 등 산업 전반의 대미 수출에 막대한 타격이 초래될 수 있다"며 정부와 국회에 신속한 대응을 촉구했다.

정부는 국회 입법 상황 등을 미측에 설명하며 관세 인상 조치의 철회나 최소한 1∼2개월의 유예기간을 부여받기 위해 외교력을 집중하고 있다.

대미투자특별법이 국회에서 통과되면 구체적인 투자 프로젝트 선정 및 투자 이행 등 절차를 신속하게 밟을 수 있도록, 한미 간 대미 투자 추진을 위한 실무 협의 채널을 가동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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