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 'HVAC 초집중'···LG전자 ES사업부, 신설 1년 만에 '새 중심궤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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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VAC 초집중'···LG전자 ES사업부, 신설 1년 만에 '새 중심궤도'

등록 2025.11.24 15:18

고지혜

  기자

23일, UAE와 '스마트시티 건설 파트너십' B2G 계약 맺어신설 1년만에 전사 매출 12% 책임···'선택과 집중'엔비디아·AWS와 협업, AI 인프라 시장 진출 가속

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부사장(왼쪽)이 AI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솔루션인 CDU(냉각수 분배 장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이재성 LG전자 ES사업본부장 부사장(왼쪽)이 AI 데이터센터 액체냉각 솔루션인 CDU(냉각수 분배 장치)를 살펴보고 있다. (사진=LG전자)

LG전자의 ES사업부가 출범 1년 만에 전사 매출의 12% 이상을 책임지는 핵심 사업부로 올라섰다. 지난해 HVAC 사업에만 집중하기 위해 독립 본부로 재편한 전략이 단기간에 가시화됐다는 평가다. 최근에는 글로벌 정부 대상 B2G 공급계약에 이어 엔비디아·AWS·MS 등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도 잇따르며 외연을 빠르게 확장하고 있다.

24일 업계에 따르면 LG전자의 ES사업부가 아랍에미리트(UAE) 정부 산하 기관인 엑스포시티 두바이와 '스마트시티 건설을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을 전날 맺었다. 해당 공급계약으로 LG전자는 AI홈 허브 기반의 스마트홈 솔루션과 함께 첨단 HVAC솔루션을 공급할 계획이다. 이번 계약은 LG전자가 HVAC 사업을 기반으로 공개한 첫 B2G(정부 대상) 계약이다.

이는 ES사업본부 출범 후 꼭 1년 만의 성과다. LG전자는 지난해 11월 21일 H&A사업본부 소속 HVAC사업부를 떼어내 독립적인 'ES사업본부'를 신설했다.

ES사업본부는 LG의 경영 철학 '선택과 집중' 경영 전략이 가장 명확히 적용된 조직이라는 정평이 나 있다. 해당 본부의 신설도 수주 기반으로 운영되는 HVAC 사업의 본질과 시장 및 고객 특성을 고려할 때 가전을 담당하는 H&A 사업부와 맞지 않다는 판단 아래 진행됐다. 출범 당시 기존 BS사업본부 산하의 전기차 충전 사업도 ES사업부로 이관했으나 성장 지연과 가격 경쟁 심화 등 환경 변화에 따라 올해 4월 빠르게 사업을 정리했다. 부진한 사업을 빠르게 정리하고 HVAC에 온 힘을 다 쏟겠다는 전략이다.

한 사업에만 매진한 ES사업본부는 1년 만에 LG전자에 없어서는 안 될 핵심 사업부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올해 3분기 회사의 또다른 신성장 사업인 VS사업부와 함께 전사 매출의 12%를 차지하고 있다. 출범 당시(2024년 4분기)에는 매출 비중이 9.13%에 불과했다. R&D 투자도 같은 기간 7건에서 22건으로 늘어나 미래 성장동력 확보 의지를 반영했다.

사업 확장도 공격적이었다. 출범 직후 같은 해에 사우디에 축구장 130개 규모 복합시설을 한 번에 냉방할 수 있는 고효율 칠러를 납품했고 올해 4월에는 싱가포르 초대형 물류센터에 HVAC 솔루션 '멀티브이 아이'를 대거 공급했다. 대규모 인수도 마다하지 않았다. 지난 6월 유럽 최대 온수 솔루션 기업인 노르웨이 OSO그룹의 지분 100%를 인수했다. 당시 규모를 밝히지 않았지만 지난 3분기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1673억원 규모 인수 작업을 마무리한 것으로 나타났다.

실제 ES사업본부는 출범 당시 매출 1조5500억원에 그쳤지만 올해 1분기(3조500억원), 2분기(2조6400억원), 3분기(2조1700억원) 등 날이 갈수록 호실적을 거두고 있다. 이렇게 되면 올해 연간 매출 10조원 달성에 근접할 것이라는 전망이 우세하다.

LG전자는 2030년까지 HVAC 사업의 매출을 20조원까지 달성하겠다는 성대한 목표를 갖고 있다. 이를 위해 칠러 중심의 사업 구조에서 벗어나 냉각수를 순환시켜 반도체 칩의 열을 직접 냉각하는 'CDU' 사업으로 사업 축을 확장하고 있다. 가정용·상업용 건물의 난방·환기·공기조절 사업 비중이 높은 상황에서 데이터센터용 특수 냉각 솔루션까지 포트폴리오에 포함시키며 종합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려는 모습이다.

CDU는 엔비디아가 지난해 AI 가속기 블랙웰의 발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기존 공랭 방식에서 액체냉각으로 전환하면서 주목받은 기술이다. LG전자는 핵심 기술인 '코어테크'를 앞세워 가상 센서와 정밀 제어 기능으로 특정 센서 고장에도 시스템이 중단되지 않도록 설계해 AI 데이터센터의 안정적 운영과 서버 효율 극대화를 가능하게 했다. LG전자는 연내 상용화를 계획하고 있으며 올해 수주 목표도 기존 계획의 세 배 이상으로 잡았다.

CDU는 AI 데이터센터에서 서버 안정성과 효율성이 생존과 직결되는 분야인 만큼 글로벌 빅테크 기업과의 협력을 강화하며 시장 진입과 기술 검증을 동시에 추진하고 있는 모습이다. 최근 LG전자는 미국 데이터센터 인프라 기업 플렉스와 모듈형 냉각 솔루션 공동 개발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모듈 CDU은 데이터센터의 열 관리 요구 사항에 따라 맞춤형으로 구성할 수 있고 빠른 배포와 설치가 가능해 기존 냉각 솔루션과 차별화된다는 강점이 있다. 양사의 협업과 별도로 CDU를 공급하기 위해 아마존웹서비스(AWS), 엔비디아와 품질 인증 절차도 밟고 있다. 마이크로소프트(MS)와는 파트너십을 통해 이미 기술 경쟁력을 검증받은 상태다.

박원재 LG전자 상무는 "LG전자는 AI 데이터센터 냉각 솔루션 부문에서도 열심히 사업을 추진하고 있고 이 분야에서도 시너지 효과를 기대하고 있다"며 "AI 산업을 선도하고 있는 엔비디아와 전략적인 협력 관계를 기반으로 미래 기술 혁신에 속도를 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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