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분기 대만 매출 16719억원·성장률 54%한국식 로켓배송로 현지 점유율 확대국내 중소기업 수출 확대 동력 '부상'
쿠팡Inc는 6일(현지시간) 미국 증권거래위원회에 제출한 2분기 보고서를 통해 연결 매출 119763억원, 영업이익 2093억원, 순이익 435억원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19% 증가해 분기 기준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고 영업이익과 순이익 모두 흑자 전환했다. 영업이익률은 1.7% 순이익률은 0.4%다.
특히 대만 실적이 두드러진다. 쿠팡이 2022년 4분기 대만에 진출했을 당시 성장사업 매출은 1806억원이었으나 이번 분기에는 16719억원으로 늘며 2년 반 만에 9배 이상 성장했다. 같은 기간 연평균 성장률은 170%를 넘어섰다. 김범석 의장은 대만의 매출과 고객 수가 각각 전분기 대비 54% 40% 늘었다며 한국 로켓배송 초기와 비슷한 성장 곡선을 그리고 있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쿠팡은 대만을 포함한 성장사업 투자 규모를 확대했다. 연초 최대 1조원으로 예상됐던 연간 손실 전망치는 이번 발표에서 최대 1조3000억원으로 상향됐다. 쿠팡의 거랍 아난드 CFO는 대만 시장의 잠재력이 예상보다 빠르게 커지고 있다며 이번 조정은 수익성보다는 성장 가능성에 무게를 둔 결정이라고 설명했다. 업계에서는 쿠팡이 대만에만 3000억원 이상을 추가로 투자할 것으로 본다.
쿠팡은 대만에서 한국식 로켓배송 모델을 그대로 적용했다. 일정 금액 이상 구매 시 무료배송을 제공하고 월 2600원 수준의 와우 멤버십을 통해 무제한 무료배송과 반품 혜택도 제공한다. 배송 속도 역시 경쟁사 대비 우위에 있다. 대만의 주요 이커머스 플랫폼인 모모와 쇼피는 배송에 2일에서 6일이 걸리는 반면 쿠팡은 익일배송을 통해 소비자 충성도를 확보하고 있다.
물류 인프라도 빠르게 확장 중이다. 쿠팡은 직고용 배송 인력 쿠팡프렌즈를 운영하며 배송 품질을 직접 관리하고 있으며 신베이 타오위안 타이중 가오슝 등 주요 도시에 물류센터와 배송캠프를 구축하고 있다. 타오위안 물류센터에는 머신러닝과 AI 기반 자동화 시스템을 도입했으며 제3물류센터 설립도 추진하고 있다.
대만 소매시장 규모는 약 200조원에 이르지만 이커머스 침투율은 10% 수준에 불과해 성장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박정은 이화여대 교수는 전 세계 판로 개척을 원하는 국내 중소기업이 쿠팡 로켓배송을 통해 대만에 진입하는 것은 큰 의미가 있다며 쿠팡의 투자가 한국 기업의 동반 성장도 이끌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쿠팡의 대만 진출은 국내 중소기업의 수출 확대와 직결되고 있다. 중소벤처기업부에 따르면 올해 상반기 대만으로의 중소기업 수출은 158억달러로 전년 동기 대비 23.3% 증가했다. 특히 화장품은 42.8%, 전자응용기기는 32.3% 증가하며 수출을 견인했다.
경기도 성남의 젤네일 제조사 바르고코스메틱은 지난해 쿠팡 대만 로켓배송을 통해 30만개 제품을 판매했고 올해는 40만개 이상을 기대하고 있다. 황서윤 대표는 쿠팡 덕분에 수출 비용이 20~30% 절감되고 판매량도 급증했다며 투자가 확대되면 판로도 더 넓어질 것이라고 말했다. 쿠팡 PB상품 곰곰 육수를 공급하는 놀이터컴퍼니도 수출 증가로 직원 5명을 새로 채용하고 공장을 150평 규모로 확장했다.
전성민 가천대 교수는 쿠팡의 대만 진출은 단순한 해외 사업이 아니라 국내 중소기업 수출 구조에 변화를 일으키는 계기라며 소상공인도 쿠팡의 인프라를 활용하면 큰 비용 부담 없이 해외 진출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분석했다.
업계는 쿠팡이 대만에서 검증한 로켓배송 모델을 일본 동남아 등으로 확대할 가능성에 주목하고 있다. 일본은 온라인 쇼핑 침투율이 12%를 넘었지만 배송 속도에 대한 불만이 크고 동남아는 모바일 중심의 전자상거래가 빠르게 성장하고 있어 쿠팡의 저렴한 가격과 빠른 배송 전략이 통할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쿠팡은 아직 공식적인 해외 진출 확대 계획을 밝히지 않았지만 대만에서의 성과는 글로벌 확장의 신호탄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김범석 의장이 대만의 성장세는 한국 초창기를 떠올리게 한다고 강조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뉴스웨이 조효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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