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환 "대출규제 사전고지하면 수요 몰려···채무 소각시 도박 빚 심사"

사전고지 미흡 지적에 "시간 줄 수 있는 상황 아니야"

김병환 금융위원장. 사진=이수길 기자 [e-mail]

김병환 금융위원장이 고강도 대출규제 시행과 관련해 사전고지를 할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고 해명했다.

김 위원장은 30일 국회 정무위원회에 참석해 국민이 대비할 수 있도록 대출규제 정책을 사전고지 해야 했다는 지적에 대해 "대책을 발표한다고 미리 말하면 한 달 동안 대출 소요가 엄청나게 몰린다"면서 "스트레스DSR 3단계를 시행할 때도 6월 가계대출이 크게 늘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고 말했다.

이어 김 위원장은 "가계부채 상황이 그렇게 시간을 줄 수 있는 상황이 아니었다"면서 "단, 이미 주택 구입 계약을 한 사람은 기존 규정이 적용되도록 해 선의의 피해자가 없도록 했다"고 덧붙였다.

실제로 6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5개월 연속 증가세를 유지하며 7조원에 육박할 것으로 예상된다. 지난 26일 기준 전체 금융권 가계대출 잔액은 5조8000억원 가량 증가했으며 남은 기간 예정된 대출 실행액 규모를 고려하면 이달 증가액은 6조원대 후반 수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금융위는 지난 27일 관계기관 합동 긴급 가계부채 점검회의를 열고 주택 가격, 차주의 소득과 상관없이 주담대 한도를 6억원 이내로 제한하는 방안을 발표했다. 또한 유주택자의 주담대를 전면 금지하고 신용대출 한도도 연 소득 이내로 제한하도록 했다.

김 위원장은 "올해 1분기 서울에서 나간 대출 중 6억원 이상은 10% 약간 넘는 수준"이라며 "이번 대출 규제로 제약이 없다고는 말씀을 못 드리지만 빚을 내서 고가 아파트를 사는 것은 꼭 막아야겠다고 판단했다"고 강조했다.

또한 김 위원장은 7년 이상 갚지 못한 5000만원 이하 개인채무를 일괄 탕감하기로 한 것과 관련해 가능하다면 도박 및 사행성 사업 관련 빚은 따로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앞서 정부가 발표한 장기 연체채권 채무조정에는 업종 제한이 없어 도박 및 사행성 사업을 벌이다 발생한 빚도 탕감 받을 수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 바 있다.

김 위원장은 "과거 어떤 빚을 진 것인지 봐야 한다는 의견이 있으나 금융사로부터 채무를 매입할 때 그런 정보까지 가져오기가 어려운 부분이 있다"면서 "정말 상환능력이 없고 어려운 분들을 지원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