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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SK도 주목한 이 기술···암세포만 선택적 파괴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2025 biology

SK도 주목한 이 기술···암세포만 선택적 파괴

등록 2024.12.27 15:52

유수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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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바티스 '플루빅토' 블록버스터 등극···출시 2년만방사성의약품 시장 '22년 52억 달러→32년 137억 달러'···2.5배 성장SK바이오팜 '물질 도입' 박차···셀비온·퓨쳐켐 개발 가속

SK바이오팜 제공SK바이오팜 제공

1개 의약품으로 연 매출 10억 달러 이상을 내는 글로벌 블록버스터 의약품에 '방사성의약품'(RPT)이 포함되면서 RPT가 차세대 항암제로 떠오르고 있다.

27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스위스 제약사 노바티스의 전립선암 치료제 '플루빅토'는 2022년 출시 첫 해 2억7000만 달러(3963억3300만원)의 매출액을 기록한데 이어, 이듬해인 지난해 약 263% 증가한 9억8000만 달러(1조4385억4200만원)를 내 첫 RPT 블록버스터 타이틀을 얻었다. 국내에서는 지난 8월부터 처방이 이뤄지고 있으며, 비용은 회당 수천만 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진다.

플루빅토는 고가임에도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임상에서 표준치료 단독요법 대비 방사선학적 무진행생존기간(rPFS)을 2배 연장시켰고, 사망위험도 38% 감소시켜 전립선암 치료제 시장의 게임체인저로 떠올랐기 때문이다.

플루빅토의 성공으로 RPT는 향후 해외 대형 제약사들의 투자가 집중될 것으로 전망되는 주요 모달리티로 떠오르는 중이다. 글로벌 시장조사업체 프레시던스리서치에 따르면 글로벌 방사성의약품 시장 규모는 지난 2022년 52억달러(한화 약 7조6500억원)에서 연평균 10.2% 성장해 오는 2032년 137억달러(한화 약 20조1660억원)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RPT는 세포를 사멸시키는 방사성 동위원소를 리간드(표적에 결합하는 물질)에 탑재한 후, 미량을 체내에 투여해 암세포를 파괴하는 혁신적인 항암 치료 신기술이다. 기존 방사선 치료보다 방사선에 노출되는 범위가 작아 부작용은 적고 효과는 크다. 또 사용하는 방사성 동위원소의 종류에 따라 진단용으로도, 치료용으로도 활용할 수 있어 효용 가치가 높다.

항체, 페이로드(약물), 링커(연결물질)로 구성된 항체약물접합체(ADC)와 약물 구성이 유사하나, 보다 강력한 페이로드인 방사성 동위원소를 탑재함에 따라 더 우월한 효과를 보이고, 암세포만 선택적으로 타깃하기 때문에 다양한 적응증 확대가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이에 글로벌 제약사는 물론 국내 기업들도 RPT 개발에 열성을 보이고 있다. 작년 하반기부터 노바티스를 선두로 일라이릴리, BMS, 아스트라제네카 등 주요 글로벌 제약사들이 다수 M&A 딜을 체결했으며, 관련 규모만 100억달러(14조7570억원)가 훌쩍 넘는다.

아스트라제네카는 지난 3월 고형암 대상 RPT 개발 기업인 퓨전 파마를 약 20억 달러(3조원)에 인수했고, BMS는 지난해 12월 레이즈바이오를 41억 달러(6조537억원)에 인수했다. 일라이일리는 지난 7월 라디오네틱스를 10억달러(1조4744억원)에 인수했고, 그에 앞선 작년 10월 포인트바이오파마를 14억달러(2조642억원)에 사들이기도 했다.

국내에선 SK그룹이 오너일가의 전폭적인 지원 하에 투자를 시작했다. SK바이오팜이 미래 먹거리로 꼽은 RPT는 최태원 SK그룹 회장의 장녀인 최윤정 사업개발본부장(부사장)이 직접 챙기는 분야다. 그는 신약 후보 물질 도입, 방사성 동위원소 공급 계약 등을 주도하며 시장 선점에 나서고 있으며, 지난 8월 RPT 사업 콘퍼런스콜에 직접 참여해 향후 사업계획 등을 발표하기도 했다.

현재 풀라이프 테크놀로지스로부터 도입한 'SKL35501'을 내년 임상1상 진입을 목표로 개발 중이며, 최근엔 더 다양하고 저렴한 치료제 개발을 위해 기술 플랫폼을 보유하고 있는 프로엔테라퓨틱스와 공동 연구개발 계약을 체결하기도 했다. 양사의 목표는 저분자 단백질을 기반으로 하는 차세대 RPT 신약개발이다. 저분자 단백질은 항체 치료제와 비교해 제조 단가가 낮고 종양 침투력이 높아 기존 항체 치료제의 단점으로 꼽히는 독성과 제조 비용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

SK바이오팜은 RPT 개발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인 치료용 방사성 동위원소 확보에서도 한발 앞선 상태다. RPT 개발의 핵심은 치료용 방사성 동위 원소를 확보하는 것이지만 수요를 따라가지 못해 전 세계가 공급난을 겪고 있다. 실제 레이지바이오는 Ac-225 수급 문제로 최근 임상 3상이 일시 중단되는 사태를 겪기도 했다.

그러나 SK바이오팜은 미국 테라파워와의 공급 계약을 통해 RPT 개발에 필요한 고순도 악티늄-225(Ac-225)를 즉각적이고 안정적으로 공급 받는 상황이다.

여기에는 그룹 차원의 선제적 투자가 발판이 됐다. 앞서 SK는 지난 2022년 8월 테라파워에 3000억원 규모의 투자를 진행하면서 아시아 4개국의 독점 공급 협상권을 확보한 바 있다.

이밖에도 듀켐바이오, 셀비온, 퓨쳐켐 등 바이오텍들이 RPT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듀켐바이오는 국내 진단용 RPT 시장 1위 기업이지만 치료용 시장으로 영역을 확대하기 위해 R&D 전문 기업인 라디오디앤에스랩스 지분 100%를 23억원에 인수했다. 또 생산기지 건립을 위한 자금 확보 차원에서 기업공개(IPO)에 나서기도 했다. 라디오디앤에스랩스는 RPT 연구개발 분야에서 권위를 인정받고 있는 서울아산병원 교수진을 중심으로 설립된 기업이다.

셀비온은 제2의 플루빅토를 위해 전립선암 대상 'Lu-177-DGUL'을 개발하고 있다. 내성으로 인해 기존의 약물 치료법이 무효한 전이성 거세 저항성 전립선암(mCRPC) 환자가 대상이다. 회사는 내년 상반기 임상 2상을 완료한 후 조건부 허가를 받아 국내에 조기 출시할 계획을 갖고 있다.

특히 셀비온은 침샘이나 신장 등 정상조직이 피폭되는 플루빅토의 한계를 극복해 미충족 의료 수요에 적극 대응한다는 방침이다. 'Lu-177-DGUL'은 침샘(구강 건조), 신장(약물 축적), 골수(혈소판 수 감소)에서의 낮은 부작용을 기반으로 빠르게 시장에 잠입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회사의 목표 매출액은 오는 2027년 기준 약 429억원이다.

퓨쳐켐도 mCRPC 대상 치료제로 'FC705'를 개발 중이다. 내년 중 임상3상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

'FC705'는 임상2상에서 안전성 및 유효성을 확인한 바 있으며, 이를 기반으로 미국, 유럽, 아시아 지역 기술이전 계약도 추진 중이다.

임상2상 결과에 따르면, 'FC705'는 플루빅토(200mCi) 대비 절반(100mCi)의 용량만으로도 대부분의 주요 임상지표에서 더 우수한 결과를 보였고, 부작용은 총 11명의 환자에게서 발생했다. 비교적 중대한 부작용으로 평가받는 Grade3 환자는 5명이었고, 나머지는 일상생활에 지장이 없는 수준이었다. 회사 측은 "동일 기전 의약품과 비교했을 때 Grade3 이상의 부작용 비율은 25%로 가장 낮은 수치를 보여줬다. 특히 유일하게 Grade 4, 5에 해당하는 환자가 한 명도 없었다"고 설명했다.

정부도 RPT 신약개발 전주기 과정 지원에 힘을 더하고 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가 지난달 발표한 '방사선 바이오 성과 창출 전략' 발표에 따르면, 정부는 오는 2030년까지 치료용 방사성 동위 원소 자급률을 100%까지 끌어올리고 비임상부터 임상, 출시 후 지원까지 신약개발 전주기 기술을 지원한다는 방침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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