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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통·바이오 상반기 내부거래 최대 규모 제약사는 '한미약품'

유통·바이오 제약·바이오

상반기 내부거래 최대 규모 제약사는 '한미약품'

등록 2024.11.14 17:52

수정 2024.11.15 10:55

이병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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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약품 6309억원···제약사 중 최대 규모대웅제약 공정위 조사대상 거래 증가

주요 제약사 내부거래가 지난해보다 늘어났다. 최근 제약사 대상 관계당국 조사가 늘어나는 가운데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등 대책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한미약품·대웅제약·유한양행·동아에스티·종근당·일동제약·제일약품·보령·HK이노엔의 특수관계자 거래가 1년 전과 비교해 증가했고, 콜마비엔에이치·JW중외제약·GC녹십자·휴온스·광동제약은 감소했다. 대웅제약은 지난해 공정거래위원회에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받은 타깃 기업과의 거래도 다시 증가했다.

그래픽=이찬희 기자그래픽=이찬희 기자

제약업계 내부거래 증가세···주요 기업 14곳 중 9곳 전년 대비 늘어


14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상반기 기준 매출 상위 제약사 14곳 중 9곳이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내부 거래량이 증가했다. 14개 제약사 평균 특수관계자 거래 증가율은 2%(160억원)로 나타났다.

특수관계자 거래는 기업과 그 기업의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곳 사이에 이루어지는 거래를 뜻한다. 특수관계자는 회사와 직접적으로 이해관계를 가지는 개인이나 기업 등 조직을 포함하며, 주로 계열사나 자회사 등 관계기업 혹은 일정 지분을 확보해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는 기업을 뜻한다.

특수관계자 거래는 한 기업집단 내부에서 주로 이루어지는 특성상 일반 거래와는 달리 공정성 여부를 보장하기 위한 규제가 이루어진다. 외부 감사나 재무제표에서 별도로 공시하는 것은 물론 특정 거래가 세금 회피나 부정거래로 드러날 경우 공정거래법에 따라 처벌받을 소지가 있다.

콜마비앤에이치의 상반기 누적 특수관계자 거래는 1509억원이다. 전년 동기 1702억원 대비 11% 감소했다. 콜마비앤에이치 내부거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지배기업 콜마홀딩스와 오간 거래가 311억원에서 300억원으로 281억원 감소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콜마홀딩스는 지분 55.56%를 보유하고 있는 최대 주주다.

JW중외제약은 1276억원에서 1237억원으로 3% 감소했다. JW중외제약은 JW신약, JW생명과학 등 관계기업과 거래는 활발해졌지만 지배기업인 JW홀딩스와 거래가 줄며 내부 거래액 감소로 이어졌다.

유한양행의 상반기 누적 특수관계자 거래는 1101억원이다. 전년 동기 1080억원 대비 2% 늘었다. 유한양행 내부거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유한크로락스와 거래가 406억원에서 471억원으로 65억원 증가한 영향으로 풀이된다. 유한킴벌리와 가진 거래가 207억원에서 255억원으로 48억원가량 늘어 두 번째로 큰 증가 폭을 보였다. 유한양행은 생활용품을 제조하는 유한크로락스에서 제품을 구매해 판매를 담당하고 있다. 이에 따른 상반기 매입 금액이 408억원이다. 또 유한양행은 유한킴벌리 지분 30%를 보유한 2대 주주로, 매년 배당금을 지급받고 있다. 상반기 배당금 수익은 255억원이다.

GC녹십자는 1155억원에서 1065억원으로 8% 감소했다. 지난해에 이어 2년 연속 감소세다. 특수관계자인 의료법인 녹십자의료재단과 거래가 751억원에서 685억원으로 약 66억원 감소했다. 녹십자의료재단은 산하에 병원을 운영하고 있어 녹십자가 소요의약품을 납품하는데, 해당 거래가 의료파업 영향 등으로 소폭 준 것으로 분석된다. 관계기업인 아티바(Artiva) 바이오테라퓨틱스와 가진 거래도 44억원에서 23억원으로 20억원 넘게 줄었다.

동아에스티는 846억원에서 884억원으로 4% 줄었다. 동아에스티는 매년 동아오츠카와 가장 큰 내부거래를 보인다. 지난해 동아오츠카에서 상품·원재료를 매입하며 262억원을 지출했고 올해 274억원을 지출해 12억원가량 늘었다. 반면 바이오의약품 위탁 생산(CMO)·위탁개발생산(CDMO) 기업 에스티젠바이오와의 거래는 108억원에서 64억원으로 44억원 줄었다. 원료업체인 에스티팜과의 거래도 약 31억원 줄었다. 거래량이 줄어든 관계사 세부 항목을 분석해 보면 공통적으로 지출이 줄어든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종근당은 493억원에서 601억원으로 22% 증가했다. 원료약과 완제의약품을 공급받는 두 업체와 거래가 늘어난 영향이다. 경보제약과는 118억원에서 178억원으로 60억원 늘며 거래 규모가 가장 컸고, 종근당바이오와는 70억원에서 147억원으로 77억원가량 늘며 증가 폭이 가장 컸다. 종근당은 경보제약에서는 원료약을 매입해 생산하고, 종근당바이오에는 완제의약품을 구매해 판매한다.

휴온스는 487억원에서 489억원으로 0.4% 감소했다. 이외에 일동제약, 제일약품, 보령, HK이노엔 등은 내부거래 규모가 300억원 미만대였고, 모두 한 자릿수 증가율을 보였다.

광동·대웅·한미, 관계 당국에 조사 받아


공정위에 지난해부터 부당 내부거래 조사를 받는 대웅제약과 광동제약은 상반된 모습을 보였다. 광동제약의 경우 관련 거래가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올해 상반기까지 광동제약의 특수관계자 거래는 74억원이다. 작년 상반기 누적 80억원 대비 8% 감소했다. 조사대상 기업 중 녹십자와 함께 2년 연속 내부거래 감소세를 보이는 두 기업 중 하나다.

광동제약 내부거래는 주로 기타특수관계자인 광동생활건강 사이에서 발생했는데, 지난해 공정위 조사도 여기에 집중됐을 거라는 게 업계 중론이다.

상반기 발생한 특수관계자 거래 74억원 중 71억원이 광동생활건강과 발생했다. 이 가운데 약 69억원이 매출로 잡혔는데, 의약외품 도소매업을 영위하는 광동생활건강이 광동제약이 생산한 건강식품과 드링크류를 매입해 판매하는 식으로 매출을 내고 있기 때문이다.

광동제약에서 광동생활건강으로 흘러간 내부 매출은 2019년 65억원으로 시작해 2022년 160억원에 이르기까지 매년 꾸준한 증가세였다. 지난해 공정위 조사 이후 거래량이 급격하게 줄어들기 시작해 지난해 내부 매출은 약 147억원에 그쳤다.

광동제약과 광동생활건강은 서로 지분을 보유한 상태다. 광동생활건강은 최성원 회장의 지분 56.33%를 포함해 특수관계인이 지분 100%를 보유하고 있다. 광동생활건강은 6월 말 기준 광동제약 지분 3.26%를 갖고 있어 6.59%를 보유한 최성원 회장과 5%의 가산문화재단 다음으로 많은 지분을 갖고 있다. 광동생활건강이 성장할수록 최 대표 지배력이 강화되는 구조인 만큼 공정위는 광동생활건강을 부당 지원해 내부거래로 성장시켰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광동제약에 이어 제약사로는 두 번째 공정위 조사 대상에 오른 대웅제약은 전체 내부거래 규모가 1321억원에서 1531억원으로 16% 증가했다. 지난해 부당 지원 혐의를 받는 조사 대상 기업과 가진 내부거래가 감소한 것과 달리 올해는 다시 조사 대상 기업과도 내부거래가 는 것으로 나타났다.

공정위는 지난해 대웅제약 관계사인 디엔컴퍼니·디엔코스메틱스, 시지바이오, 엠서클 등과의 내부거래에 부당한 점이 있다고 보고 조사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지난해 네 관계사 내부거래 총합은 620억원으로 2022년 대비 46억원 가량 줄었다. 디엔컴퍼니·디엔코스메틱스와의 내부거래는 294억원으로 2022년 315억원에서 6.76% 감소했고 엠서클과 내부거래는 214억원에서 178억원으로 16.82% 줄었다. 시지바이오와 내부거래만 136억원에서 148억원으로 8.82% 늘었다.

올해는 상반기 기준 엠서클을 제외하면 전년 동기 대비 모두 거래량이 늘어 평균 4.84% 증가율을 보였다.

시민단체 소비자주권시민회의는 "대웅그룹의 주력 기업인 대웅제약은 윤씨 일가 소유회사 내부 거래액이 최근 5년간 2.8배 증가했으며, 여러 정황상 내부거래에서 얻어진 배당에 의한 편법적인 부의 이전을 통한 경영승계의 개연성이 크다"면서 "이는 공정위의 대웅제약 등 중견기업에 대한 부당 내부거래 단속에서 드러났다"고 주장했다.

공정위에서는 지난해 현장 조사 이후 1년 넘게 지난 현재도 부당 내부거래 의혹에 대해 뚜렷한 결론을 내놓고 있지 않은 상태다. 공정위 관계자는 "해당 사건들은 조사 중인 사안으로 조사 중인 사안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이나 일정 등을 확인해 줄 수 없다"는 원론적 답변을 내놓았다.

올해 들어서는 경영권 분쟁에 휩싸인 한미약품에서 부당 내부거래 의혹이 나오기도 했다. 한미약품그룹은 자체 내부감사를 통해 북경한미약품과 코리그룹 산하 북경룬메이캉(베이징메디케어) 사이 일감 몰아주기 의혹 등에 대한 조사에 지난 7월 착수했다. 북경한미가 중국에서 생산한 의약품을 코리그룹 자회사인 북경룬메이캉에 넘겨 유통하는 과정에서 체결한 계약과 자금 흐름 등을 살핀다는 방침이다.

2개월 뒤인 지난 9월 27일 국세청 중부지방국세청이 지주회사 한미사이언스와 사업회사 한미약품 등 한미약품그룹을 대상으로 특별 세무조사에 착수하며 한 언론은 해당 조사가 내부거래 의혹을 타깃으로 삼는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한미약품그룹 관계자는 "국세청 조사에 대해 일부 언론에서는 부당 내부거래 의혹 관련 조사라고 보도되고 있지만, 조사 초기 단계인 만큼 회사로서도 정확한 사실은 알 수 없다"고 말했다.

한미약품 그룹은 올해 상반기 누적 내부거래 6309억원으로 전년 동기 6169억원 대비 2% 늘었다. 액수로는 주요 제약사 중 최대치다. 내부거래가 가장 많은 관계사는 의약품온라인몰 'HMP몰'을 운영하는 온라인팜이다. 올해 상반기 4405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 3943억원에 비해 11% 넘게 늘었다.

의혹이 제기됐던 룬메이캉과의 거래는 지난해 상반기 1174억원에서 올 상반기 1134억원으로 3.4% 줄었다.

빅5 제약사 내부거래위원회 설치 한 곳도 없어


공정위나 국세청 등 관계 당국은 최근 제약사를 대상으로 불법 리베이트, 부당 내부거래 의혹 등을 전방위적으로 조사하고 있다. 올해 경동제약과 고려제약이 리베이트 수사와 세무조사를 받는 것을 시작으로 경찰이 수사 중인 리베이트 의심 사건만 30건에 넘는다. 이에 대해 업계 일부에서는 볼멘소리도 나온다. 사업 범위가 넓은 제약업체 특성상 내부거래가 불가피한 측면이 있는데 이를 고려하지 않고 보여주기식 조사에 나서는 것 아니냐는 불만이다.

한 제약·바이오 업계 관계자는 "이번 정부 들어서 업계에 관계 기관의 조치가 더 강하게 내려오는 경향이 있는 건 맞다"면서 "당국에서 조사 결론이 나오기 전까지는 해당 회사 입장에서도 일이 어떻게 진행되고 있는 것인지 파악은 어려울 것"이라고 했다.

다만 국내 제약사의 부당 내부거래 관련 관리 감독 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 5월 개최된 한국제약바이오협회 '2024년 상반기 KPBMA 윤리경영 워크숍'에서 황윤환 법무법인 율촌 변호사는 "공정위 내부에는 기업집단관리과, 공시점검과, 내부거래 감시과, 부당 지원감시과 등으로 구성된 기업집단국이 상설 조직화됨에 따라 감시가 더욱 강화되고 있다"면서 공정위의 리베이트 관련 조사가 증가하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이어 "계약과 거래 타당성 등을 증명하기 위해서 평소 수의계약 시 적정성에 관한 자료를 잘 갖춰두고 내부 거래 시 관련 위원회 또는 협의체를 설치해 타당성을 확보해 두는 것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상반기 기준 국내 빅5 제약사 중 이사회 내 내부거래위원회를 운영 중인 곳은 한 곳도 없다. 내부거래위원회는 ESG 위원회와 마찬가지로 자율 설치 위원회로 기업이 설치해야 할 의무는 없다. 다만 국내 상장사에서 내부거래위원회는 2015년부터 2021년까지 자율 설치 위원회 중에서 가장 비중이 높았으며, 2022년에는 25.7%의 비중을 차지하는 등 설치하는 기업이 크게 느는 추세다. 2022년 기준 공시대상기업집단의 69.1%(114개 사)가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한 것으로 나타났다.

그룹 내 공정거래 자율 준수 체제를 구축하고 경영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 제약사에서도 내부거래위원회를 설치하고 그룹 내 내부거래 규모를 조절하는 등 자체적인 노력이 필요하다는 분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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