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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씁쓸한 '한국판 바이엘'의 결말···모양 빠진 이우현 회장

산업 에너지·화학 재계IN&OUT

씁쓸한 '한국판 바이엘'의 결말···모양 빠진 이우현 회장

등록 2024.03.29 16:49

김다정

  기자

남의 집 싸움에 홀로 자리 지킨 이 회장···'전면전' 패배넘치는 바이오 사랑과 그렇지 못한 성과···소액주주 '반발'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이우현 OCI그룹 회장의 '한국판 바이엘' 열망이 일장춘몽(一場春夢)으로 끝났다. 재계 역사상 전무한 이종 기업집단 '공동 경영'은 첫 발을 뗄 기회조차 얻지 못하면서 그의 글로벌 빅파마의 꿈도 꺾였다.

결국 이 회장은 "한미그룹 통합과 관련해 좋은 결과로 보답하지 못해 송구하다"며 고개를 숙였다.

올해 1월 OCI그룹과 한미약품그룹과 통합 소식은 재계에 큰 충격을 줬다. 이종산업간의 인수합병(M&A) 사례는 많지만 서로 다른 오너 일가가 그룹을 공동으로 경영하는 건 전례 없는 일이었기 때문이다.

미래성장동력 확보라는 명분을 내세운 이례적인 행보에 뒷말과 논란이 뒤따른 건 당연지사다. 한미약품 창업주 장·차남 임종윤·종훈 형제는 즉각 통합에 반대하며 '진흙탕' 가족 싸움이 시작됐다. 결국 송영숙·임주현 '모녀'와 임종윤·종훈 '형제'로 분열된 한미가(家)는 추후 내부 갈등이라는 상흔만 남았다.

그러자 이우현 회장은 "한미그룹 가족들이 잘 화합하길 바란다"며 곧바로 발을 뺐다. 임종윤 전 한미약품 사장이 "같이 할 수 있다"고 가능성을 밝힌 것에 대해서도 "현실적으로 어렵다"고 선을 그었다.

하지만 통합을 주도적으로 추진한 이우현 회장이 의도한대로 한미 일가 가족 분열의 책임소재에서 자유로울지에 대해서는 의문이 제기된다.

이해관계가 얽혀 있는 이 회장은 지난 두 달 간 사실상 '남의 집 싸움'에 누구보다 적극적(?)으로 나선 인물이다. 합병을 위해 두 모녀보다도 전면에 나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언론 인터뷰를 통해 여론을 조성했고, 임주현 사장이 긴급 기자회견을 열자 '깜짝' 등장하면서 굳건한 동맹 관계를 과시하기도 했다. 이날 송영숙 회장은 건강상의 이유로 불참했다.

이 회장은 분쟁 당사자인 모녀가 모습을 감춘 한미사이언스 주주총회에도 홀로 참석해 네 시간 이상 자리를 지키다 표결 직후 주총장을 떠났다. 이후 임 부회장의 불참에 대해 "의아했었다"고 말한 것을 미뤄 짐작하면 이 회장으로서는 패색이 짙은 남의 집 싸움에서 홀로 체면을 구긴 모양새가 아닐 수 없다.

표심에 엎치락뒤치락하던 이번 승부의 종지부는 소액주주들이 찍었다. 이는 곧 이우현 회장이 강력히 밀어붙인 '시너지'라는 통합 당위성의 설득력이 떨어졌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도 그럴 것이 이 회장은 넘치는 제약·바이오 사랑과 달리 현재까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한 채 존재감이 미미하다. 지난 2022년 부광약품을 인수하면서 본격적인 사업에 나섰지만, 이 해에 부광약품은 창사 이래 첫 영업손실을 기록했고 지난해에는 영업손실이 더욱 늘어났으니 '의문부호'가 붙을 수밖에.

특히 재계에서는 회사 주요 주주 간 지분 맞교환이라는 이슈가 맞물리면서 소액주주들의 반발을 자극한 '불쏘시개'가 됐다는 지적도 나온다. 신성장동력이라는 보기 좋게 포장된 내면에는 그동안 삼촌들에게 의존했던 방식과는 '지배력 강화'를 통해 '독립경영'을 이뤄내겠다는 포석이 깔려 있다는 것이다.

무위로 돌아간 씁쓸한 결말에 이우현 회장도 재차 시험대에 올랐다. 강력하게 밀고 있는 제약·바이오 신사업에서 주주들의 신뢰를 얻지 못한 만큼 향후 사업 방향성에 대해 관심이 쏠린다.

이 회장은 "그동안 전 세계 오지를 돌아다니며 사업을 성장시킨 경험을 바탕으로 앞으로도 글로벌 시장에서 기존 사업과 시너지를 낼 수 있는 사업 다각화를 시도하며 성장하겠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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