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만간 합병 위한 양해각서 체결···내년 초 본계약 예상가입자만 1000만 육박한 공룡 탄생 "합병 시너지 좋아"기업결합 심사·지분율 요건·복잡한 지분 관계는 변수
K-OTT 공룡 탄생, 모두가 '승자'
1일 투자은행(IB)업계에 따르면, CJ ENM과 SK스퀘어는 자사 OTT 플랫폼인 티빙과 웨이브 합병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이달 초 체결한다. 양 사는 실사를 거친 후 내년 초 본계약을 체결할 계획이다. 합병 법인의 최대 주주에 CJ ENM이 오르고, SK스퀘어가 2대 주주가 되는 구조가 유력하다. CJ ENM은 티빙 지분 48.85%, SK스퀘어는 웨이브 지분 40.5%를 각각 보유한 최대 주주다.
CJ ENM 관계자는 "티빙과 웨이브는 OTT사업자로서 경쟁력 강화를 위해 전략적 제휴를 포함한 다양한 관점에서 협력방안을 논의하고 있다"고 했다. SK스퀘어 관계자 역시 "아직 확정된 바 없으나 경쟁력 강화를 위해 다양한 협력 방안을 고려 중"이라고 설명했다.
두 플랫폼 결합은 회사와 고객 모두에 긍정적이라는 평가다. 합병 법인은 '규모의 경제'를 실현해 비용을 줄일 수 있다. 시장조사업체 모바일인덱스 자료를 보면, 지난 8월 기준 티빙의 월 활성이용자(MAU) 수는 540만명, 웨이브는 439만명이다. 합병 기업의 이용자 수는 979만명에 이를 수 있다는 계산이 나온다.
또 두 플랫폼 간 이용자 확보 경쟁 과정에서 불거졌던 불필요한 마케팅 비용을 아끼고, 절감한 비용은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에 투입해 콘텐츠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다. 이화정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이날 보고서를 내 "인건비와 제작비 효율화를 통한 구조적 비용 절감 효과가 체감된다"고 분석했다.
이기훈 하나증권 애널리스트도 지난달 30일 "티빙과 웨이브의 합병을 가정한 시너지는 상당히 직관적"이라며 "가입자는 증가하고 콘텐츠 제작 원가는 절감된다"고 했다.
티빙은 ▲2021년 762억원 ▲지난해 1192억원의 영업손실을 냈고, 웨이브 역시 같은 기간 적자 규모를 558억원에서 1217억원으로 키우며 힘든 시기를 보내왔다.
이용자 입장에서는 적은 구독료로 더 많은 콘텐츠를 즐길 수 있다. 게다가 두 플랫폼은 잘하는 분야가 다르다. 웨이브는 지상파 3사의 다양한 프로그램, 티빙은 '콘텐츠 왕국'으로 불릴 정도의 방대한 'CJ 콘텐츠'가 강점이라 추가적인 가입자 유치 시너지가 기대된다.
특히 '넷플릭스 대 티빙' 2파전 경쟁 구도를 형성, 더 큰 성장을 꾀할 수도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티빙과 웨이브의 월 합산 사용 시간은 약 9029만 시간으로 넷플릭스(1억시간)의 약 87.7%에 해당한다. 한 업계 관계자는 "합병으로 1000만명에 가까운 가입자를 보유한 플랫폼이 되면, 추가적인 광고 수입도 기대할 수 있다"면서 "토종 콘텐츠 육성에도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산적한 과제들, 갈 길은 '첩첩산중'
그러나 이들이 가야 할 길은 멀다. 일단 공정거래위원회 기업결합 심사를 거쳐야 한다. 앞서 티빙은 지난해 KT시즌과 결합하면서 이 심사를 쉽게 통과했다. 당시 두 플랫폼 합산 점유율(18.05%)이 1위 넷플릭스(38.22%)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까닭이다.
그러나 티빙과 웨이브의 결합은 이야기가 다르다. 두 플랫폼의 합산 시장점유율이 30%를 넘어서는 만큼 규제를 받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
웨이브가 2019년 발행(5년 만기)한 2000억원 규모의 전환사채(CB)도 부담이다. 합병법인은 이를 떠안아야 해 CJ 내부에선 여전히 반대 의견이 나오는 것으로 알려졌다. 수년 전부터 합병설이 꾸준히 제기됐지만, 실현되지 못한 배경에도 이 문제가 있던 것으로 전해진다.
티빙과 웨이브 주주의 지분율이 희석돼 지주사의 자회사·손자회사에 대한 의무 지분율 요건에 저촉될 수 있는 점도 변수다. 공정거래법상 지주사는 비상장 자회사 및 손자회사의 지분을 40% 이상 보유해야 하는데, 여기에만 수천억원의 비용 부담이 발생할 수 있다.
게다가 양 사의 복잡한 지분 구조도 문제다. 양사에 이해관계가 얽힌 주주들이 많아, 기업가치나 합병비율을 산정할 때 고려해야 할 변수가 많다는 의미다. 현재 티빙의 주요 주주인 ▲네이버 ▲SLL중앙 ▲KT스튜디오지니와 웨이브의 주요 주주인 지상파 3사(SBS·MBC·KBS) 등은 합병 법인의 주주로 남을지 논의 중인 것으로 전해진다. 이기훈 애널리스트는 "티빙, 웨이브 모두 다양한 전략적투자자(SI)와 재무적투자자(FI)들이 존재해 모두를 충족하는 거래가 쉽지 않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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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임재덕 기자
Limjd87@newswa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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