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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업 '형보다 더 빠르게'···기아, 전기차 풀라인업의 진짜 이유

산업 자동차

'형보다 더 빠르게'···기아, 전기차 풀라인업의 진짜 이유

등록 2023.10.16 07:00

수정 2023.10.16 07:47

박경보

  기자

글로벌 점유율 하락에 '위기론' 점화···정공법으로 승부높은 수익성과 낮은 고정비로 전기차 가격싸움 유리중국서 팔리는 EV5, 기아 전동화 전략 성패 '가늠좌'

'형보다 더 빠르게'···기아, 전기차 풀라인업의 진짜 이유 기사의 사진

기아가 현대차보다 한발 앞서 전기차 풀라인업 구축을 발표하고 내년부터 보급형 전기차를 쏟아낸다. 이는 글로벌 전기차 점유율 하락으로 점화된 위기론을 정공법으로 진화하겠다는 뜻으로 읽힌다. 여전히 부진한 중국 시장에서 얼마나 성과를 내느냐에 따라 글로벌 전동화 전략의 성공 여부가 판가름 날 전망이다.

기아는 지난 12일 경기도 여주에서 '기아 EV 데이'를 열고 세 번째 전용 전기차인 EV5와 EV3‧4 콘셉트카를 공개했다. EV5는 기아가 중국 시장을 겨냥해 개발한 신형 전기차로, 중국에 이어 2025년 상반기 국내시장에도 출시될 예정이다.

이날 발표에 나선 송호성 기아 사장은 "미국 시장에서 판매되는 내연기관차는 400종이 넘지만 전기차는 여전히 30종에 불과하다"며 "기아는 다양한 가격대의 전기차 풀라인업을 제공해 고객의 기대를 충족시킬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날 준중형급인 EV5 외에도 소형급에 속하는 EV3와 EV4의 콘셉트카가 함께 공개됐다. 두 차종은 각각 내년 상반기와 하반기에 국내 시장에 출시될 예정이다. 2025년 EV5까지 출시되면 현재 2종(EV6‧EV9)인 기아의 전용 전기차 라인업은 5종으로 확대된다.

아직 구체적인 계획은 발표되지 않았으나 중형급인 EV7과 EV8도 수년 안에 출시될 가능성이 높다. 이와 더불어 신흥시장 등을 공략할 보급형 소형 전기차가 EV1, EV2의 이름을 갖고 등장할 것으로 추측된다. 기아는 이미 인도에서 EV1부터 EV9까지 상표권 등록을 마친 상태다.

조상운 기아 글로벌사업기획사업부장 상무는 "2027년까지 전기 픽업트럭 등 15종의 전기차를 판매할 계획"이라며 "자세히 말씀드리긴 어렵지만 여러분들이 생각하시는 다양한 차종들이 나오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와 기아는 올해 글로벌 전기차 시장에서 경쟁자들에 비해 부진한 성적을 거두고 있다. 기아의 공격적인 전기차 라인업 확대는 '위기론'을 정면 돌파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기아가 12일 오후 경기 여주시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열린 '2023 기아 EV Day'에서 준중형 SUV 전기차 'EV5'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기아가 12일 오후 경기 여주시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열린 '2023 기아 EV Day'에서 준중형 SUV 전기차 'EV5'을 공개하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BYD‧테슬라 질주에 입지 줄어든 현대차‧기아
SNE리서치에 따르면 현대차‧기아의 글로벌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동기 대비 11.7% 증가한 33만5000대로 집계됐다. 시장 점유율(1~9월 기준)은 4.3%로, 전년 동기 대비 1.2%P 줄어든 수치다. 지난해 전기차 판매 6위였던 현대차‧기아는 스텔란티스에 역전을 허용하며 7위로 밀려났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이 1년 만에 41.3%나 성장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쉬운 성적표다.

반면 BYD와 테슬라의 글로벌 판매량은 전년 대비 87.4%, 62.5%씩 급증했다. 특히 중국 BYD의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지난해 15.9%에서 21.1%로 껑충 뛰었다.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60%가량을 차지하는 중국에서 안정적인 판매를 유지한 결과다.

기아는 전기차 점유율 확대의 열쇠인 중국시장을 EV5를 시작으로 적극 공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중국에서 생산돼 현지 판매되는 EV5는 국내 판매모델과 달리 LFP(리튬인산철)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경쟁력을 크게 끌어올린 게 특징이다. EV5가 중국에서 흥행에 성공할 경우 기아의 글로벌 점유율도 회복될 수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송선재 하나증권 연구원은 "중국 전기차 1위 업체인 BYD의 9월 누적 소매 판매 점유율은 12.4%까지 상승했다"며 "기아가 중국 전용으로 개발해 가격대까지 낮춘 EV5의 판매 성과가 중요한 시점"이라고 강조했다.

현대차‧기아의 전기차 점유율 하락도 상품경쟁력 저하가 아닌 비싼 가격 때문이라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중소형급의 저렴한 전기차들이 본격 출시되고 보조금 이슈가 해소되면 판매 회복에도 속도가 붙을 수 있다는 얘기다.

이재일 유진투자증권 연구원은 "현대차‧기아의 올해 전기차 점유율이 지난해에 미치지 못하면서 경쟁력을 상실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기도 했다"면서도 "하지만 경쟁력 이슈보다는 미국에서의 보조금 제외와 경쟁사의 가격 인하에 적극적으로 대응하지 못한 점이 점유율 하락에 큰 영향을 미쳤다"고 평가했다.

현대차보다 잘 나가는 기아, 그룹 전동화 전략 '선봉'

시장 안팎에선 기아가 그룹사인 현대차보다 먼저 전기차 풀라인업 구축에 나선 것을 두고 의외라는 평가가 나오고 있다. 상표 가치가 더 높은 현대차보다 전면에 나서 그룹의 전기차 전략을 주도하는 모양새다. 현대차는 현재 아이오닉 5와 6을 판매하고 있지만 아이오닉7 외에는 구체적인 라인업 확장 계획이 발표되지 않았다.

올해 2분기 기아의 영업이익률은 13%로, 같은 기간 10%를 기록한 현대차를 3%P나 앞섰다. 업계 최고 수준의 수익성을 달성한 기아는 전기차 가격싸움에서 우위를 점할 여력까지 확보한 셈이다.

임은영 삼성증권 연구원은 "기아의 고정비 비중은 글로벌 완성차업체 가운데 가장 낮은 수준이며, 하이브리드차의 높은 수익성을 바탕으로 테슬라와 경쟁할 수 있는 유일한 업체"라며 "기아는 내연기관차의 이익을 전기차 인센티브로 활용하는 방식으로 글로벌 점유율을 확대해 나갈 것"이라고 분석했다.

기아가 12일 오전 경기 여주시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열린 '2023 기아 EV Day'에서 'EV3' 콘셉트 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기아가 12일 오전 경기 여주시 마임비전빌리지에서 열린 '2023 기아 EV Day'에서 'EV3' 콘셉트 카를 선보이고 있다. 사진=강민석 기자 kms@newsway.co.kr

전문가 "차종 확대보다 중국차 이길 차별화 전략 중요"
일각에선 기아의 선제적인 전기차 풀라인업 확대에 큰 의미를 부여하기 어렵다는 시각도 있다. 단기간에 라인업을 크게 늘리는 것보다 전기차의 상품성과 가격경쟁력을 높이는 데 주력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용현 한국폴리텍대학 부산캠퍼스 전기자동차과 교수는 뉴스웨이와의 통화에서 "현대차는 내연기관차의 모든 제품군을 구축하는 데 30년이 걸렸다"며 "단기간에 쏟아져 나온 다양한 차종들이 글로벌 시장에서 품질과 성능을 입증하는 데는 시간이 걸릴 것"이라고 평가했다.

이어 "중국 BYD가 전기차 판매 1위인 이유는 LFP 배터리를 탑재해 가격경쟁력을 확보하면서도 LFP의 최대약점인 에너지밀도를 큰 폭으로 개선했기 때문"이라며 "현대차‧기아가 중국산 전기차와 가격으로 경쟁하긴 어렵기 때문에 자율주행 등 차별화된 상품성을 확보하는 것도 중요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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