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증권 주가·실적·일감 '울상'···투자자 속 태우는 코난테크놀로지

증권 종목 디스클로징 게임

주가·실적·일감 '울상'···투자자 속 태우는 코난테크놀로지

등록 2023.06.08 11:06

정백현

  기자

올해 봄 주가 고점 도달···AI 거품 꺼지며 45% ↓영업손실·일감 수주 가뭄 문제 풀어야 희망 커져오너·SKT는 속타는데 95억원 번 전자랜드 '눈길'

올해 초 인공지능(AI) 대표 테마주로 뜨거운 관심을 받았던 코난테크놀로지의 최근 주가가 고점 대비 반토막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투자자들의 마음이 타들어가고 있다.

공모가보다는 분명히 많이 올랐지만 한때 15만원까지 육박했던 주가는 어느새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고 지난해 말 기준 실적도 1년 전보다 퇴보했다. 여기에 회사의 미래 먹거리라고 볼 수 있는 신규 사업의 수주 소식도 자주 들리지 않고 있다. 업종 특성을 고려할 수 있는 문제라지만 수주 발표의 간격이 지나치게 길다는 점이 흠으로 꼽힌다.

주가·실적·일감 '울상'···투자자 속 태우는 코난테크놀로지 기사의 사진

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난테크놀로지는 지난 7일 코스닥 시장에서 전 거래일보다 1.34% 내린 8만800원에 거래를 마쳤다. 이 회사는 지난해 7월 7일 코스닥 시장에 상장하면서 어느덧 상장 후 11개월째를 맞았다. 상장 첫 날 종가와 비교하면 현재 주가는 164.05% 올랐다.

코난테크놀로지는 한국전자통신연구원 선임연구원 출신 김영섬 대표가 지난 1999년에 세운 AI 소프트웨어 전문기업이다. 단일 주주 기준 최대주주인 김 대표가 23.93%의 지분을 보유 중이고 공동 창업자인 양승현·윤덕호 부사장도 합계 13.58%의 지분을 쥐고 있다.

원래는 인터넷 멀티미디어 정보 검색 솔루션 등 소프트웨어 개발·제공 사업을 주로 했던 회사다. 우리가 보통 쓰는 말을 포털 검색창에 찾는 '자연어 검색'이 코난테크놀로지의 전공이었으나 시대가 흐르면서 자연어 검색보다는 AI가 사업 목적의 주류로 등극했다.

현재 이 회사가 영위하고 있는 주력 사업은 AI와 빅데이터, 딥러닝 등을 기반으로 하는 고도화 텍스트 검색·분석, 영상 분석, 인공지능 대화 에이전트 등이다.

특히 주력 제품인 코난 서치, 코난 애널리틱스, 펄스K 등 3가지 제품의 연간 매출은 지난해 말 기준 122억8100만원으로 회사 전체 매출에서 약 80%의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지난해 7월 상장을 앞두고 진행된 기관투자자 대상 수요예측 때는 1482.6대 1, 공모주 청약 당시에는 1386.86대 1이라는 높은 경쟁률을 각각 기록했다. 공모가는 희망 범위 상단인 2만5000원으로 결정됐고 청약 당시 무려 5조2007억원의 증거금이 모였다.

한풀 꺾인 AI 신드롬에 주가 후퇴···일감 수주 소식은 '가뭄'
코난테크놀로지는 상장 첫 날인 지난해 7월 7일 공모가보다 41.2% 높은 3만5300원에 거래를 시작했다. 첫 날 마감 종가는 3만600원으로 시초가보다 13.3% 내렸지만 공모가와 비교하면 22.4% 오르며 괜찮은 출발을 알렸다.

지난해 가을 공모가 아래로 주가가 하락한 적도 있었으나 이 회사 주가는 연말부터 뛰기 시작했다. 챗GPT를 비롯한 AI 기술 관련 전망이 시장 안팎의 관심을 한몸에 받으면서 코난테크놀로지도 AI 관련 대표주로 투자자들의 사랑을 받았다.

지난 1월 말 10만원대를 돌파한 이 회사 주가는 2월 중순 이후 한 달 이상 10만원대를 상회했고 2월 말에는 15만원까지 육박했다. 그러나 AI 기술 관련 열기가 사그라지자 코난테크놀로지 주가도 내리막길을 걸었다. 결국 4월 중순 이후 10만원대 아래로 주가가 내려갔다.

코난테크놀로지 주가의 하락 배경은 몇 가지가 꼽힌다. AI 기술에 대한 투자 신드롬이 짧고 강하게 지나치는 '찻잔 속의 태풍'과도 같았다는 지적도 있지만 이 회사의 근본적 사업 성과가 부족한 탓에 고평가됐던 주가가 떨어진 것이라는 지적이 조금 더 우세하다.

실제로 코난테크놀로지는 이례적으로 상장 첫 해 영업손실을 냈다. 2021년 말 기준 22억원의 영업이익을 냈던 코난테크놀로지는 지난해 말 오히려 40억원의 영업손실을 봤다. 회사 측은 "우수한 개발 인력 선제 확보 차원의 비용 투자 때문에 적자가 발생했다"고 해명했다.

주가·실적·일감 '울상'···투자자 속 태우는 코난테크놀로지 기사의 사진

문제는 상장 후 수주 소식이 뜸하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상장 후 코난테크놀로지가 외부에서 수주한 계약은 두 건이 전부다. 지난해 12월 국군재정관리단으로부터 따낸 인재관리시스템 구축과 지난 5월 여성가족부로부터 수주한 아이돌봄 통합지원 시스템 구축 사업이다.

시스템 구축 관련 사업이 워낙 복잡하고 전문적인데다 대부분의 사업이 기업 간 거래(B2B)에 속하는 점을 고려한다면 수주가 뜸한 것이 당연할 수 있다.

실제로 수주잔고가 아예 늘어나지 않는 것은 아니다. 지난해 말 이 회사의 구축계약 수주잔고는 120억원으로 2021년보다 크게 늘었다. 올해도 1분기에만 116억원의 수주잔고를 기록하면서 지난해보다 선전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그러나 꾸준한 사업 수주를 통해 지속적인 성장을 기대했던 투자자들 입장에서는 속이 탈 수 있는 상황이다.

수주 지연 문제는 지난해 상장 과정에서도 거론된 바 있다. 상장 직전 회사 측이 공시한 투자설명서에 따르면 "매출의 성장성에도 수주가 지연되거나 예상치 못한 상황 발생으로 영업성과의 악화 가능성이 존재한다"는 우려가 언급됐다.

결국 수주 지연 상황을 타개할 수 있는 특단의 대책이 필요한 상황이 됐다. 시장 일각에서는 이 회사의 주요 주주로 있는 SK텔레콤과 한국항공우주 등 주주사들의 도움이 현재로서는 낮은 수익성을 타개할 수 있는 대안이 될 것이라고 보고 있다.

오를 때는 좋았는데···791억원 증발이 씁쓸한 SKT

주가·실적·일감 '울상'···투자자 속 태우는 코난테크놀로지 기사의 사진

코난테크놀로지는 사실 최대주주 김영섬 대표보다 2대주주의 존재가 더 눈길을 끌었다. 현재는 SK텔레콤이 2대주주지만 원래 이 회사의 2대주주는 SK커뮤니케이션즈였다.

포털 사업 확장을 노리던 SK커뮤니케이션즈가 지난 2006년 포털 검색 사업 제휴 조건으로 코난테크놀로지와 손을 잡았고 122억원에 코난테크놀로지 지분 29.5%를 인수한 것이 인연의 시작이다.

두 회사는 이 제휴를 통해 2000년대 초반 포털 시장에서 나름대로 성과를 냈다. 2009년 기업검색솔루션 시장 점유율 1위가 그 증거다. 그러나 시대의 흐름과 SK커뮤니케이션즈의 실책, 타 포털의 폭발적 성장 여파에 영화는 오래 가지 못했다.

코난테크놀로지는 새로운 시너지 효과를 내기 위한 전략이 필요했다. 결국 지난해 10월 SK커뮤니케이션즈는 모회사인 SK텔레콤으로부터 224억원을 받고 코난테크놀로지 지분 전량을 넘겼다. SK커뮤니케이션즈는 16년 만에 약 100억원의 투자이익을 보게 됐다.

지분 인수 후 7개월이 지난 상황에서 SKT의 지분 가치는 얼마나 늘었을까. 7일 종가 기준으로 SKT의 보유 지분 가치는 951억원이다. 최초 인수 당시 투자금액이 224억원이니 7개월 사이 324.55%나 가치가 상승했다. 여기까지만 보면 SKT에게 상당한 이득이 된다.

다만 이 회사 주가가 올해 초 15만원에 육박할 정도로 치솟았던 점을 고려한다면 SKT 입장에서는 다소 씁쓸할 수 있다. 종가 기준으로 최고점을 기록한 지난 2월 24일 기준 지분 가치는 무려 1742억원에 달했다. 주가 하락 탓에 791억원이 있었다가 없어진 셈이 됐다.

'어깨' 지점에 코난테크놀로지 지분 판 전자랜드 일가

주가·실적·일감 '울상'···투자자 속 태우는 코난테크놀로지 기사의 사진

코난테크놀로지의 공시 보고서를 살펴보면 재미있는 부분을 찾아볼 수 있다. 상장 이후 주요 주주들의 지분 매수·매도 현황이 나오는데 뜻밖의 이름이 등장한다. 전자 양판점 '전자랜드'의 관계사로 알려진 SYS홀딩스가 이 회사 지분을 대거 산 뒤 팔았기 때문이다.

SYS홀딩스는 지난 2월 3일과 4월 11일에 두 차례에 나눠서 지분 보유 관련 보고서를 공시했다.

지난 2월 SYS홀딩스, SYS리테일, SYS리조트 등 3개 법인과 홍봉철 SYS홀딩스 회장, 홍 회장의 부인인 김자경 씨, 홍 회장의 딸 홍유경 SYS홀딩스 상무는 코난테크놀로지 지분 총 31만4519주(5.5%)를 단순 투자 목적으로 보유했다고 공시하며 주요 주주에 이름을 올렸다.

일명 '전자랜드 일가'가 코난테크놀로지 지분을 사들일 당시 평균 취득단가는 5만원대 초반이었다. 이를 두고 시장에서는 전자랜드 일가가 AI 관련주에 꽂혔다고 평했다. 실제로 코난테크놀로지 외에도 또 다른 AI 관련업체인 솔트룩스에도 121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그런데 지분 매입 공시 이후 정확히 50일째 되는 3월 23일 전자랜드 일가는 코난테크놀로지 지분 중 7만7403주를 장내매도했다고 공시했다. 이들의 평균 매도단가는 12만원대였다. 지분 취득 시점보다 주가가 2배 이상 뛴 시점에서 지분 일부를 털어낸 것이다.

불과 50일 만에 전자랜드 일가가 코난테크놀로지를 통해 벌어들인 투자 이익은 94억9418억원에 이른다. 이후 SYS홀딩스의 지분 합계는 공시 의무 한도인 5% 아래로 내려가며 공시 의무가 사라지게 됐다. 현재 SYS홀딩스의 지분 합계는 4.17%다.

전자랜드 일가가 여전히 이 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있는 점을 고려한다면 단순히 단기 차익을 노리고자 코난테크놀로지 지분을 사고팔았을 가능성은 다소 떨어진다는 것이 증권업계 관계자들의 전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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