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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3.6도, 푹푹 찐다"···쿨키트로 버티는 물류센터의 여름

ㅇㅇㅇ그 후

"33.6도, 푹푹 찐다"···쿨키트로 버티는 물류센터의 여름

등록 2022.07.06 08:00

조효정

  기자

물류센터 근무자들, 노동 환경 개선 요구쿠팡, 건강관리 전담팀 구성·냉방기 확충 SSG닷컴, 배송기사 전원 '쓱 쿨키트' 제공

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 여는 공공운수노조/사진=연합뉴스 제공쿠팡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 여는 공공운수노조/사진=연합뉴스 제공

#지난달 20일. 뜨겁던 태양이 저문 밤 10시 40분, 열기가 사그라진 야외는 습도 79%에 23.0도를 기록하고 있다. 하지만 경기도 고양의 한 물류센터는 여전히 뜨거운 열기로 가득하다. 거대한 규모의 물류센터 크기가 무색하게 냉방기 하나 없이 선풍기 팬 돌아가는 소리와 직원들의 숨소리만 들린다. 땀으로 가득한 물류센터 노동자 옷에는 이내 '소금꽃'이 폈다. 실내 온도계는 33.6도를 가리키고 있다. 습도가 높아 체감 온도는 2~3도 더 높게 느껴진다.

6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전국공공운수노조 쿠팡물류센터지회(이하 쿠팡 노조)는 올해 여름 물류센터 내 노동환경 개선을 위한 투쟁에 나서기로 했습니다. 지난해 여름을 앞두고도 노동환경 개선을 요구해왔지만, 본사 쪽이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쿠팡노조가 기자회견을 열고 물류센터의 폭염 대책을 마련할 것을 촉구한 지 열흘이 지났습니다. 지난달 경기도 용인의 마켓컬리 물류기지에서 새벽 배송기사가 심정지로 사망한 지도 십여 일이 흘렀습니다. SSG닷컴 김포네오물류센터에서 새벽배송일을 하던 배송기사가 목숨을 잃은 지 1년 3개월, 롯데마트의 온라인 배송기사가 배송 도중 사망한 지 1년 8개월이 흘렀습니다.

그리고 지난 2011년, 아마존은 물류창고에 에어컨을 설치하는 대신 주차장에 구급차를 배치하며 논란이 된 바 있습니다. 에어컨이 부재한 아마존 물류창고에서 고열로 15명의 직원이 쓰러져서 구급차에 실려 가며 물류센터 노동환경 개선에 대한 목소리가 나오기 시작한 지도 십여년이 지났습니다.

코로나 시대를 거치며 새벽배송은 전 국민에게 떼려야 뗄 수 없는 서비스로 자리 잡았습니다. 2020년 말 기준 전 국민의 3분의 1이 쿠팡을 사용한 것으로 집계됐습니다. 국내 새벽배송 시장은 지난해 4조원에서 올해 9조원, 내년엔 11조9000억원으로 가파르게 성장할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습니다.

사업 규모가 거대해진 만큼 물류센터 및 배송을 담당하는 근로자 수도 커졌습니다. 쿠팡의 경우 매일 수백만개의 품목을 처리 및 배송하기 위해 4만명 이상의 작업자와 수천 대의 배송차량을 운용하고 있습니다.

쿠팡 노조는 지난달 23일 기온이 올라간 며칠간의 자사 물류센터 온도를 측정해 공개했습니다. 현장 온도 기록지를 살펴보면 지난달 20일 고양센터의 오후 10시 40분 실내 온도는 33.6도로 기록됐습니다.

쿠팡 노조는 본사가 냉방기 설치에 소극적인 태도를 보인다고 주장했습니다. 민병조 지회장은 "(냉방기 설치 등) 노조의 요구는 가장 낮은 수준의 문제지만 2022년에도 해결되지 않아 한심하게 생각한다"며 "쿠팡 쪽이 이동식 에어컨을 설치했다고 주장하지만 저는 어떤 현장에서도 에어컨을 목격한 적이 없다"고 말했습니다.

사진=SSG닷컴 제공사진=SSG닷컴 제공

고용노동부는 금년도 여름철을 앞두고 '폭염에 의한 열사병 예방 3대 기본 수칙 이행 가이드'(열사병 예방 가이드)를 발표했습니다. 노동부는 기존에 실외 사업장에 안내하던 '물·그늘·휴식'이라는 3대 수칙에 더해 실내 사업장의 열사병 예방 가이드를 추가로 안내했습니다. ▲창고형 물류센터처럼 열이 잘 빠져나가지 않는 실내 사업장은 실내 온도가 적정 수준으로 유지되도록 냉방장치를 설치하고 ▲설치가 곤란한 경우 주기적으로 창문을 열고 더운 공기를 내보내며 ▲가급적 아이스 조끼·아이스팩 등 보냉장구를 노동자에게 지급해 착용토록 하라는 것입니다.

물류센터나 배송 기사들이 과로로 사망한 사례들이 발생하고, 올여름 무더위가 예상되는 가운데 유통기업들도 근로자들 건강관리를 위한 다각적인 지원을 강화하고 나섰습니다. 아울러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이번 혹서기에 온열질환 관련 대응책을 면밀히 고민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쿠팡은 혹서기 임직원 건강관리를 위해 정부 열사병 예방수칙에 맞춰 각 물류센터 관리자들로 구성된 전담팀을 꾸렸습니다. 이를 통해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현장 근로자들 건강 상태 확인과 관리하는 건강 검사목록을 강화해 운영하고 전문심리상담센터도 확대 시행합니다.

또 쿠팡 풀필먼트센터 별로 이동식 에어컨과 에어 서큘레이터, 선풍기 등 냉방 기기들을 꾸준히 확충하고 얼음물 상비, 휴게시간 아이스크림을 제공합니다. 쿠팡 측은 올해 얼음물을 200만개 이상 준비할 예정입니다. 아울러 폭염 상황에 따라 유급 휴게시간도 추가 제공합니다.

또 쿠팡은 작년 배송기사 및 물류센터 직원 건강 개선을 위해 쿠팡 케어를 도입했으며 작년 9월부터 전사원 대상 건강관리 프로그램 제공하는 쿠팡 케어 센터도 운영 중입니다.

SSG닷컴은 온열질환 예방을 위해 김포와 용인에 소재한 온라인 전용 물류센터 네오(NE.O) 3곳과 전국 이마트 PP(Picking & Packing)센터 120여 곳에서 근무 중인 배송기사 전원에게 '쓱 쿨키트'를 제작해 제공합니다.

이 키트는 여름철 건강관리법 및 온열질환 응급상황 시 대처법 등이 기재된 부채 ▲땀 흡수 및 체온을 낮추기 위해 목과 손목 등에 감아 사용하는 쿨스카프 ▲배송 조끼에 상비하여 소지함으로써 열사병 등 응급상황 발생 시 체온을 낮추는 용도로 사용되는 아이스펀치(쿨팩) ▲염분과 포도당 보충을 위해 복용하는 식염 포도당 ▲건강관리 물품 보관용 파우치로 구성됐습니다.

쿠팡풀필먼트서비스 관계자는 "온열질환을 예방하기 위해 관련 활동들을 적극적으로 추진할 것"이라며 "실행 가능한 모든 대응책을 적극 검토, 적용해 근무자들의 혹서기 건강관리에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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