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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대重그룹, 권오갑 회장의 숨은 '실세' 노진율 사장

현대重그룹, 권오갑 회장의 숨은 '실세' 노진율 사장

등록 2022.04.13 07:20

수정 2022.04.13 10:58

윤경현

,  

이세정

  기자

실질적 그룹 1인자 권 회장, 3세경영 안착 임무노 사장, 올 초 '원포인트'로 승진···전사 안전 총괄경영지원본부 오랜 경력, 인사·회계·총무 등 능통 첫 임원반열 오른지 5년 만에 부사장까지 '초고속'2020년 말 동반경영실장 맡으면서 수면위로 부상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현대중공업그룹의 실질적 경영을 책임지는 권오갑 회장은 최대주주 정몽준 아산재단 이사장의 최측근이다. 2019년 그룹 최초의 비(非)오너 출신 회장직에 오르며 막강한 권력을 쥔 권 회장의 임무는 정기선 사장의 잡음없는 승계다. 오너3세 시대가 가시화되면서, 그동안 철저하게 감춰져 있던 그룹 1인자의 '가신(家臣)'도 수면 위로 부상하고 있다.

대표적인 인물은 노진율 현대중공업 사장이다. 노 사장은 부사장에 오른지 약 3년 만에 사장으로 승진했고, 전사 최고지속가능경영책임자(CSO)인 안전기획실장에 임명됐다. 인사와 회계, 총무 등 안살림을 도맡는 경영지원본부장을 역임한 노 사장은 비교적 빠른 승진가도를 달려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노 사장은 1964년생으로 올해 만 57세다. 경북대 회계학과를 졸업한 그는 2013년 말 단행한 그룹 인사에서 상무보로 승진하며 임원 반열에 올랐다. 당시 경영지원본부에서 근무하던 노 사장은 1년 뒤 상무가 됐고, 안전·경영지원본부 소속으로 일했다. 전무로 승진한 것은 2015년 말이다. 특히 2016년 3월부터는 부사장급이 맡던 경영지원본부장 직무대행을 수행하며 영향력을 발휘하기 시작했다.

같은해 6월에는 당시 사장이던 권 회장이 2009년부터 맡던 현대중공업스포츠 대표이사에서 물러나자, 노 사장이 사내이사로 신규 선임됐다. 권 회장 자리를 이어받았다는 점에서 시사하는 바는 적지 않다. 하지만 이 회사 성격이 비수익사업인 만큼, 큰 주목을 받진 못했다. 노 사장은 현재까지도 현대중공업스포츠 사내이사를 겸직 중이다.

약 1년간 경영지원본부장 직무대행으로 일한 노 사장은 2017년 8월 경영지원본부장에 올랐고, 2018년 말 부사장으로 승진했다. 노 사장이 상무보에서 부사장까지 올라오는데 걸린 시간은 고작 5년에 불과하다. 현대중공업그룹이 보수적인 승진 기조를 따른다는 점을 고려하면 매우 이례적이다. 정 사장의 경영멘토로 불리는 가삼현 부회장의 경우 2006년 상무를 달아, 2013년 부사장에 오르기까지 7년이 소요됐다.

노 사장이 대외적으로 권 회장 측근으로 분류되기 시작한 것은 2020년부터다. 한국조선해양이 2019년 공식 출범하면서 조선부문 지배구조는 '현대중공업지주(HD현대로 사명 변경)→한국조선해양→현대중공업·현대미포조선·현대삼호중공업'으로 정리됐다. 현대중공업과 나머지 조선사의 지위는 동일하지만, 현대중공업은 '맏형' 노릇을 해 왔다. 본사를 서울에 두고 지분만 가진 한국조선해양보다는, 그룹 모태인 현대중공업이 울산 소재 조선 계열사들을 컨트롤하기 쉬웠던 탓이다.

현대중공업은 2020년 3월 조선업계 최초로 대표이사 직속 동반성장실을 신설했다. 권 회장이 현대오일뱅크 사장이던 2010년부터 강조해온 '상생'과 '안전'을 실현하기 위해서다. 현대중공업은 현장과 가장 맞닿아 있는 만큼, 효과를 낼 수 있는 최적의 회사였다. 동반성장실은 조선사업부 내 상무급이 담당하던 협력사 지원조직을 3개 부서 70여명 규모로 확대·개편한 조직이다. 대외적으로는 협력사와의 상생모델 구축과 인력난 해결을 목표로 한다. 다만 승계이슈가 맞물려 있는 만큼, 사회적 책임을 통한 긍정적인 이미지 제고 의도가 담겼을 것이란 분석이 흘러나왔다.

동반성장실 초대 실장은 UAE 나스르 프로젝트 대표이던 김숙현 부사장이 맡았다. 하지만 김 부사장의 퇴임으로 노 사장은 그해 말부터 경영지원본부장과 동반성장실장을 함께 맡았다. 노 사장은 권 회장의 경영철학을 실천할 요직에 오르면서, 권 회장의 '복심' 타이틀을 가지게 됐다.

노 사장이 지난 1월 나홀로 승진한 사실은 권 회장 최측근이라는 주장에 설득력을 더한다. 노 사장은 지난해 10월 이뤄진 그룹 정기임원 인사 명단에 이름을 올리지 못했지만, 이번 '원포인트 인사'로 현대중공업에서 한영석 대표이사와 가삼현 한국조선해양 부회장(사내이사), 정 사장, 이상균 조선해양사업대표 사장에 이어 '톱5' 지위를 확보했다. 노 사장은 경영지원본부장과 동반성장실장에서 물러나는 대신 안전기획실장을 맡았다. 기존 안전경영실을 개편한 안전기획실은 전사 차원의 안전 기능을 총괄한다.

실제 현대중공업 본사에는 이른바 '노진율 라인'들이 주요 보직을 대거 차지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일각에서는 노진율 사장은 울산 현대중공업 본사의 숨은 권력자로 노진율 라인을 타야 승진한다는 속설이 나돌 정도다. 노 사장의 라인들은 지역의 기반을 둔 울산대학교, 부산대학교 출신들과 노 사장 모교인 경북대학교 출신을 주축으로 구성됐다. 대표적인 노진율 라인으로는 김규덕 총무·상생·보안 부문장 전무(경북대)나 최헌 안전경영 부문장 전무(부산대) 등도 '친(親)노진율 세력'을 형성하고 있다.

특히 최헌 상무는 노진율 사장의 최측근으로 꼽힌다. 최 상무는 경북대 동문은 아니지만 노 사장이 지나온 경영지원실에서부터 현재의 자리까지 노 사장의 길을 학습하며 승진하고 있다는 게 내부 관계자의 증언이다. 이외에도 조용수 동반성장·문화 부문장 전무나 정병용 자산운영 부문장 상무, 이영덕 문화담당 상무보 등은 노 사장과 대학 동문이자 최측근으로 분류된다.

현대중공업그룹 한 관계자는 "노 사장은 권 회장의 막강한 신임을 얻고 있다. 노진율 사장은 권오갑 회장과 같은 비서실 출신 선후배 사이로 돈독한 관계를 이어가고 있다. 특히 노진율 사장은 현대중공업 사내에서는 크게 들어나지 않는 인물로 유명하다"며 " 노 사장은 현대중공업을 비롯한 조선 계열사의 인사와 총무 등 모든 부분에 관여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실상 권 회장의 신임을 받고 있는 실세라고 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뉴스웨이 윤경현 기자

뉴스웨이 이세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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