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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단체급식 일감' 개방했지만···중소업체 그늘 여전

공정위 '단체급식 일감' 개방했지만···중소업체 그늘 여전

등록 2022.03.21 16:58

변상이

  기자

대기업 구내식당 개방했지만 중견기업 수혜만중소기업들 대규모 인력 급식 감당 어려운 현실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공정거래위원회가 대기업 구내식당 업체를 중소기업 등 외부에 전면 개방하기로 결정했지만 현실적인 시행이 어렵다는 지적이 나온다. 하루 평균 1만명 이상의 급식을 책임져야 하는 급식업체 특성상 중소업체가 대규모 사업장의 단체급식을 책임지기엔 쉽지 않기 때문이다. 또 급식 경험이 전무한 중소 업체들이 음식의 질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을지에 대한 우려 섞인 시선도 뒤따른다.

구내식당 급식업체 일감 개방은 말 그대로 중소기업들에게 일감 개방을 유도하기 위한 공정위 정책 중 하나다. 공정위는 지난해 4월 삼성·현대차·LG·현대중공업·신세계·CJ·LS·현대백화점 등 8개 대기업 대표들과 만나 '단체급식 일감 개방 선포식'을 진행했다. 수의계약 방식으로 그룹 내 급식업체에 몰아주던 구내식당 일감을 외부에 개방하기로 한 것이다.

2020년 기준 단체 급식 시장은 삼성웰스토리·아워홈(LG 친족 기업)·현대그린푸드·CJ프레시웨이·신세계푸드 5개사가 4조3000억 원에 이르는 전체 시장의 80% 이상을 차지했다. 5개사가 그룹 계열사와 수의 계약한 금액만 1조2229억 원이다. 단체 급식 시장에는 풀무원푸드앤컬처(매출액 비중 5.1%), 한화호텔앤드리조트(4.9%), 동원홈푸드(2.8%) 등 다른 대기업 계열사가 있지만, 시장 점유율은 그리 높지 않은 상황이다.

특히 업계 1위인 삼성웰스토리는 삼성그룹 계열사의 일감을 안정적으로 확보하며 단체 급식 수의 계약 규모는 4400억 원가량을 기록했다. 아워홈의 경우 LG그룹 고(故) 구인회 회장의 3남인 자학 씨가 별도 설립한 회사로 그간 LS그룹의 일감을 수의 계약 형태로 오랜 기간 받아왔다. 현대그린푸드의 경우 현대차·현대중공업·현대백화점 등의 일감을 차지했다. CJ·신세계는 구내식당 일감을 계열사에 맡겨왔다.

이처럼 구내식당의 급식업체 선정하는 데 있어 '일감 몰아주기'가 성행하자 공정위는 2017년 기업집단국을 신설한 뒤 해당 시장 구조 개선 작업에 착수했다. 초기에는 8개 대기업 집단의 자발적 일감 개방을 이끌었지만 오랜 기간 이어온 수의계약 방식에 일감 개방은 쉽지 않았다.

당시 공정위는 "3년여에 걸쳐 계약 형태 등 다양한 자료를 분석했다"며 "여러 대기업 집단의 부당 내부 거래 혐의를 조사하는 한편 고착화한 내부 거래 관행을 스스로 탈피하도록 유도하는 노력도 병행했다"고 전했다.

일감개방 선포 후 풀무원·본푸드·동원 등 중견 기업들의 기회는 넓어졌지만 중소기업들에게는 여전히 진입장벽이 높은 상황이다. 대기업들 역시 자사 계열을 제외한 타 대기업 계열과 계약하는 경우가 대다수다. 쉽게 말해 삼성은 CJ, 현대는 신세계에 맡기는 셈이다.

이렇게 되면 중소업체 일감 개방이 주 목적이었지만 중견·외국계 기업의 진입도 쉬워질 것이란 전망도 나온다. 앞서 2013년 정부 청사 구내식당 업체 선정 시 대기업을 제외한 바 있다. 하지만 결과는 동원, 풀무원, 아라코 등 중견·외국계 기업이 낙찰받았다. 현실적으로 중소기업에게 대규모의 급식 물량을 맡기기에는 한계가 있어 향후 같은 상황이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관련업계 관계자는 "단체급식은 규모의 경제 분야이기 때문에 중소기업이 입찰이나 수주에 어려움이 있는 건 사실이다"며 "중소기업이 단체급식 일감을 제대로 수행할 수 있는 여건이 되는지 여부를 파악하는 게 먼저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의 취지 자체에는 공감하지만 중소업체들이 실질적으로 진입할 수 있도록 현실적인 정책이 뒷받침돼야 한다"며 "자칫 대기업을 대신해 외국계 기업들과 중견 기업들이 자리를 꿰찰 가능성이 크다"고 덧붙였다.

뉴스웨이 변상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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