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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U·日은 철강관세 벗어났는데...美와 일정 조차 못 잡은 정부

EU·日은 철강관세 벗어났는데...美와 일정 조차 못 잡은 정부

등록 2022.02.10 15:31

수정 2022.02.10 15:55

이승연

  기자

美, EU 이어 日과 철강 관세 분쟁 마무리 韓, 협상 날도 못받아...美 협상 재개 난색관세부과 아닌 쿼터제...협상 선수위서 밀려철강업계 "정부의 조속한 협상 재개 촉구"

EU·日은 철강관세 벗어났는데...美와 일정 조차 못 잡은 정부 기사의 사진

유럽과 일본 정부가 최근 미국과의 철강 관세 분쟁을 끝내면서 국내 기업들의 역차별과 대미 경쟁력 약화가 우려되고 있다. 정부는 미국과의 지속적인 재협상 요구를 통해 규제 완화를 이끌어내겠다는 계획이지만, 미국 정부가 협상 재개에 난색을 표하고 있어 협상 일정 조차 잡지 못하는 상황이 됐다. 이를 두고 일각에선 미국이 지난 2018년 유럽과 일본에 관세를 '부과'한 것과 달리, 우리 정부와는 쿼터제를 '합의'한 것이기 때문에 처음부터 협상 대상에서 밀린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美, EU ·日과 4년 만에 철강 관세 합의··· 韓 역차별·대미경쟁력 약화 불가피 = 미국 정부는 지난7일(현지시간) 미국무역확장법 제232조에 따른 철강 수입관세 완화와 관련, 일본과의 합의안을 발표했다. 오는 4월부터 일본산 철강 제품 중 연간 125만톤에 대해 현재 적용하는 25%의 관세를 철폐하고, 이를 넘어선 물량에 대해서만 25%의 관세를 부과하는 저율할당관세(TRQ)를 적용하는 내용이다.

미국은 앞선 지난해 10월 유럽과도 이미 비슷한 조건의 합의안을 발표했다. 다만 유럽에 대해서는 철강(약 100톤)을 쿼터에 포함하지 않은 반면, 일본 철강은 포함키로 했다. 일본으로선 유럽에 비해 다소 불리한 조건이지만, 2018년 미국의 무역확장법 제232조 적용으로 촉발된 철강 관세 분쟁을 4년 만에 마무리 지었다는 데 의미가 있다는 평가다.

반면 한국은 미국 정부와 협상 일정조차 잡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유럽과 일본의 대미 분쟁이 마무리 된 직후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이 미국에 국내의 우려 분위기를 전달했지만, 미국 정부는 우리와의 협상 재개에 난색을 표하고 있다는 후문이다.

결과적으로 대미 수출에 있어 한국 기업들은 역차별이 불가피한 상황이 됐다. 한국은 지난 2018년 미국의 트럼프 행정부 시절 고율 관세 대신 수출량을 제한하는 쿼터제를 도입했다. 수출 가능한 물량은 총 260만톤으로, 2015년부터 2017년까지 한국의 대미 철강 수출 평균 물량인 383만톤의 70%로 제한됐다. 철강 가격이 폭등하고, 미국의 철강 수요가 늘어나는 상황에 우리는 '쿼터제'에 묶여 연 260만톤 이하의 제품 수출만 가능한 것이다.

한국의 대미 수출 물량은 지속적으로 감소했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쿼터제를 도입한 이후 국내 기업들의 철강 수출 물량은 2018년 250만톤으로, 2016년, 2017년의 374만톤 354만톤에 비해 크게 감소했다. 2020년엔 코로나 19 사태 여파로 194톤까지 줄어들었다. 이런 가운데 관세 규제에서 벗어난 유럽과 일본산 제품의 대미 수출이 늘어나게 되면 국내 기업들의 경쟁력은 약화될 수밖에 없다.

기업들은 정부의 조속한 협상 재개를 통해 쿼터 규모를 확대하거나 쿼터제를 폐지해줄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러나 협상 재개 권한이 오로지 미국에게만 있어 한국 정부로서도 미국의 답변을 기다릴 수밖에 없는 처지다.

◇쿼터제 합의가 발목? = 물론 한국 정부가 대미 철강 관세 해결에 있어 손을 놓고 있었던 것은 아니다. 조 바이든 행정부 출범 이후 미국의 관세 철폐 움직임이 시작되면서 줄곧 협상 재개를 요구했다. 특히 지난해 10월 미국과 EU간의 철강 관세 합의가 이뤄진 직후 고위급 출장단을 잇따라 미국에 파견하며 232조치 개선을 위해 발빠르게 움직였다.

하지만 그때마다 미국은 묵묵부답이었다. 오히려 일본과 관세 문제를 먼저 해결하는 모습을 보였다. 현재 미국은 우리의 협상 요구에는 침묵하면서 다음 협상 대상으로 EU에서 탈퇴한 영국을 지목했다. 우리 정부를 의도적으로 피하고 있다는 인상이 강하다.

일각에선 이를 두고 한국 정부가 트럼프 행정부와 합의 당시 '관세 부과'가 아닌 '쿼터제'에 합의했기 때문이 아니냐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현재 미국은 당시 관세 부과에 합의한 국가들만 협상 대상으로 지목하고 있다. 쿼터제에 합의한 우리는 처음부터 협상 순위에서 밀릴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오는 이유다.

지난 2018년 미국은 자국의 안보를 이유로 수입산 철강에 고율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방침을 내놨다. 당시 유럽 등은 보복관세로 맞불을 놨지만, 우리 정부는 한국 기업들의 피해를 우려해 쿼터제에 합의했다. 당시만 해도 쿼터제는 우리 기업들이 고율 관세에서 벗어나 수출 물량을 확보하고, 수출품의 가격 경쟁력이 떨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최선의 선택지었다. 기업들 역시 수출 물량 감소는 불가피하더라도 고율 관세를 유예할 수 있다는 점에서 쿼터제를 감수했다.

하지만 미국의 바이든 정부 출범 이후 모든 게 바뀌었다. 대미 관세 철폐 움직임이 시작된 가운데 미국은 오로지 관세가 부과된 국가들에 한해서만 협상을 벌이고 있다. 쿼터제는 양국간의 이미 '합의'된 사안으로 보는 분위기다. 결과적으로 우리 기업들을 위해 선택한 쿼터제가 되레 발목을 잡게된 셈이다.

◇철강 업계 "이중규제·이중과세" 장기화 기조 부담"...정부 "재협상 추진 노력" = 최근 원자재 가격 상승에 대미 수출까지 막힌 국내 기업들로선 깊은 시름에 빠지게 됐다. 특히 몇몇 기업들은 미국으로부터 반덤핑·상계관세까지 부과된 상황이어서 이중규제 및 이중과세를 감수해야하는 처지다. 정부가 미국과의 협상을 빨리 추진해야 하는 이유다.

더욱이 미국이 오는 11월 중간 선거를 앞두고 수입산 철강 규제 완화에 다시 보수적인 자세를 취할 수 있다는 점에서 업계는 정부의 조속한 협의 재개를 촉구하고 있다.

이에 정부는 지난 9일 민관 합동 긴급 대책회의를 개최하고, 이 자리에서 미국과 조속히 재협상을 추진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날 회의에는 한국철강협회와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KG동부제철, 세아제강, 세아홀딩스, 휴스틸, 일진제강, 넥스틸, 고려제강, 하이스틸 등 주요 대미 수출 철강사 11개사가 참석했다.

회의를 주재한 안성일 산업부 신통상질서전략실장(직무대리)은 "이번 한일 간 합의에 따라 관세를 적용받지 않는 일본산 철강제품의 대미 수출이 증가해 우리 수출에 대한 부정적 영향이 우려된다"며 "세부 품목별로 대미 수출에 미치는 영향을 분석해 향후 예상되는 수출환경 변화에 적극 대응하겠다고" 말했다.

이어 "대미 설득에는 업계와 함께 행정부, 의회·주지사 등 미국의 정계와 경제단체 등을 대상으로 활동을 전개, 가급적 재협상이 이른 시일 내에 이뤄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덧붙였다.

여한구 통상교섭본부장 또한 이날 연합뉴스와의 인터뷰를 통해 "지난주 미국 워싱턴에서 현지 정·재계 주요 인사들과 계속 만나면서 여론전을 펼치고 왔다"며 "우리 기업들이 주로 투자한 주의 주지사나 상·하원 의원들은 우리 측 입장에 공감을 표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협상이 개시되면 한국 또한 동맹을 중시하는 바이든 행정부의 중요한 우방 국가라는 점, 미국 내 인프라 투자 수요 증가에 따른 철강의 적기 공급 필요성 등을 적극적으로 설득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승연 기자 lsy@newsway.co.kr


뉴스웨이 이승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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