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면세점 쓴맛···백화점 VIP서 답 찾아야

[리셋! 유통2020|한화갤러리아]면세점 쓴맛···백화점 VIP서 답 찾아야

등록 2020.01.07 14:26

수정 2020.01.07 15:42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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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드 직격탄에 ‘신사업’ 면세점 철수···재무구조 악화백화점기업으로 복귀···프리미엄 콘텐츠로 차별화 해야

그래픽=박혜수 기자그래픽=박혜수 기자


오랜 불황으로 소비자들은 지갑을 닫은 지 오래다. 그러다보니 지난해 유통업계는 유독 힘든 시기를 보냈다. ‘경기침체’에서 ‘소비위축’, 또 이로 인한 ‘수익감소’라는 현실에 직면하며 위기의식을 절실하게 느꼈다. 대외 환경도 최악으로 치달았다. 일본과의 무역갈등, 여진으로 남아있는 중국의 한한령이 부담으로 작용했다. 온라인 성장에 밀린 오프라인 시장은 급속도로 쪼그라들고 있으며, 정부는 규제 고비를 더욱 바짝 죄면서 업계를 옥죄고 있다. 이렇다 보니 유통사 마다 ‘리셋’만이 살 길이라며 특단의 조치를 강구하고 있다. 신년 긴급진단, 유통 ‘리셋’ 현장을 살펴본다.<편집자 주>


한화갤러리아는 백화점업계에서 ‘빅3’에 크게 뒤쳐진 4위에 머물러 있다. 한화그룹의 주력 사업이 화학, 방산, 태양광 등이다 보니 그룹 내에서도 아주 작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다.

그런 한화갤러리아가 그룹의 전폭적인 지원 아래 추진했던 신사업이 바로 면세점 사업이다. 2010년대 중반부터 국내 관광시장, 특히 면세시장이 폭발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면서 면세점이 사업 확장의 기회로 여겨졌기 때문이다. 향후 한화그룹의 2세 경영 체제가 본격화 할 경우 한화갤러리아가 김승연 회장의 셋째 아들 김동선 전 한화건설 팀장의 몫이 될 가능성이 크다는 점도 사업 확대의 이유가 됐다.

◇’유통 공룡’ 제치고 서울 시내 면세점 진출 = 한화갤러리아가 면세점 사업에 처음으로 진출한 것은 지난 2014년이다. 2013년 서울역 콩코스점을 롯데쇼핑에 임대하고 대전 동백점을 이랜드리테일에 매각한 탓에 백화점 매출이 정체되면서 새 성장동력이 필요해서였다. 한화갤러리아는 자회사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통해 제주공항 면세점 입찰에 참여, 2014년 4월부터 매장을 운영하기 시작했다.

이듬해인 2015년 여름에는 15년만에 나온 서울 시내 면세점 신규 특허권을 둘러싼 ‘1차 면세점 대전’이 벌어졌다. 대기업에게는 2개의 사업권이 할당됐는데 이 입찰에 한화갤러리아를 비롯해 무려 7개의 대기업이 참여했다. 한화갤러리아는 여의도 63빌딩을 입지로 정하고 한강과 여의도 일대의 관광 인프라를 개발하겠다는 계획을 내세워 3.5대1의 경쟁률을 뚫고 특허권을 따냈다. 오픈 첫해인 2016년에는 5040억원의 매출을 달성하고, 2020년까지 총 매출 3조원 이상을 달성한다는 청사진도 내놨다.

한화갤러리아의 면세점 사업은 그룹 차원에서 관심이 높았다. 한화갤러리아가 시내 면세점 사업권을 획득한 직후 만든 TF에 김승연 회장의 삼남 김동선 전 팀장이 참여하기도 했다. 그는 한화건설 소속이었지만 경영수업 차원에서 면세점 TF 팀원으로 참여했는데, 한화갤러리아의 면세점 사업이 그룹의 중요 사업으로 부상했다는 반증이었다. 당시 업계에서는 김 회장이 유통사업의 볼륨을 키워 건설 부문과 함께 김 전 팀장에게 승계할 것으로 내다봤다.

◇승자의 저주 못 피하고 눈덩이 적자 = 그러나 한화갤러리아가 시내 면세점을 본격화 한 2017년 고고도 미사일 방어체계(THAAD·사드) 배치로 인한 중국 경제 제재로 중국인 관광객이 크게 급감하기 시작했다. 이 사이 서울 시내면세점은 6개에서 13개로 급증해 경징이 치열해졌고, 고객 유치를 위한 수수료 경쟁 탓에 수익성도 크게 악화했다.

한화갤러리아가 다른 면세점에 비해 입지 경쟁력이 떨어진다는 것도 문제였다. 여의도는 단체 관광객이 많이 찾지 않는 데다 강북권 주요 관광지와도 거리가 멀고, 그 탓에 명품 브랜드 유치에도 난항을 겪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면세점 사업은 연간 매출액이 1000억원대에 그쳤다. 서울 시내 면세점 오픈 첫해 목표였던 5040억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 것이다. 매출액의 전년 대비 증감률도 2016년 142.9%, 2017년 25.6%, 2018년 1.5%에 머무르는 등 성장세도 둔화했다.

수익성 문제는 더 심각했다.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의 면세점 사업은 제주공항 면세점을 오픈했던 2014년 1억원의 이익을 낸 이후 단 한 번도 흑자를 기록한 적이 없었다. 특히 서울 시내면세점 오픈 후 2016년부터 2018년까지 3년간 기록한 적자만 1100억원에 달한다.

결국 한화그룹은 2017년 말 그룹 경영기획실장이었던 김은수 부사장을 한화갤러리아 신임 대표로 선임해 면세점 현안 해결에 나섰다. 김 대표는 취임 직후인 2018년 2월 제주공항 면세점을 접었고, 지난해 9월에는 서울 시내면세점까지 영업을 종료하며 면세점 사업에서 완전히 철수했다.

이어 김 대표는 재무구조 개선을 위해 비주력 점포 매각에 나섰다. 지난해 6월에는 수원점 점포를 매각했고, 현재 천안점 역시 매각을 진행 중이다. 지난해 말에는 면세점 사업 철수 후 대전 백화점 1개만 운영 중인 한화갤러리아타임월드를 완전 자회사로 전환, 효율성 제고도 꾀했다.

◇VIP 자산 활용한 신규 콘텐츠 강화해야 = 이제 한화갤러리아는 순수한 백화점 회사로 돌아왔다.

올해로 임기가 만 3년째에 접어든 김 대표에게는 실적 정상화를 위한 사업 확대라는 과제가 남았다. 김 대표는 그 동안 면세점 사업 철수 등 사업 구조조정에 집중해왔다. 올해는 백화점 사업 확대와 차별화에 보다 힘써야 한다.

앞으로는 한화갤러리아가 가장 잘 하는 VIP 마케팅과 서비스에 집중해야 한다. 한화갤러리아는 유통업계 최초로 명품관을 개점하는 등 경쟁사보다 더 다양한 프리미엄 콘텐츠와 VIP 고객 자산을 보유하고 있다는 강점이 있다. 점포 수에서 이미 경쟁사에 크게 뒤쳐진 만큼 한화갤러리아만의 강점을 살려 차별화한 경쟁력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하다.

한화갤러리아는 다음달 2010년 이후 10년만의 신규 점포인 광교점 오픈이 예정돼 있다. 지방자치단체와 한화그룹이 2조원을 투입해 조성한 대규모 컨벤션 센터인 광교 컨벤션복합단지에 들어서는데, 이 점포를 압구정 본점 명품관에 이어 ‘제2명품관’으로 키운다는 구상이다.

도심 공간에 새로운 형태의 매장을 선보이는 등 VIP 고객을 겨냥한 신규 비즈니스도 발굴 중이다. 지난해 9월 대전에서는 VIP 고객만을 위한 공간 ‘메종 갤러리아’를 백화점 외부에 새롭게 마련했고, 올 1분기 서울 한남동에 식품관 ‘고메이494’와 VIP 전용 라운지 메종 갤러리아를 결합한 고메이494 한남’도 오픈할 예정이다.

뉴스웨이 정혜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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