과몰입 문제, 시간제한 아닌 가족·개인·치료가 핵심요소정확한 진단 위해 대규모 역학조사·일관된 연구 제안

청소년들의 게임과몰입을 막기 위한 셧다운제는 효용성이 없다는 해외 유수 전문가들의 지적이 나왔다. 게임산업 규제 정책에 큰 영향을 주는 게임과몰입 진단에는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는 주장도 따랐다.
게임문화재단은 2일 서울시 서초구 소재 국립중앙도서관에서 ‘게임과몰입을 바라보는 다양한 시각’ 국제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심포지엄엔 해외 유수 정신과의사와 임상심리학자, 중독연구학자가 발표자와 토론자로 참석했다.
참석한 전문가들은 게임과몰입과 그에 따른 부작용이 실제 존재하며 게임과몰입을 진단할 수 있는 도구가 필요하다는 점엔 공감대를 보였다. 그러나 셧다운제처럼 게임시간을 제한하는 규제로는 게임과몰입을 근절할 수 없다고 주장했다.
블라단 스타서빅 시드니대 부교수는 “게임시간은 과몰입 방지의 중요요인이 아니며 게임시간 제한은 과몰입 근절에 그다지 유용하지도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과몰입 문제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가족과 개인, 치료 요인”이라며 “청소년들이 게임에 빠지는 이유는 힘들기 때문이다. 자녀의 정신건강을 향상시키는 것이 과몰입을 막는 방법이 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덕현 중앙대병원 정신건강의학과 교수는 “3년간 연구해본 결과 게임에 빠지는 아이들의 원인은 스트레스와 가정불화, 평균보다 낮은 지능이었다며 이런 원인들을 부모가 먼저 발견해 대응한다면 과몰입을 막을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참석자들은 현재 나온 게임과몰입 진단 도구들이 완벽하지 않으며 더 정밀한 진단을 위해 논의와 연구가 필요하다는 지적도 공통적으로 내놨다.
마크 그리피스는 노팅엄 트렌트대 행동중독학 교수는 게임과몰입 진단은 정제된 기준은 물론 나이와 성별, 상황 등을 고려할 수 있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예컨대 21살의 일도 자녀도 없어 쉬는 시간이 많은 청년이 게임을 12시간 이상 하는 것과 30대 중반 유부남이 더 적은 시간의 게임을 해도 게임 때문에 가정과 직장생활을 정상적으로 영위할 수 없는 사례가 있을 때 상황을 고려하면 전자는 게임과몰입이라고 할 수 없다는 설명이다.
마크 그리피스 교수는 “30년 동안 도박을 연구했고 연구 때마다 2~3개 검증된 진단 도구를 써왔다”며 “(게임과몰입 역시 진단하려면) 대규모 역학조사와 대표적인 표본 연구, 일관성 있는 연구가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메레디스 긴리 멤피스대학교 임상심리학 박사는 정신의학계에서 세계적인 진단기준으로 인정받는 미국정신의학회(APA)의 ‘정신장애의 진단 및 통계 편람(DSM-5)에 인터넷 게임과몰입이 포함된 것은 큰 진보지만 진단방법엔 역시 많은 연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메레디스 긴시 교수는 “어디까지 일반적인 (게임) 이용인지 아닌지에 대한 분류가 필요하다”며 “(게임과몰입에 따른) 부작용이 정신 장애에 부합하는지 또는 그 부작용이 다른 장애와 관련돼 나타나는 증상이 아닌지 판단할 수 있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선 현재 나온 진단법으로 게임과몰입 문제를 관측하려는 시도는 위험할 수 있다는 의견도 나왔다. 한덕현 교수는 “게임과몰입 진단에 조심스러운 입장이다. (진단으로) 낙인이 찍히거나 (실제 게임을 많이 하게 만드는) 내재된 원인을 찾지 않고 게임 관련이라고만 생각하게 한다”며 “(게임과몰입의) 내재된 원인을 포착할 수 있는 방식으로 (진단 방식이) 가야한다. 이 같은 완벽한 진단법이 나오기 전까지는 진단에 동의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심포지엄에 참석한 김병관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게임과몰입에 대한 우려만 너무 부각된다면 국내 게임업계를 억압하는 방식으로만 정책이 나올 수 있다는 염려의 목소리를 냈다.
김병관 의원은 “게임을 문화콘텐츠를 보면서도 콘텐츠에 중독이나 과몰입이란 표현을 쓰는 것이 맞는지 (모르겠다)”며 “이런 표현으로 콘텐츠 창작이 위축되고 왜곡될 수 있다. 군사 정부 때 영화나 소설의 창작 자유가 억압된 사례가 있지 않나”라며 과몰입, 중독이라는 틀로 게임산업에 접근하는 규제나 방식은 옳지 않다는 의견을 표했다.
이어 “실제 게임과몰입이 개인 생활에 영향을 준다면 규제가 있을 수 있지만 콘텐츠와 시장을 왜곡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은 아니라고 본다”며 “이번 심포지엄 이후로 많은 (게임과몰입 관련) 연구가 있길 바란다”고 덧붙였다.
한편 이날 심포지엄엔 김정욱 넥슨 부사장과 서장원 넷마블게임즈 부사장도 참석하며 게임과몰입 쟁점에 대한 게임업계의 관심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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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승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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