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픽게임즈, 디즈니 신작에 AI 중심 제작 방식 도입···수작업 코딩 중단 지시넥슨, 코드 작성·품질검증까지 AI 활용···최종 결과물은 개발자가 완성크래프톤, 매년 300억원 투입해 전사 AI 전환···생산성 개선 수치는 비공개
글로벌 게임업계에서 인공지능(AI)이 게임 개발의 보조 도구를 넘어 제작 공정의 중심으로 이동하고 있다. 미국 에픽게임즈가 신작 개발에 수작업 코딩 중단을 지시하는 등 급진적인 'AI 퍼스트' 전환에 나선 가운데 넥슨과 크래프톤은 AI 활용을 확대하면서도 개발자의 최종 판단과 창의성을 중시하는 접근법을 택하고 있다.
22일 게임업계에 따르면 에픽게임즈는 월트디즈니와 공동 개발 중인 신작에 생성형 AI 중심의 제작 방식을 도입했다. 넥슨과 크래프톤 역시 코드 작성과 품질검증, 시제품 제작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지만 개발 공정에서 AI에 부여하는 역할과 적용 범위에는 차이를 보이고 있다.
최근 외신 보도를 보면 에픽게임즈는 마블과 스타워즈 지식재산권(IP)을 활용하는 신작 개발진에게 AI 퍼스트 제작 방식을 적용하도록 지시했다. 앤트로픽의 생성형 AI '클로드' 등을 활용해 코드를 작성하고, 아트 제작에도 AI 기반 작업 절차를 도입하는 방식이다. 프로젝트 내부에서는 "더 이상 수작업으로 코드를 작성하지 말라"는 지시도 나온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전환으로 당초 내년 3월 출시를 목표로 했던 신작의 일정도 연기됐다. 에픽게임즈는 AI를 활용한 개발 방식 전환을 인정하면서도 개발자가 창작 과정의 주도권을 유지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팀 스위니 에픽게임즈 대표 역시 AI 도입의 목적이 인력을 줄이는 데 있는 것이 아니라 개발자들이 더 많고 나은 결과물을 만들어내도록 지원하는 데 있다고 설명했다.
에픽게임즈는 지난 14일 AI 기반 코딩 방식으로 제작한 새로운 게임 런처의 시험 버전도 공개했다. 개발자가 자연어로 원하는 기능을 설명하고 AI가 코드를 생성하는 '바이브 코딩'을 활용한 사례다. 다만 새 런처는 일부 기능이 제한된 초기 버전으로, 정식 서비스에 앞서 안정성과 완성도를 높여야 하는 단계다.
국내 게임사들도 AI를 활용해 개발 공정을 바꾸고 있지만 접근 방식은 상대적으로 신중하다. 넥슨은 생성형 AI 기반 코드 작성과 코드 리뷰 자동화, 품질보증(QA) 자동화, 기획서 번역 및 테스트 케이스 작성 등에 AI를 접목하고 있다. 게임 리소스 제작에서도 초안 생성과 아이디어 구상, 콘셉트 탐색 등 초기 작업을 중심으로 활용하고 있다.
다만 AI가 생성한 결과물을 별도의 수정 없이 최종 게임에 반영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는 설명이다. 게임 개발 과정에서는 IP와 세계관의 일관성, 아트 디렉션, 게임 밸런스와 재미뿐 아니라 보안과 저작권 문제까지 종합적으로 고려해야 하기 때문이다.
넥슨 관계자는 "AI 결과물을 그대로 사용하는 방식보다는 제작 초기 단계에서 선택지를 빠르게 확보하고 탐색 범위를 넓히는 역할로 활용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후 최종 결과물은 사람의 손을 거쳐 완성된다"고 설명했다.
넥슨은 단순한 작업시간 단축을 넘어 AI를 기반으로 업무 방식과 협업 구조 자체를 재설계하고 있다. 개발자가 반복적인 업무에 투입하는 시간을 줄이고 실험과 의사결정의 속도를 높이겠다는 구상이다. 다만 전체 개발 공정에서 AI 도입으로 생산성이 얼마나 개선됐는지에 대한 종합적인 수치는 공개하지 않았다.
크래프톤은 지난해 10월 국내 주요 게임사 가운데 선제적으로 전사적인 'AI 퍼스트' 전환을 선언했다. 올해부터 매년 약 300억원을 편성해 전 구성원의 AI 도구 활용을 지원하고 있으며, 별도로 약 1000억원 규모의 엔비디아 B300 그래픽처리장치(GPU) 클러스터 구축도 추진하고 있다.
실제 개발 현장에서는 코드 디버깅(오류 수정)과 테스트, 문서화, 프로토타이핑(시제품 제작) 등에 AI를 활용하고 있다. 재무·인사·정보기술(IT) 등 경영지원 업무로도 적용 범위를 넓혔다. 크래프톤은 지난 1년간 전 구성원의 AI 활용 환경과 업무 자동화 기반을 마련하는 데 주력해 왔다.
크래프톤은 프로토타이핑과 테스트, 문서화 등에서 유의미한 작업시간 절감 효과를 확인했다고 밝혔다. 다만 조직과 업무에 따라 개선 정도가 달라 구체적인 단축률이나 종합 생산성 지표는 제시하지 않았다. 향후에는 이용자와 협동하는 AI 캐릭터 'PUBG Ally'와 자율적으로 행동하는 캐릭터 'Smart Zoi' 등 게임 내 AI 기술 적용도 확대할 계획이다.
크래프톤 관계자는 "AI는 창작자의 판단을 대체하는 기술이 아니라, 크리에이티브 조직이 더 큰 세계를 빠르게 실험하고 구현할 수 있도록 돕는 도구"라며 "앞으로도 이용자에게 더 나은 플레이 경험을 제공하는 방향으로 AI 활용 범위를 단계적으로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성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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