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주·핵심 계열사 '재무통' 나란히 승진SK실트론 인수금융 2조5000억 조달원전·가스터빈 투자 속 자본 배분 과제
두산그룹이 지주회사와 핵심 계열사의 재무 책임자를 나란히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2조3000억원 규모의 SK실트론 인수를 추진하는 동시에 원전·가스터빈 등 에너지 사업 투자를 확대하는 상황에서 자금 조달과 투자 재원 배분의 중요성이 커지고 있다. 인수 자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하면서 성장사업의 투자 여력까지 확보하는 것이 두 재무 전문가에게 주어진 과제다.
19일 재계에 따르면 ㈜두산은 최근 김민철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켰다. 두산에너빌리티도 박상현 대표이사 사장을 부회장으로 승진시키고 송용진 전략·혁신부문장 사장을 신임 최고운영책임자(COO)로 선임했다.
이번 인사로 지주회사와 핵심 사업회사의 최고재무책임자(CFO) 출신 경영진이 나란히 부회장에 올랐다. 김 부회장은 그룹 차원의 재무·전략 업무를, 박 부회장은 에너지 사업의 재무 관리와 경영을 맡아온 인물이다. 두산그룹의 사업 재편과 투자 확대 과정에서 재무 관리의 비중이 커졌다는 해석이 나온다.
김 부회장은 ㈜두산에서 재무와 경영전략 업무를 두루 거쳤다. 2006년 FA팀 상무, 2011년 경영전략 전무를 거쳐 2018년 대표이사 부사장에 올랐고 2020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선임됐다. 지주회사에서 쌓은 재무·전략 경험을 바탕으로 그룹의 사업 포트폴리오 재편과 신규 투자 관련 의사결정을 뒷받침해왔다.
박 부회장은 2008년 ㈜두산 지주부문 CFP팀 상무를 시작으로 두산인프라코어 재무관리부문장, ㈜두산 지주부문 부사장, 두산밥캣 대표이사 등을 지냈다. 2022년 두산에너빌리티 대표이사 사장에 선임된 뒤에는 재무 관리와 경영을 맡았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자산 매각과 자본 확충 등을 통해 재무구조를 개선하고 채권단 관리 체제를 조기 졸업하는 과정에서 역할을 해왔다.
두산그룹의 재무 전략이 주목받는 이유는 대형 인수와 성장사업 투자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기 때문이다. 그룹은 친환경에너지·기계·반도체를 3대 축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재편하고 있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원전과 소형모듈원자로(SMR), 가스터빈 사업을 확대하는 가운데 ㈜두산은 반도체 소재 사업 강화를 위해 SK실트론 인수를 추진하고 있다.
핵심 변수는 SK실트론 인수다. ㈜두산은 지난 7월 SK㈜가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70.6%를 약 2조3000억원에 인수하는 주식매매계약을 체결했다. 잔금 지급 기한은 내년 1월 31일이다. 거래 종결을 위한 자금 조달뿐 아니라 인수 이후 사업 운영과 추가 투자에 필요한 재원도 확보해야 한다.
인수 관련 금융 패키지는 인수금융 약 1조원과 기존 차입금 리파이낸싱 약 1조5000억원 등 총 2조5000억원 규모로 알려졌다. 인수금융과 차환을 병행하는 만큼 조달 금리와 상환 조건, 인수 이후 이자 부담이 재무 여력에 미칠 영향을 살펴야 한다. SK실트론의 사업 경쟁력을 높여 현금창출력을 끌어올리는 일도 인수 성과를 좌우할 요인이다.
두산에너빌리티도 성장사업 확대와 재무 안정성을 함께 추구해야 한다. 원전과 가스터빈은 대형 수주를 통해 중장기 성장 기반을 마련할 수 있지만 수주가 곧바로 현금 유입으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다. 제작·납품과 대금 회수에 시간이 걸리는 만큼 운전자본을 확보하고 설비 투자와 차입 부담을 관리해야 한다.
과거 인수 추진 사례도 투자 우선순위 설정의 중요성을 보여준다. 두산밥캣은 유럽 시장 확대를 위해 독일 건설장비 업체 바커노이슨 인수를 추진했으나 최종 철회했다. 성장 기회를 확보하는 것만큼 인수 가격과 자금 조달 여건, 인수 이후 시너지 등을 따져 자본을 배분하는 판단이 중요해진 셈이다.
두산그룹의 향후 재무 전략은 투자 확대와 재무건전성 사이에서 균형점을 찾는 데 달려 있다. SK실트론 인수를 적기에 마무리하고 인수 이후 현금창출력을 높이는 동시에 에너지 사업의 투자 수요에도 대응해야 한다. 두 재무 전문가가 각 사업의 자금 수요와 수익성을 어떻게 조율하느냐가 그룹의 사업 확장 속도에도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인다.
두산에너빌리티 관계자는 "이번 인사는 급변하는 글로벌 에너지 환경에 선제적으로 대응하고, 미래 성장동력과 사업 경쟁력을 강화하기 위한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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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김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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