높은 인건비와 가격 경쟁력 부족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추진해 온 제조업 부흥 프로젝트가 높은 인건비와 인력 확보난, 가격 경쟁력 부족 등의 문제로 시험대에 올랐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2일(현지시간) 미국 조선업과 철강업의 대형 투자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트럼프 행정부의 제조업 부흥 정책이 현실적인 장벽에 직면했다고 보도했다.
WSJ은 펜실베이니아주 필라델피아의 필리조선소 확장 사업과 아이오와주의 대형 철강 공장 건설 프로젝트를 대표적인 사례로 들었다. 두 사업 모두 미국의 산업 경쟁력과 국가 안보를 강화하겠다는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 방향을 반영하지만 사업의 경제성과 실행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가 제기되고 있다.
필리조선소는 한화의 투자를 바탕으로 상선 건조 능력을 대폭 확대하는 사업을 추진하고 있다. 약 50억달러 규모의 프로젝트를 통해 연간 선박 건조량을 기존 2척에서 20척으로 늘리는 것이 목표다.
그러나 미국에서 선박을 건조하는 데 드는 비용이 경쟁국보다 높다는 점이 걸림돌로 지목된다. 미국의 존스법은 미국에서 건조되고, 미국 선원이 승선하며, 미국 국적 등록과 미국 내 보험 가입 요건을 충족해야 한다. 이같은 제도적 요건은 미국 조선업의 자국 시장을 보호하는 동시에 선박 건조 비용을 높이는 요인으로 작용한다.
실제로 조선소가 확보한 한 주요 수주 물량인 하와이 선사 매트슨의 컨테이너선 3척은 척당 3억3000만달러에 달한다. WSJ은 이 가격이 한국이나 중국에서 건조하는 대형 선박 가격의 두 배 수준이라고 전했다.
수요 확보도 과제다. 한화의 주문 외에 추가 고객을 얼마나 확보할 수 있을지가 조선소 확장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전망이다. 한국 조선업체들이 세계 시장에서 경쟁력을 갖추고 있음에도 미국 조선업에 대한 추가 투자에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고 있다는 점도 불확실성을 키우는 요인이다.
아이오와주에서는 인도 에사르그룹 계열사인 메사비 메탈릭스가 대규모 철강 공장 건설을 추진하고 있다. 계획대로라면 연간 최대 1000만 톤의 철강을 생산할 수 있는 시설로, 초기 생산은 2030년 시작될 예정이다. 완공 후 고용 규모는 약 1700명으로 예상된다.
다만 미국 내 철강 생산 사업에서 검증된 실적이 부족하다는 점과 인력 확보의 어려움, 높은 건설비, 공급 과잉 가능성 등이 사업의 실현 가능성을 둘러싼 우려로 제기된다.
모기업이 인도에서 철강 공장을 건설·운영한 경험은 있지만, 미국에서 대규모 철강 생산 사업을 성공적으로 수행할 수 있을지는 아직 검증되지 않았다는 평가다. 메사비는 과거 미네소타주 철광석 광산을 완공하는 데에도 약 20년이 걸렸고, 이 과정에서 공사 지연과 파산 등을 겪었다.
생산 확대가 오히려 수익성을 악화시킬 가능성도 있다. 메사비의 계획대로 생산능력이 늘어나면 미국 철강 시장의 공급 과잉이 심화할 수 있기 때문이다. 철강 공급이 수요를 웃돌 경우 업체 간 가격 경쟁이 격화하고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이 같은 우려는 과거 대규모 투자 계획이 축소되거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던 사례와도 맞물린다. WSJ은 트럼프 대통령의 첫 임기 당시 위스콘신주에 약 100억달러 규모의 디스플레이 공장을 건설하겠다고 발표했던 대만 폭스콘의 사례를 언급했다. 공급망 문제와 높은 비용 등으로 사업 규모가 크게 축소되면서 당초 구상이 실현되지 못했다는 것이다.
한편,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의 정책이 투자 유치와 제조업 일자리 창출에 성과를 내고 있다고 강조했다. 트럼프 행정부의 관세 정책과 투자 유치 전략이 미국 내 생산 확대를 뒷받침하고 있으며, 과거 유치한 기업들의 공장 투자도 정책 성과의 근거라는 입장이다.
뉴스웨이 이윤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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