투자 안건 30건 전부 승인···심사 실효성 지적업스테이지·퓨리오사AI 투자 특혜 의혹 제기지역별 투자 편중에 심의위원 이해충돌도 쟁점
150조원 규모의 국민성장펀드를 둘러싸고 투자심의의 공정성과 이해충돌 문제가 도마에 올랐다. 기금운용심의위원회에 상정된 투자 안건 30건이 모두 승인된 가운데 일부 심의위원이 투자 대상 기업과 직접적인 이해관계를 맺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이억원 금융위원장은 투자심의 절차와 이해충돌 방지 장치를 갖추고 있다며 자금 운용에 더욱 신경 쓰겠다고 밝혔다.
8일 국회 정무위원회의 금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박준태 국민의힘 의원은 올해 8월까지 국민성장펀드 기금운용심의위원회에 상정된 투자 안건 30건이 모두 승인됐다며 심사의 실효성을 문제 삼았다. 일부 안건에서는 사전심사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나왔는데도 최종 승인이 이뤄진 만큼 심의위원회가 사실상 추인 기구로 운영되고 있다는 주장이다.
박 의원은 인공지능(AI) 기업인 업스테이지와 퓨리오사AI에 대한 투자 결정을 대표적인 사례로 제시했다. 두 기업의 투자심의 과정에서 반대 의견이 나왔지만 최종 승인을 받았으며 민간투자가 충분히 확정되지 않은 상황에서 정부가 먼저 투자를 결정했다는 것이다. 퓨리오사AI가 이재명 대통령의 대선 출마 이후 첫 공식 일정으로 방문한 기업이라는 점도 거론하며 특혜 가능성을 제기했다.
박 의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승인된 투자 안건 30건 가운데 7건에서 심의위원과 투자 대상 기업 간 이해관계가 확인돼 해당 위원이 심사에서 제외됐다. 일부 위원은 투자 대상 기업의 계열사 사외이사를 맡았고 자신이 대표로 있는 법인이 투자 대상으로 선정된 사례도 있었다. 박 의원은 심의위원들이 회의 전후 오찬과 만찬에 함께 참석하는데 해당 안건 심사에서만 제외하는 방식으로 이해충돌을 방지할 수 있느냐고 따져 물었다.
국민참여형 펀드의 손실 부담에 대한 우려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정부가 6000억원 규모의 1차 판매에 이어 같은 규모의 2차 모집에 나서면서 재정의 손실 부담 장치를 강조한 것은 투자자 보호라는 금융당국의 역할과 맞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과거 뉴딜펀드에서는 청산된 자펀드 17개 가운데 8개가 손실을 기록했으며 총손실액 약 205억원 중 139억3000만원을 정부 재정으로 부담했다는 점도 근거로 제시했다.
송언석 국민의힘 의원은 투자심의위원회에서 제기된 반대 의견이 최종 승인 과정에서 어떻게 검토됐는지 확인할 수 있는 자료를 요구했다. 사전심사에서 사업성 등에 대한 우려가 나왔다면 이를 해소한 근거가 있어야 한다는 취지다. 특히 업스테이지 투자 심의 당시 위원장이 재직 중인 법인이 해당 기업의 주주라는 이유로 심사에서 제외된 사례를 거론하며 이해충돌 방지 조치의 적정성을 따져 물었다.
송 의원이 제시한 자료에 따르면 현재까지 승인된 11건의 투자금액 가운데 수도권 비중은 55.4%에 달한 반면 호남은 28.7%, 영남은 7.9%에 머물렀다. 대기업에 집중된 투자금액도 전체의 86%에 달했지만 중소기업 비중은 2%에 불과했다. 이 위원장은 지방 투자 비중을 40% 이상으로 확대하겠다며 호남의 경우 신안 해상풍력 사업처럼 대규모 사업이 포함된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송 의원은 국민성장펀드를 활용한 코스닥 투자 확대 방안에 대해서도 투자 손실 가능성을 경고했다. 특정 주가지수를 정책 목표로 삼아 자금을 투입할 경우 부작용이 발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이 위원장은 국민성장펀드는 민간자금이 함께 참여하는 간접투자 방식이고 코스닥 관련 펀드 규모는 1500억원이라고 답했다.
특히 이 위원장은 일부 심의위원이 반대 의견을 냈지만 위원회 전체의 판단에 따라 투자가 결정됐다고 반박했다. 또 투자심의의 전문성과 공정성을 확보하기 위해 산업·금융 분야 민간 전문가들이 참여하는 별도의 투자심의위원회를 운영하고 있고, 이해관계가 있는 위원은 해당 안건 심의에서 제외한다고 설명했다. 뿐만 아니라 심의 과정에서 의사록을 작성하고 투자 결정 내용을 공개하는 등 관련 절차도 마련했다고 부연했다.
이 위원장은 "민간자금만으로는 잘 안 움직이니까 정부가 마중물이 돼서 민간자금을 같이 끌어와 미래를 준비해 달라는 것"이라며 "이 자금들이 소홀히 운영되지 않도록 이런 부분을 더 신경 쓰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뉴스웨이 박경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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