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이버 "근로조건 결정할 위치 아냐"···노조는 사용자성 주장노란봉투법 이후 사용자성 판단 주목···교섭 관행 바뀔까
네이버 노동조합이 본사와 16개 계열사를 아우르는 통합교섭을 요구했지만 네이버가 이를 거부하면서 노사 갈등이 확전할 전망이다. 올해 노란봉투법(노동조합법 제2·3조 개정안) 시행으로 원청의 사용자 범위가 확대된 만큼 네이버 통합교섭 논의가 향후 '사용자성' 판단의 쟁점으로 떠오를 것으로 예상된다.
10일 정보기술(IT)업계에 따르면 민주노총 화섬식품노조 네이버지회는 지난달 20일 네이버 본사에 16개 계열사를 대상으로 한 통합교섭 요구 공문을 전달했다. 노조는 2018년 노조 출범 이후 계열사별로 진행해온 개별교섭의 한계를 지적하며 지난달부터 통합교섭을 요구했다.
노조에 따르면 네이버는 통합교섭 요구에 대해 "다른 자회사의 근로조건을 결정할 위치에 있지 않다"는 취지로 답변했다. 노조가 요구안을 다시 보냈지만 같은 답변이 돌아온 것으로 전해진다. 오세윤 네이버지회장은 "결정적인 사용자가 맞는데 교섭 거부를 하고 있다는 부분에 대해 지방노동위원회의 판단을 받으려 한다"며 법적 대응을 검토하고 있다고 밝혔다.
네이버가 통합교섭을 거부하는 가장 직접적인 이유는 계열사와 네이버 본사를 별도의 법인으로 보고 각각의 노사관계를 분리하는 원칙에 있다. 실제 네이버는 이번에도 본사가 다른 자회사의 근로조건을 결정할 권한이 없다는 논리를 내세웠다. 계열사의 근로계약과 인사·보상 등 근로조건에 대한 책임은 각 법인에 있고, 교섭 역시 해당 법인이 담당해야 한다는 취지다.
반면 노조는 법인상 분리와 실제 경영 의사결정 구조가 일치하지 않는다고 주장한다. 네이버 노조는 지난달 통합교섭 선포식 중 16개 법인에서 최근 1년간 약 150차례 교섭이 진행됐으며 노사 양측이 1000시간 이상을 교섭에 투입했다고 설명했다. 특히 본사의 임금 합의가 이뤄진 뒤 계열사들이 비슷한 수준으로 교섭을 마무리하는 일이 반복되는 등 주요 근로조건에 대한 결정권이 네이버에 집중돼 있다고 주장했다.
양측의 시각차는 '법적으로 누가 사용자냐'와 '실제로 누가 근로조건을 결정하느냐'로 좁혀진다. 네이버 입장에서는 노조의 요구를 받아들이는 순간 계열사 근로조건에 대한 본사의 결정권을 스스로 인정하는 것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다. 특히 지난 3월 시행된 개정 노동조합법은 근로계약 당사자가 아니더라도 근로조건을 실질적이고 구체적으로 지배·결정할 수 있는 지위에 있는 자를 사용자로 보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 때문에 네이버로서는 통합교섭을 받아들이는 것 자체가 향후 사용자성 논란에 영향을 줄 수 있다. 통합교섭을 통해 본사가 계열사의 임금이나 복지, 근무제도 등을 직접 논의하게 되면 노조가 주장하는 '실질적 사용자'라는 논리에 힘이 실릴 가능성을 배제하기 어렵다. 또한 계열사마다 사업 상황과 실적, 인력 구조가 다른 만큼 모든 법인에 동일한 기준을 적용하기도 어렵다.
향후 지방노동위원회가 네이버의 사용자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네이버뿐 아니라 계열사 중심으로 노사관계를 운영하는 다른 IT기업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다만 노란봉투법의 세칙과 관련 판례가 아직 쌓이지 않아 관계 당국이 판단을 내리기까지는 시일이 다소 소요될 전망된다. 청와대는 지난말 노동쟁의 범위를 시행지침으로 제정하겠다는 계획을 밝힌 바 있다.
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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