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재명 정부는 출범 이후 AI를 국가 성장 전략의 핵심 축으로 내세우고 있다. 'AI 3대 강국'을 국정 비전으로 제시한 데 이어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AI 메가프로젝트·AI 기본사회 구현 등 굵직한 정책도 속속 발표했다. 정부가 AI를 더 이상 하나의 산업이 아닌 국가 경쟁력을 좌우할 핵심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하지만 국가 AI 컨트롤타워를 총괄할 사령탑은 두 달 넘게 공석이다. 청와대 AI미래기획수석은 지난 4월 하정우 전 수석이 국회의원 보궐선거 출마를 위해 사퇴한 이후 후임이 정해지지 않았다. 최근에는 유력 후보로 거론됐던 이기혁 AWS코리아 스타트업 에코시스템 총괄의 내정설이 돌았지만, 그마저 원점에서 재검토되는 등 인선이 장기화하는 분위기다. 국가AI전략위원회 상근 부위원장 역시 후임을 다시 물색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국가 AI 정책을 이끄는 양대 컨트롤타워가 동시에 비어 있는 셈이다.
AI는 속도전이다. 오늘 세운 전략이 반년 뒤에는 현실과 맞지 않을 정도로 기술 변화가 빠르다. AI 기술에서 앞선 미국과 중국은 물론 일본과 싱가포르도 AI 인프라 구축과 규제 정비, 국제 협력을 동시에 추진하며 속도를 높이고 있다. 기업들도 AI 에이전트와 피지컬 AI, 데이터센터 투자 경쟁에 사활을 걸고 있다.
게다가 최근 들어서는 AI가 국가 전략 자산으로 부상하는 중이다. 미국이 국가안보 우려를 이유로 앤트로픽 최상위 AI 모델에 수출통제를 적용한 게 대표적이다. 반도체를 넘어 AI 모델 자체를 국가 안보와 직결되는 전략기술로 보기 시작했다는 얘기다. AI가 안보와 외교의 영역으로 확장된 만큼 국가 차원의 전략을 총괄할 컨트롤타워의 중요성도 그 어느 때보다 커졌지만 정작 이를 이끌 중심축이 없다.
AI 정책을 현실화하고 부처 간 이해관계를 조율해야 할 핵심 조직이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도 우려스러운 대목이다. 올해 AI 투자 예산을 전년 대비 3배 늘어난 9조9000억원 규모로 확대하고, 국가 AI 컴퓨팅센터 구축·GPU 확보·AI 데이터센터 특별법 제정 등 인프라 정비에 나서고 있다. 산업과 교육·국방·행정·개인정보·규제까지 여러 부처가 동시에 움직여야 하는 일이다. 부처 간 조율 없이는 속도를 내기 어렵다. 부처 간 우선순위를 조정하고 중복 투자를 막으며 민간과 보조를 맞추는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AI 3대 강국은 GPU를 더 많이 확보한다고, 예산을 더 투입한다고 완성되지 않는다. 정책의 우선순위를 정하고 부처를 조율하며 민관 협력을 이끌 구심점이 있어야 한다. AI 시대에 가장 큰 리스크는 잘못된 결정이 아니라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것이다. 정부가 AI를 국가의 미래로 내세운 만큼, 이제는 청사진을 그리는 데서 그칠 것이 아니라 그 청사진을 실행할 사령탑부터 세워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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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웨이 유선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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